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주력 사업 부진에 '털썩'…수익성 급감
H&A·VS 흑자, HE·BS 적자 폭 키워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역대 최대 매출액이 무색할 정도로 영업이익 91.2%나 급감했다. 실적을 견인하던 주력 사업이 모두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결과다. 오히려 그동안 실적을 깎아 먹던 VS(자동차 전장) 사업부문이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그나마 위안거리가 됐다.
91.2%↓…영업익 '뚝'
6일 LG전자는 작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21조8597억원, 영업이익 65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5.2% 증가해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1.2% 급감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0.3%까지 떨어지면서 한 자릿수도 지키지 못했다.
이는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LG전자의 4분기 매출액을 22조7202억원, 영업이익은 4207억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7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연간 실적도 다소 부진했다. 4분기 잠정 매출을 포함한 LG전자의 작년 연간 매출은 83조4695억원, 영업이익은 3조5472억원이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9%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연간 매출이 8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12.6% 줄었고, 영업이익률 역시 5.5%에서 4.2%까지 떨어졌다.
'지지부진' 전통 사업
이날 LG전자는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잠정실적 설명자료를 통해 H&A(가전)사업본부와 VS사업본부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의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먼저 H&A사업본부는 간신히 적자를 면한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4분기 H&A사업본부의 적자를 전망했다. 가전업계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작년부터 물류비용 부담이 크게 늘며 수익성이 떨어져서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력 사업부인 H&A, HE, BS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VS만 흑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실제로 LG전자의 실적 버팀목이었던 H&A 사업본부는 작년 3분기 영업이익(2283억원)이 전년(5016억원) 대비 반토막났다. 물류비 부담과 경쟁 비용이 증가하면서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누적 운반비는 3조1047억원으로 2021년 연간 운반비(3조2021억원)에 육박한다.
실적을 가장 많이 깎아 먹은 사업은 TV다. 전 세계적으로 TV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까지 늘어난 탓이다. HE사업본부는 작년 2분기부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 영업손실이 189억원에서 3분기는 554억원까지 늘었다. 4분기 역시 전기 대비 적자 규모가 늘었다는 게 LG전자 측의 설명이다.
LG전자는 "글로벌 TV 수요 감소 속에서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성수기 프리미엄 TV 판매가 둔화되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며 "수익성도 경쟁 대응을 위한 마케팅 비용과 유통 재고 수준 정상화를 위한 판매 촉진 비용 증가로 전 분기 대비 적자 규모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3분기 적자(-144억원)를 기록했던 BS사업본부 역시 적자 폭을 키웠다. 글로벌 IT제품 수요 축소의 영향으로 매출도 줄었다.
골칫거리 벗어난 VS 홀로 웃었다
수익성 하락에는 연결 자회사인 LG이노텍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 출시 시점에 따라 '상저하고' 실적 흐름을 보인다. 하지만 작년 연말은 애플의 중국 폭스콘 정저우 공장 폐쇄로 실적이 다소 부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저우 공장은 아이폰14 시리즈의 80% 이상을 생산한다. 아이폰 생산량이 줄면 아이폰 전·후면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공장 폐쇄로 인한 생산 차질 및 세트 수요 부진으로 단기적으로 전사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분위기가 좋은 사업은 VS사업본부였다. 매출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고 전 분기와 비교하면 소폭 증가했다. 완성차 업체가 안정적인 주문 물량을 유지하고 주요 원재료에 대한 공급망 관리를 효율화한 덕분이다.
흑자 기조도 이어갔다. '만년 적자'사업이었던 VS사업본부는 지난해 2분기 26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후 3분기 961억원으로 흑자 폭을 키웠다. 다만 4분기에는 전기 대비 흑자 규모는 감소했다. 신규 생산법인 운영에 따른 초기 운영 비용 증가와 대규모 신규 수주 물량에 대한 제품 개발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올해 LG전자를 이끌어 갈 사업 역시 VS사업본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 VS사업본부의 작년 연말 수주 잔고는 80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당초 회사가 예측한 60조원을 초과 달성한 수준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VS사업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높은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자동차의 전장화, 전기차 비중 확대로 LG마그나 중심의 구동계(모터 등) 매출 확대, 인포테인먼트(IVI)와 ZKW(헤드램프)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추정한 수치다. LG전자는 오는 27일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연결기준 순이익과 사업본부별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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