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죄' 혐의는 성립할까

임찬종 기자 2023. 1. 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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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챙긴 돈 없으면 뇌물죄 아니다?

뇌물죄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돈 있는 사람이 권력을 가진 이에게 돈이 들어있는 쇼핑백이나 상자를 건네는 장면을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뇌물죄는 이런 모습이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돈이 오가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돈을 개인적으로 챙기지 않고, 심지어 건너간 돈이 가치 있는 일에 사용되더라도 처벌을 받는 뇌물죄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벌을 받았던 혐의, 그리고 지금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적용하고 있는 혐의, '제3자 뇌물죄'다.
 

개인적으로 챙긴 돈이 없으니 '뇌물죄' 아니다?

제3자 뇌물죄는 형법 제130조에 규정되어 있다.
형법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무슨 뜻일까? 일반적인 뇌물죄는 공무원 측에 직접 뇌물이 건네진다. 그래서 직접뇌물죄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제3자가 돈을 받는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인이 B라는 공무원에게 인허가를 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할 때, 돈을 공무원 대신 공무원이 지정하는 '제3자'인 C에게 주는 것이다.

이런 구도에 대해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대목이 있다. '제3자'를 공무원과 이해관계나 친분관계를 가진 '측근'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직접 돈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친구나 가족, 또는 부하 직원 등 '측근'을 통해 뇌물을 받는 행위를 제3자 뇌물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대변인인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했던 말이 이런 오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 / 2022년 9월 13일 발언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제공한) 돈의 성격을 문제 삼고 있지만, 광고 영업에 따른 비용 지불일뿐입니다. 지극히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처리가 됐습니다. 모두 성남 시민들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혐의를 입증하려면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제공한) 광고비가 이 대표에게 흘러들어 갔다는 증거를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온 게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10원 한 장이라도 나온 게 있습니까?"

김의겸 의원의 발언은 성남FC 사건에서 제3자 뇌물죄가 입증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제3자인 성남FC 측에 제공한 광고비가 공무원인 이재명 대표 측으로 흘러들어 갔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제3자가 다시 공무원에게 돈을 보내주는 행위가 있어야만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제3자와 공무원 사이에 이해관계나 개인적 관계조차 있을 필요가 없다.

이상민 변호사(헬프미 법률사무소 공동대표)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공무원과 동일시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 예를 들어 배우자라든지 가족관계 이런 분들이 받을 경우 공무원이 직접 돈을 수령한 것과 같은 것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제3자 뇌물죄가 아니라 직접뇌물죄가 성립한다. 오히려 제3자가 공무원과 이해관계를 갖지 않은 경우가 더 정확하게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즉, 돈을 받은 제3자가 공무원에게 돈을 다시 보내줄 필요도 없으며, 심지어 제3자와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가깝거나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좋은 일에 돈을 써도 뇌물죄로 처벌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이런 행위를 '(제3자)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일까? 이는 사실 몇 년 전 제3자 뇌물죄로 처벌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자주 외쳤던 이야기였다. "한 푼도 (개인적으로) 받지 않은 대통령"을 처벌한 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요즘은 비슷한 주장을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하는 모양새다.

제3자 뇌물죄를 규정해 엄중히 처벌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무원의 직무를 사고파는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이를 '직무의 불가매수성'이라고 부른다.

자기가 가진 땅에 큰 집을 새로 짓고 싶어 하는 돈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이 사람이 가진 땅은 주택 건축 허가가 나오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인맥을 동원해 건축 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만났다. 그런데 이 공무원이 "우리 시청 앞에 고아원이 있는데 여기에 1천만 원만 기부하면 건축 허가를 내주겠다."라고 하는 것이다. 공무원은 고아원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었지만, 고아원을 돕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제안을 했다. 집을 지으려는 사람은 흔쾌히 고아원에 1천만 원을 기부했고, 공무원은 직권을 행사해 건축 허가를 내줬다.

이 경우는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할까?

명확하게 성립한다. 공무원이 건축 허가라는 자신의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인 "고아원"에 금품을 공여(제공)하게 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행위를 처벌해야 하는가? 건축 허가를 받으려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이 사람으로서는 공무원에게 직접 1천만 원을 건네든, 고아원에 1천만 원을 기부하든, 어쨌든 1천만 원만 쓰면 건축 허가를 얻게 되는 셈이다. 1천만 원에 건축 허가를 사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처벌하지 않고 그냥 놔두면 어떻게 될까?

돈 있는 사람은 누구든 공무원이 지정하는 제3자에게 돈을 보내고 특혜나 이권을 사들이려고 할 것이다. 공무원의 직무나 행정 행위가 매수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제3자 뇌물죄는 바로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규정돼 있는 것이다. 공무원의 호주머니에 직접 돈이 들어오지 않고 공무원의 인허가 행위 그 자체에 하자가 없어도, 심지어 결과적으로 건너간 돈이 가치 있는 일에 사용되더라도 제3자 뇌물죄로 처벌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형사 전문 변호사인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 대표 변호사)는 "공무원의 불가매수성이라고 하는 것은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돼서 어떤 공무 행위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어떤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일이거나 관련된 공무 행위가 결과적으로 매우 적절했고 굉장히 타당한 행위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금전과 결부되는 순간 이것은 범죄가 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판례도 명확하다. 대법원은 지난 2006년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 제3자 뇌물죄 유죄 확정 판결을 선고했다. 이 전 위원장은 SK텔레콤으로부터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해 선처해 줄 것을 부탁받고, 자신이 다니던 절에 10억 원을 시주하도록 했다. 시주를 받은 절이 이남기 전 위원장에게 직접적인 이득을 준 것은 없었다. 심지어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된 이 전 위원장의 행정 행위 자체도 재량권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록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그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면 이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라며 제3자 뇌물죄를 인정했다.

이밖에도 이동희 전 안성시장의 경우에는 지난 2007년 골프장 인허가를 내주는 대신 기업들에게 대북지원사업 예산을 위해 시체육회에 돈을 기부하라고 했다가 제3자 뇌물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나무를 심어달라고 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2008년에 산지 전용 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시청 앞에 나무를 심어달라고 요구했던 강릉시청 공무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죄는 성립되는가 - 핵심 쟁점은 대가 관계


이런 제3자 뇌물죄의 법리를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일단 검찰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구도부터 살펴보자. 검찰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성남FC가 6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약 160억 원을 받았는데, 이 중 적어도 두산건설이 낸 55억 원, 네이버가 낸 39억 원, 차병원이 낸 33억 원은 각 기업의 인허가 문제 등과 관련된 '제3자 뇌물'이라고 보고 있다.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측이 "부정한 청탁"을 공무원이자 인허가권자였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했고, 그, 대가로 "제3자"인 성남FC 측에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제3자인 성남FC 측에서 이재명 대표 측으로 다시 건너간 돈이 있는지, 성남FC를 위해 돈을 마련한 것이 부당한 행위인지, 심지어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에 대한 인허가가 정상적 범위에서 이뤄졌는지는 제3자 뇌물죄 성립에 있어서 핵심 변수가 아니라는 사실은 위에서 이미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에게 검찰이 적용하고 있는 제3자 뇌물죄 혐의는 곧바로 성립하는 것일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성남FC 사건의 제3자 뇌물죄 성립 여부와 관련해 따져봐야 할 쟁점이 더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대가 관계'다. '부정한 청탁' 여부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 기업들이 이재명 시장 측에 한 요청(청탁)과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제공한 돈 사이에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면 '대가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고, '대가 관계'가 성립한다면 기업들의 청탁은 '부정한 청탁'이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설사 기업들의 청탁을 들어준 당시 성남시장(이재명 대표)의 행정행위 자체가 재량권 범위 안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행위가 되어 처벌된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은 기업들의 청탁(인허가 문제)과 기업들이 성남FC에 낸 돈 사이에 직접적 관련성 여부다.


검찰은 증거가 많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4년 10월 두산건설이 성남시 측에 보낸 공문을 제시하고 있다. 두산건설 사옥을 지을 수 있게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부지를 용도 변경해주면 사옥 일부를 공공시설로 제공하거나 성남FC 측에 후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공문이 전달된 후 성남시는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을 허가했고, 이후 두산건설은 성남FC에 실제로 광고비를 집행한다.

검찰은 이 공문을 두산건설이 성남FC에 보내 돈과 두산건설의 인허가 청탁 사이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밖에 네이버와 차병원 측으로부터도 '대가 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 측은 이와 같은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된 두산건설 공문에 대해서도 앞으로 조사 과정과 (아마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박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차병원 측으로부터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도 검찰의 일방적인 (왜곡된) 주장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대한 광고비 제공을 인허가 문제와 관련 없는 통상적인 광고비 지출로 인식했는지다. 이 역시 넓게 보면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제공한 돈과 기업들의 인허가 청탁의 관련성, 즉 '대가 관계' 입증과 관련된 문제다.

대가 관계 여부를 다툴 때 청탁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가 '통상적' 행위였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경남FC나 대구FC, 강원FC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축구단도 기업들로부터 광고비를 받는다며, 성남FC 측에 대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의 광고비 집행도 통상적이고 합법적 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철 변호사는 "그전에도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계속 그런 후원 행위를 해왔고, 인허가와 상관없이 후원 액수도 동일했다면 직무 행위와 관련된 대가로서 이뤄진 게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후원이 없다가 갑자기 그런 후원이 있고 나서 어떤 인허가 등 행정 행위가 이뤄졌다면 그것은 대가 관계를 증명할 만한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결국 핵심은 금전을 제공한 측에서 어떤 의사로 제공했는지이고, 금전을 공여한 자의 의도와 의사에 따라서 (대가 관계와 뇌물 여부가) 판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vs 검찰, 앞으로 몇 년은 지켜봐야 하는 국민


결론을 요약해 보자.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지지자들의 주장 중 '개인적으로 한 푼도 받지 않았으니 (제3자) 뇌물죄가 되지 않는다.'라는 주장은 틀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외쳤던 잘못된 구호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를 돈 주고 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 조항이기 때문에 공무원이 개인적 목적으로 돈을 챙겼는지, 또는 돈을 받은 제3자와 공무원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공무원의 행정 행위 자체가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와 무관하게 성립된다.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관련 제3자 뇌물 혐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돈을 챙겼느냐'가 아니라, 기업들이 성남FC 측에 보낸 돈과 기업들이 성남시 측에 청탁한 인허가 문제 사이의 '관련성', 즉 대가 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기업들이 지자체 운영 축구단에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기업들이 성남FC에 돈을 보낸 행위를 통상적 행위로 해석해 대가 관계를 부정하려는 논리고 볼 수 있다. 결국,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핵심을 단 하나로 요약하면 '대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대가 관계를 입증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재명 대표 측이 경찰이 한 차례 불송치 결정했던 성남FC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강행한 것뿐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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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종 기자cjy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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