백화점, 명품 오픈런 이용한 모객효과 '톡톡'…"의도적 소규모 공급 탓" 지적
(지디넷코리아=곽미령 기자)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업계가 오픈런 현상을 이용한 모객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러자 소비자들의 명품 소비욕구를 더욱 부추겨 건강하지 못한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오픈런 줄서기 알바생들의 시급은 명품 수요 증가와 물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과거 1만원 선에서 현재 약 2만~3만원 선까지 인상됐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은 명품 매출로 꾸준한 실적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4월 기준,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 비중은 모두 40%를 넘었다.
이로 인해 백화점 업계는 명품 소비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은 명동 본점을 돌체앤가바나 등 해외 명품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고, 신세계백화점도 경기점의 명품관을 확장했으며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 샤넬 매장을 확장해 압구정 본점에서 가장 큰 매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올해에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명품패션 브랜드 소싱 강화를 대외에 선전하기도 했다. 선전효과였을까. 명품 소비의 최대 수혜를 톡톡히 입은 롯데백화점은 호실적으로 주가 상승 효과를 봤다.
신세계도 명품 매출 상승으로 인한 전년 대비 큰 폭의 실적을 거뒀고,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8조9천679억원을 달성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다수의 명품브랜드를 입점시킨 더현대서울을 필두로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7조3천795억원, 영업이익 2천523억원을 기록했다.
명품 소비를 통한 수익성 연계로 국내 백화점업계가 호실적을 거두자, 일각에서는 백화점과 명품 브랜드사들이 의지가 있다면 공급관리를 통한 오픈런 줄서기를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규모 공급관리를 한국소비자들 한테만 적용해 사실상 소비자를 우롱 하고 있다는 것.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의 도시 프랑스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오픈런을 하는 광경은 보기 힘들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렬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해외 매장에서는 오픈런을 하지 않아도 자기가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공급관리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반대로 명품브랜드사들이 한국에서는 고의적으로 소규모 공급관리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걸 쉽게 살 수없게 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탓에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를 다녀온 소비자들도 "한국처럼 백화점 문앞에 텐트치며 누워서 오픈런하는 현상을 본 적이 없다", "일부 인기 명품 브랜드의 경우 자체적으로 대기 규제 시스템을 만들어 오픈런 줄서기 풍경을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공급을 통한 한국소비자 통제 마케팅이 몇년동안 지속해서 먹히자 에르메스와 롤렉스 등 명품 업체들은 새해가 되지마자 가격을 잇따라 상승했고,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오를까봐 오픈런에 필요한 알바생을 고용함으로써 새벽녘 백화점 문앞은 때아닌 노숙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때 줄서고 있거나 텐트를 치고 누워있는 상당수는 시간제 알바비를 받고 고용인으로부터 줄서기 대행알바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가상승과 한파에 줄서기 대행알바를 고용한 한 직장인 A 씨는 "재작년과 작년까지만 해도 실내와 실외 구분없이 시급 만원에 줄서기 알바생을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격이 올라 시급당 2만원에서 3만원을 줘야 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줄서기 대행 알바생을 구할 수 있다는 오픈카톡 단톡방에 들어가봤다. 오픈톡방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백화점 줄서기 대행알바 구인구직 원칙'이라는 공지사항이었다.
해당 오픈톡방에서 줄서기 대행 알바를 구직하고 있다는 B 씨는 "요즘같은 겨울엔 가장 많이 찾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이나, 롯데백화점 본점 등은 전부 실외에서 줄을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급이 더 높게 책정된다"면서 "고객이 원하는 명품백을 구매하려면 백화점 운영 전날부터 줄을 서야하니 일당 20만원에서 30만원 정도를 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오픈런 현상이 모객효과를 가져온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사실 오픈런 자체가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측면도 있지만, 명품소비는 결국 백화점 매출로 연계되기 때문에 백화점 입장에서는 공짜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는 부분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곽미령 기자(chu@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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