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사과는 해도 사퇴는 없다…유가족 명단 위증 공방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청문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이 증인으로 참석한 상황인데요. 오세훈 시장도 나왔죠. 야당은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고 여당은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장관은 유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사퇴 의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청문회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정회원 여러분, 다정회에는 '토읽남'과 '토일남'이 있다는 얘기 기억하시나요? '토읽남'은 토론회 읽어주는 남자, '토일남'은 토 나올 정도로 일 시키는 남자의 줄임말이죠. 더 정확히는 토 나와도 일 시키는 남자인데요. 평소 칭찬에 인색한 토일남도 인정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정리 끝판왕 박 마커의 요약 능력인데요. 사실 웬일로 칭찬인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다음 일을 시키기 위한 복국장의 큰 그림이었습니다.
네, 복국장의 계산된 칭찬에 어김없이 낚이고 말았는데요. 오늘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청문회, 제가 깔끔하고 자세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하이라이트 #미안하다 사퇴 없다 입니다.
[천준호/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 사퇴 요구는 정쟁의 수단이 아니고요. 안전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 국민들의 호소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증인, 스스로 사퇴하시겠습니까?]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의원님이 지금 주신 말씀에 상당히 공감을 하고 책임감도 물론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어쨌든 의원님께서 주신 말씀, 가슴에 잘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예상대로 오늘 여야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야당은 '이상민 사퇴', 여당은 '이상민 방탄'이었는데요. 야당은 시종일관 이 장관을 거칠게 몰아 세웠습니다. 참사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는데요. 하지만 이 장관, 이대로 물러날 생각은 없었습니다.
[천준호/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퇴할 수 없다'는 증인의 생각은 본인의 생각입니까,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입니까?]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누구의 생각이라기보다 저의 각오와 의지를 말씀드린 것입니다.]
[윤건영/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번에는 정부는 '네가 알아서 살아라' 이렇게 내몰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입니다. 장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그건 약간 좀 과한 말씀이고요. 어느 공직자도 그런 마음자세로 일하지는 않습니다. {자리를 지키겠습니까?} 현재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고 안 지키고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위치에서 저는 마지막까지… {좋습니다. 사의 표명이라도 하시겠습니까?} 글쎄, 그 부분은 나중에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장관, 사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요. 사퇴는 없어도 사과는 할 수 있었나 봅니다.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천준호/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퇴하실 수 없다면 사과는 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마음을 담아서 겸허한 마음으로…}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이번 10월 말에 발생한, 10월 29일에 발생한 이태원 사고에 대해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분들에게 정부를 대표해서 또 개인적인 자격을 포함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야당도 이 장관의 버티기 전술을 어느 정도 예상한 것 같은데요. 전략을 바꿨습니다. 두 번째 하이라이트, #명단 위증 논란입니다.
[장혜영/정의당 의원 : 서울시는 참사 이틀 후인 10월 31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유족 명단, 연락처가 포함된 사망자 명단을 행안부에 제공했다고 했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오세훈 증인, 서울시가 행안부에 유족 명단과 연락처가 포함된 사망자 명단을 제공했죠? {네.} 이상민 증인, 지금 오세훈 증인이 위증을 하고 있습니까? {아니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이 장관의 위증 논란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명단을 행안부에 제공했는데도 이 장관이 명단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건데요. 지난해 11월 16일 예결위와 지난달 27일 기관보고에서 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난해 11월 16일) : 행안부에서는 유족 전체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민병덕/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1월 16일) : 그러면 TF에서는 유족하고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난해 11월 16일) : 국무위원이 하는 말을 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자꾸 거짓말을 한다고 그렇게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행안부에서는 명단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연락처는 물론이고요.]
이 장관 설명과 달리 서울시가 유가족 정보가 일부 포함된 희생자 명단을 행안부에 넘겼다는 사실이 알려졌죠. 장 의원은 위증 아니냐며 이 장관을 추궁했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예결위 끝난 직후에 제가 실국장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찾아낸 겁니다, 그런 사실이 있다는 걸.]
[장혜영/정의당 의원 : 그러면 그런 사실을 알았으면 알았다고 해야지, 왜 끝까지 '유족 명단을 서울시에서 주지 않았다' 이렇게 고집을 부립니까. 나중에라도 명단을 갖고 있는 걸 알았으면 최소한 기존의 발언을 정정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지금 유가족 명단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문제인데요.]
장 의원은 이 장관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다며 결국 탄핵까지 언급했는데요.
'탄핵'이란 두 글자에 여당도 두고 볼 수 없었나 봅니다. 서둘러 육탄 방어에 나섰습니다.
[이만희/국민의힘 의원 : 지나치게 사퇴도 강요도 하시고, 증인의 발언에 대해서 위증이라고 단정을 하시고, 더 나아가서 탄핵까지 언급하신다면 과연 이 진실규명을 위한 이 청문회가 누구를 위해서, 뭘 위해서 하시는 청문회입니까?]
청문회가 이 장관 탄핵을 추진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는 자리냐고 반발했는데요. 유가족 명단 확보를 둘러싼 위증 논란도 서둘러 불식시켰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혼선이었을 뿐 위증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조수진/국민의힘 의원 : 서울시와 행안부가 주고받은 자료는 유족 명단이 아니라 사망자 명단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증인이 혼선을 좀 일으켰을 것 같다, 그렇습니까?]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조수진/국민의힘 의원 : 그러면 여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란은 없겠군요. 오늘 정리가 되는 거네요, 그렇죠? {네.}]
하지만 야당도 공세의 고삐를 풀지 않았습니다. 이 장관의 거취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는데요.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 왜 넓은 사무실, 좋은 차, 거기다가 항상 장관님, 장관님 하고 존경받고 그렇게 계신지 압니까? 대통령 대신 그 넓은, 그 높은 권한을 행사하시면서 또 막상 일이 터졌을 때는 그 마땅한 책임을 지시기 때문에, 지셔야 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불똥을 맞은 사람이 있습니다. 세 번째 하이라이트, #불똥 맞은 조규홍입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 23시 54분 복지부는 응급의료체계를 신속하게 가동해 DMAT(재난의료지원팀)를 파견하고 응급병상 확보를 속히 실시하기 바랍니다. 그런데 증인께서는 00시 56분에 옆에 있는 이기일 차관으로부터 참사 최초 보고받았다고 돼 있습니다,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대통령께서 2차 지시하시고도 1시간 2분 지난 상황입니다. 대통령은 그냥 허공에 대고 '복지부는 응급의료체계를 신속하게 가동해라'라고 말씀하신 꼴이에요, 그렇죠?]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 그렇지 않습니다. {장관이 몰랐습니다.} 이 차관이 알았습니다. {장관이 몰랐잖아요. 나는 지금 장관한테 묻는 거예요.} 저는 몰랐지만 공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 이 장관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타깃을 바꿨는데요. 참사 당시 복지부의 보고체계가 뒤죽박죽이었단 점을 지적했죠.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 대통령께서 '복지부 중심으로 응급의료체계 신속하게 가동하라고 지시하셨다' 주무차관한테 얘기가 됐습니다.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장관한테 얘기를 안 해요. 1시간 있다가 주무차관이 아니고 1차관이 1시간 있다가 장관한테 얘기를 해요. 이게 보고체계가 잘 됐다는 말씀입니까?]
조 장관, 해명하려고 했지만요. 조 의원은 틈을 주지 않고 몰아 붙였습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 장관한테 전화로 보고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 아니, 내부 보고체계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개선할 겁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 아니, 지금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묻는데 자꾸 다른 말씀 하시잖아요.]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 그래서 문제 있다고 말씀을 드렸고요. {언제 말씀하셨습니까?} 지금 말씀드리지 않습니까? 아니 의원님, 문제가…]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 증인,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라고 제가 몇 번 물었는데 한 번이라도 '문제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신 적 있습니까? {제가 방금 말씀드렸습니다.} 방금 얘기했어요. {네,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개선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네, 됐습니다.]
아무 말 말고 그냥 듣기만 하라는 걸까요?
[영화 '완벽한 타인' : 됐어.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닥치고 있어.]
자, 이제 마지막 하이라이트인데요. #영악하지 못하다입니다.
[조수진/국민의힘 의원 : 책임이 없는 사람이 무엇이 무서워서 수사 전에 휴대전화를 빠르게 교체하고 기존 휴대전화 기록을 지웠습니까, 왜?]
[박희영/용산구청장 : 휴대전화 기록 지운 적 없고요. 다 모든 것 비밀번호 제공해서 포렌식도 다 끝났습니다. {증인, 휴대전화 왜 빠르게 교체했죠?} 빠르게 교체한 게 아니라 계속 기계 오작동으로 교체를 할 필요가 있었는데…]
박희영 용산구청장, 처음부터 여야 양쪽으로부터 손가락질의 대상이 돼왔죠. 여당으로선 이상민을 지키기 위해선 참사의 일차적 책임자인 박희영의 잘못을 더 부각하는 수밖에 없었을 텐데요. 야당보다는 여당이 오히려 나서서 박 구청장을 질책했습니다. 박 구청장이 참사 직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점을 문제 삼았죠. 이 과정에서 나온 박 구청장의 발언이 "영악하지 못하다"였습니다. 증거 인멸이라는 영악한 의도를 갖고 휴대전화를 바꾼 건 아니라는 해명입니다.
[우상호/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 : '제가 영악하지 못해서 휴대폰을 바꿨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죠?]
[박희영/용산구청장 : 아뇨, 제가 만약에 그런 의원님이 걱정하시는 그런 증거인멸이라든지 이런 거,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했다면 그렇게 제가 영악스럽게생각했다면 바꾸지 않았겠죠. 그런데 저는 그 기계의 오작동이 계속되기 때문에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걸 말씀드린 겁니다.]
네, 2차 청문회 주요 장면만 꼽아 정리해드렸는데요. 참사 유가족은 1차 청문회에 이어 오늘도 청문회 정회 직후 항의했습니다. 지난번이 윤희근 경찰청장이었다면 이번엔 이상민 장관이 대상이었는데요. 이 내용은 들어가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이상민, 사과는 해도 사퇴는 없다…유가족 명단 두고 공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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