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무인기 조사단 韓 참여…"南 월북, 적정선" 도울까
유엔군 사령부(유엔사)가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사태를 계기로 남북 양측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꾸린 특별조사단에 우리나라도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단에 포함된 우리 측이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한 북한 무인기의 MDL(군사분계선) 남침 뿐 아니라 '자위권 차원의 조치'라며 MDL 이북에 정찰기를 투입했던 우리 군의 입장까지 유엔사에 설득력 있게 전달할지 주목된다.
북한의 도발에 따라 초유의 MDL 이북 드론 침투작전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군 통수권자(윤석열 대통령)의 대응 태세도 한국에 주둔 중인 다국적군 연합의 판단 대상에 오르는 셈이다.
유엔사는 북한의 도발 뿐 아니라 우리 측 대응까지 일정선을 넘었다는 판단을 할 경우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하곤 했다.
6일 안보 소식통은 "이번 조사는 다국적군이 진행하며 한국 측도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전 협정 위반 여부는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UNCMAC)가 판단하게 된다. UNCMAC는 우리나라, 미군, 영연방 군과 함께 뉴질랜드, 벨기에,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콜롬비아, 태국, 터키, 프랑스, 필리핀 등 1개국 고위 장교가 순환 보직으로 맡아 왔다.
MDL은 대한민국 영토지만 정전협정에 따라 통과 허가권은 유엔사에 귀속된 것으로 간주돼 왔다. 남북 간 합의 없이 평화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MDL을 넘나드는 행위는 원칙상 정전협정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유엔사의 기본적 입장으로 알려져 왔다.
유엔군 사령관(현재 폴 러캐머라 미국 육군 대장)은 주한미군 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임해 왔다. 유엔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6·25 전쟁 당시 북한의 불법 침공에서 한국을 지키기 위해 결성됐으며 초대 사령관은 더글러스 맥아더 육군 원수다. 1953년 유엔군과 북한 조선인민군·중국 인민지원군 간 체결된 정전협정의 위반 여부를 감독하고 있다.
윤엔군 사령관은 미국 국민의 안전·한미 동맹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주한미군, 한미연합군의 지휘관이면서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중립적으로 감독해야 하는 주체이기도 한 셈이다. 유엔사 내부에서는 무인기 사태에 따라 북한이 저지른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 뿐 아니라 우리 측의 위반 소지도 인지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정 간섭 우려 등으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공개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보 소식통들에 따르면 과거에 우리 측은 유엔사 파견 인력을 유엔사 조사 과정에서 군 당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창구로 활용하곤 했다. 다만 유엔사의 판단이 우리 국방부와 충돌한 경우도 있다. 유엔사는 2020년 5월 벌어진 북한군의 GP(전방소초)총격 도발 사건과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해 "사건 당시 남북한 모두 정전 협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국방부는 북한군 GP 총격 도발 관련 유엔사의 조사결과에 반발, "우리 군의 현장부대는 당시 북한군 총격과 관련해 대응 매뉴얼에 따라 적절히 조치했다"는 입장문을 내며 맞섰다.
당시에 국방부는 "유엔사가 북한군의 총격에 대한 실제 조사 없이 그 결과를 발표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유엔사에는 다양한 국가의 국방 당국자들이 있고 중립적 기조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어 모든 사안에서 우리나라 입장만 관철하거나, 주장을 거듭하는 게 어려운 분위기도 존재한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미국 정부는 북한 무인기 사태에 대해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해 왔다. 앞서 익명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도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의 침범 성격에 관해 한국 측과 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우리 군 당국은 MDL 이북 정찰기 투입이 유엔사와 충분히 공유된 내용이라는 입장을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 도발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대응"이라며 "유엔사도 관련 내용을 알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외교 안보라인은 북한 무인기 침투를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강경 대응 노선을 선택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대통령실은 "확전의 각오로 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사는 특별조사단 구성국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조사"라며 언급·진술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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