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대응 실패' 軍 책임 묻나…전비태세검열 결과에 촉각

김지헌 2023. 1. 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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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검열 결과 보고 판단"…합참 정보·작전라인 등 거론돼
섣부른 軍문책론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김용현 경호처장 '무인기 악연'
[그래픽] 비행금지구역(P-73) 현황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지난달 26일 서울에 침투한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 상공까지 비행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했던 군 당국이 뒤늦게 일부 진입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군에 따르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북한 무인기 대응책을 보고한 자리에서 북한 무인기 1대가 비행금지구역(P-73)에 진입한 바 있다고 보고했다. zeroground@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부실하게 대응한 군의 책임론이 비등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현재 진행 중인 합참 전비태세검열 결과를 보고 종합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언급해 주목된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했고, 서울 상공까지 뚫린 것에 대한 군의 작전·정보분야 등의 문제점을 찾아내기 위한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 북한 무인기 사태에 따른 군의 문책론과 관련해 "아직 (군의) 전비태세검열이 진행 중이고, 최종 결과가 나오면 (윤석열 대통령이) 종합적으로 상황을 보고 판단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검열 결과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고,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열 결과에 따라 잘잘못이 가려지고 그에 따른 문책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영공 침범 당시 격추 실패, 비행금지구역(P-73) 침범 뒤늦게 파악, P-73 등 서울 핵심지역 침범 가능성 번복 등 군의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전방 지상 작전을 총괄하는 지상작전사령부, 서울 방어를 책임지는 수도방위사령부, 군 작전을 총지휘하는 합동참모본부 내의 작전·정보 라인 책임자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승겸 합참의장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첨단 군사력' 무색케 한 북 무인기 침투…탐지·격추는 어떻게(CG) [연합뉴스TV 제공]

군은 북한 무인기가 2m급의 소형으로 탐지하기 쉽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응작전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침투 당일이던 지난달 26일 대응 출격에 나선 KA-1 전술통제기가 추락하면서 일이 틀어졌고, 탐지자산과 다른 공중 전력을 투입해 일부 식별과 추적을 했으나 5대 중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애초 공군보다는 육군이 저고도 무인기 대응의 주축이 되어야 했으나 지상 방공 무기들은 탐지 자산이 포착한 표적 정보와 연동되지 않아 허공만 지켜봐야 했다. 민간 피해 우려로 적극적 사격을 못 했다지만 어디로 쏴야 할지도 몰랐던 셈이다.

군의 난맥상은 서울로 진입한 무인기 1대의 경로를 놓고 극명하게 불거졌다.

침범 다음 날인 27일 무인기가 용산 근처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언론 보도로 제기되자 군은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29일에는 야당 의원이 대통령 경호를 위해 대통령실 주변에 설정된 P-73 침범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얘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서울 침범 무인기 항적을 재조사한 결과 P-73 내부로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고, 군은 결국 말을 바꿔야 했다.

P-73 진입이 의심되는 항적을 포착하고도 작전 요원들이 초기에 이를 무인기 항적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정보 실패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충격적인 안보 참사를 거짓말로 덮으려 했던 군 수뇌부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열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군에 대한 문책을 거론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착이 어려운 소형 무인기를 내려보내 남측을 흔들겠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단 군의 자체적인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도 이런 측면 때문이다.

여기에 대응 실패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군에 책임을 물을 경우 북한이 전술적으로 이를 역이용, 다른 형태 추가 도발로 반응을 떠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의 북한 무인기와의 '질긴 악연'도 입방아에 오른다.

김 처장은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으로 재임하던 2014년 3월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북한 무인기와 관련해 책임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파주에서 추락한 북한 무인기가 200장 가까운 사진을 찍었는데 청와대 상공에서 비교적 선명하게 찍은 청와대 사진이 나왔다.

청와대 상공이 뚫렸다는 비판과 함께 수방사, 대통령 경호실, 국방부, 국군기무사 등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됐었다.

다만, 현재까지 합참 검열 결과 이번에 무인기가 드나든 P-73은 대통령 경호처가 맡는 경호구역보다는 외곽의 영역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의원은 "정부의 작전 실패, 경호 실패, 위기관리 실패"라고 비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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