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버스터] 국지 도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새해 한반도…북한의 노림수는
정윤식 기자 2023. 1. 6. 18:03
무인기 침투에 이어 연말연시 첫 연속 도발한 북한…2023년 한반도 정세 분석
누군가는 '북한이 늘 하던 대로 또 쐈네' 생각하며 넘겼을 수 있지만 상황이 좀 다릅니다. 이번에 쏜 방사포의 실물이라며 대대적으로 전시까지 했는데 김정은 총비서는 거친 발언을 쏟아 냈습니다.
그럼 김정은이 이렇게 화를 낸다고 우리 정부가 입장을 바꿀까요? 그럴리는 없어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새해 첫 미사일 도발이 보고된 직후 대통령실 지하 벙커를 찾아 군 지휘관들에게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충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거죠. 국방부는 수위를 더 높였습니다.
해가 바뀌었지만 남북 관계는 이렇듯 극한으로 얼어붙은 상태입니다. 1년 내내 이어졌던 북한의 도발은 연말에 서울 상공을 무인기로 휘저으면서 우리 군과 정부에 큰 숙제를 남겼죠.
북한이 이렇게 끝없는 도발을 계속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뭘까요? 북한은 결국 핵 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게 목적입니다. 국제 사회의 압박 속에서도 고도화된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 능력을 거듭 과시하면서 핵 보유국으로서 위상을 확실히 하고 이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간 북한의 행태를 볼 때 지금의 무력시위가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로 넘어가기 위한 전 단계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북한을 머리 위에 이고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명한 건 지금처럼 북한이 핵 무력을 자랑한다면 "오판하지 말라"고 엄정한 경고를 해주는 것이 무력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한·미 또는 한·미·일 삼각 공조를 통한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보여줘야 혹시 모를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거죠. 김정은이 직접 우리 정부를 겨냥해 날 선 말을 쏟아낸다 하더라도 전략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단 지적도 있습니다. 대북 경고를 하더라도 대통령보다는 국방부 장관 선에서 하도록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그나마 과열되는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견입니다.
북한을 억제하는 것 외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갈등이 비록 지속되더라도 비정치·비군사적 남북간 교류나 인도적 지원 등은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표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남북이 화해하고 교류하려는 작은 노력이 지속돼야 평화의 밀알을 조금이나마 남길 수 있단 주장입니다. 올해 한반도와 동북아를 둘러싼 긴장은 여러 상황으로 볼 때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겁니다. 현실을 직시하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2022년의 마지막 날과 2023년의 첫째 날, 전 세계 사람들이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사이 북한은 똑같은 선택을 했습니다. 탄도미사일 3발을 동해로 쏴 올린 데 이어 새해 첫날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 2시 50분쯤 미사일을 또 발사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연말연시에 연이어 미사일을 쏜 건 처음입니다.
[북한 조선중앙 TV] (지난 1일)
"(초대형방사포는)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것으로 하여…."
누군가는 '북한이 늘 하던 대로 또 쐈네' 생각하며 넘겼을 수 있지만 상황이 좀 다릅니다. 이번에 쏜 방사포의 실물이라며 대대적으로 전시까지 했는데 김정은 총비서는 거친 발언을 쏟아 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 TV] (지난 1일)
남조선 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 핵무기의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부르며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도 했죠. 미국보다도 남한에 초점을 맞춰 노골적인 핵 위협에 나섰습니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왜 이러는 걸까요? 올해 한반도는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요?
북한 전원회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김정은이 특히 분노하고 있는 지점이 눈에 띕니다.
새해 첫날 재개된 북한 도발…국방부는 "정권 종말" 경고
북한 전원회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김정은이 특히 분노하고 있는 지점이 눈에 띕니다.
[북한 조선중앙 TV] (지난 1일)
"미국은 2022년에 들어와 각종 핵 타격 수단들을 남조선에 상시적인 배치 수준으로 자주 들이밀면서…남조선은 그 무슨 위협에 대처한다는 간판 밑에 무분별하고 위험천만한 군비증강 책동에 광분하는 한편 적대적 군사 활동들을 활발히 하며 대결적 자세로 도전해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와 지금의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는 많이 다르죠. 현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 항공모함 같은 미 전략 자산이 한반도 주변에 출몰하는 걸 김정은이 매우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겁니다.
[홍민 /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남한에) 지난해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핵 공조를 굉장히 강화했고 중단되거나 축소됐던 한·미 연합훈련이 정상화되면서 대규모화 됐어요. 올해 계획된 한·미 연합훈련이 역대급 수준으로 그 양과 규모에 있어서 훨씬 크게 늘어났거든요. 이런 전반적인 상황 변화가 한국 때문에 일어났다라는 것을 이제 북한은 아마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그럼 김정은이 이렇게 화를 낸다고 우리 정부가 입장을 바꿀까요? 그럴리는 없어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새해 첫 미사일 도발이 보고된 직후 대통령실 지하 벙커를 찾아 군 지휘관들에게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 1월 1일)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떤 도발도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
충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거죠. 국방부는 수위를 더 높였습니다.
[국방부] (지난 1월 1일)
"북한이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서울 헤집은 북한 무인기…그런데 더 위험한 도발 가능성 있다?
해가 바뀌었지만 남북 관계는 이렇듯 극한으로 얼어붙은 상태입니다. 1년 내내 이어졌던 북한의 도발은 연말에 서울 상공을 무인기로 휘저으면서 우리 군과 정부에 큰 숙제를 남겼죠.
[신종우 /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싸구려 무인기로 탄도 미사일보다 훨씬 더 높은 우리 사회의 불안감을 조성을 한 거죠. 북한의 무인기 전술에 말린 거잖아요. 농락을 당한 거죠."
[양욱 /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서 북한으로 복귀했다는 점을 봤을 때는 이것은 서울 시민들에게 최대한 그 장면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나…백주대낮에 서울 상공을 비행을 했다는 것 자체로 그것이 정치적 목적일 가능성이 높죠. 굉장히 뼈아픈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군은 특히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 구역을 침범했는지에 대해 불과 1주일 만에 말을 바꿔 사실로 인정함으로써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성준 /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지난해 12월 29일)]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명합니다."
[이성준 /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지난 1월 5일)
"언론 보도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무인기까지 날리면서 도발을 다각화하고 있는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명시하고 나선 새해에는 어떤 도발에 벌일까요? 북한이 그간 전면전 상황의 군사적 열세를 상쇄하기 위해 저비용, 고효율의 도발을 거듭해 온 걸로 봐서는 이번과 같은 무인기 침투를 앞으로도 꾸준히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이버 공격도 마찬가지죠.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비무장지대나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 국지 도발을 감행할 경우입니다. 특히 올해 대규모로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 시기에 도발을 감행한다면 자칫 우려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단 전망입니다.
[홍민 /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울산 앞바다를 향해서 전략 순항 미사일을 만약에 쏜다든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험한다든가, 이 과정에서 이제 한·미나 한·미·일이 대응용으로 요격을 시도한다든가 거기에 대한 대응으로 상대의 똑같은 지점에 발사를 한다든가 이런 상황들이 이제 연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근데 그 과정에서 서로 거기에 대한 대응을 교전 형식으로 이제 받아들이고 거기에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경우에는 크게 확전 된 상황이 이제 발생할 수 있고 또 그것이 이제 상대에 대한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상황으로 만약에 갈 경우에는 국지전적 상황도 전혀 배제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북한이 끝없이 도발하는 속내…새해 한반도 전망은?
북한이 이렇게 끝없는 도발을 계속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뭘까요? 북한은 결국 핵 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게 목적입니다. 국제 사회의 압박 속에서도 고도화된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 능력을 거듭 과시하면서 핵 보유국으로서 위상을 확실히 하고 이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간 북한의 행태를 볼 때 지금의 무력시위가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로 넘어가기 위한 전 단계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에 존재감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그 존재감을 통해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했던 패턴을 보여 왔습니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도 마찬가지일 거란 전망이죠. 변수는 한·미·일 3국과 북·중·러 3국의 신냉전 구도 속에서 북한이 미국에만 매달릴 필요성이 줄었다는 점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제재도 막아주고 무역을 통해 경제적 숨통까지 트이게 해 주는데 북한으로선 예전처럼 미국만 바라 볼 이유가 없겠죠. 따라서 당분간 핵 능력 강화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조중훈 / 통일부 대변인]
"군사적으로는 핵무력정책의 법제화 등을 성과로 제시하고 새로운 ICBM 개발, 전술 핵무기 다량 생산,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대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올해도 핵과 미사일 개발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엄정한 경고는 '필수'…그밖에 전략적 대처 방법은?
그렇다면 이런 북한을 머리 위에 이고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명한 건 지금처럼 북한이 핵 무력을 자랑한다면 "오판하지 말라"고 엄정한 경고를 해주는 것이 무력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한·미 또는 한·미·일 삼각 공조를 통한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보여줘야 혹시 모를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거죠. 김정은이 직접 우리 정부를 겨냥해 날 선 말을 쏟아낸다 하더라도 전략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단 지적도 있습니다. 대북 경고를 하더라도 대통령보다는 국방부 장관 선에서 하도록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그나마 과열되는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견입니다.
[홍민 /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일정 수준에서 확장 억제력을 대화의 구도와 연계를 시켜서 조금 감소시키는 부분들. 그래서 대화의 가능성을 좀 높여주는 부분, 이게 오히려 가장 상황을 좀 진전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보여지고, 궁극적으로는 확장 억제력은 수단이라는 것이죠. 결국은 외교적, 정치적 해법을 도모하는 것이 근본적인 사실상 해결책이거든요."
북한을 억제하는 것 외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갈등이 비록 지속되더라도 비정치·비군사적 남북간 교류나 인도적 지원 등은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표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남북이 화해하고 교류하려는 작은 노력이 지속돼야 평화의 밀알을 조금이나마 남길 수 있단 주장입니다. 올해 한반도와 동북아를 둘러싼 긴장은 여러 상황으로 볼 때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겁니다. 현실을 직시하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 취재 : 정윤식 / 영상취재 : 이재영 전경배 김용우 / 편집 : 정용희 / 콘텐츠디자인 : 장지혜 / 장소 협조 : 전쟁기념관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
정윤식 기자jy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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