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 안 흘렸는데 1500억 현대오일뱅크 최대 과징금

"자회사 공업용수로 재활용
환경오염 없는데 처분 과해"
환경부 뒤늦게 제도개선 검토

환경부가 현대오일뱅크에 폐수를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오일뱅크는 폐수를 방류하지 않고 자회사에서 재활용해 공업용수로 썼으며, 환경오염이 없고 자진 신고까지 했는데 이 같은 과징금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6일 환경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환경부로부터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150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환경 관련법 위반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부터 2021년 12월까지 충남 서산 대산 공장에서 발생한 하루 평균 폐수 950t을 인근 자회사 현대OCI로 보낸 혐의로 환경부와 의정부지검의 조사·수사를 받았다. 현대오일뱅크는 폐수를 현대OCI로 옮긴 것은 사실이지만, 공업용수로 재활용했을 뿐이며 환경오염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충남 지역 강수량이 적어 공업용수가 제때 공급되지 않자 공장 내에서 폐수를 옮겨다 정화한 뒤 공업용수로 재사용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어떤 환경오염이나 인적·물적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와 현대OCI의 공장은 하나의 공장용지를 같이 사용하고 있다. 명목상으로 다른 사업장 간에 오폐수 이동이 발생했지만, 사실상 한 공장 안에서 파이프라인으로 이동된 것과 다름없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계열회사 간 처리수 재활용이 현행법에서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음을 확인하고 환경부에 관련 사항을 자진 신고하기도 했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송민근 기자 / 정유정 기자 / 이희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