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노란봉투법,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박민규 기자 2023. 1. 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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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법 개정'은 지난해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이후로 줄곧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오늘(6일) 국회에서는 긴급 좌담회가 열렸습니다. 주제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이었습니다. 한때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며 이슈로 떠올랐었죠. 파업 노동자에게 비현실적인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통 관심을 못 받고 있습니다. 이 법은 어디쯤 가 있는 걸까요.

■ 뭘 고치자고?

노조법 2·3조 개정, 찬반 입장을 간단히 정리해보죠.

[찬성]정당한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못 하게 합시다. 그런데 지금은 파업을 '합법'이라고 인정받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현행법상 근로자와 사용자 '정의'를 넓힙시다. 그래서 합법 파업 범위를 넓히고, 사용자에게는 노동자와 교섭할 책임을 더 크게 지웁시다.

[반대] 노조가 맘대로 파업·점거하는 걸 어떻게 그냥 둡니까. 파업으로 재산 피해를 본 건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또, 사용자가 하청업체 노동조건까지 어떻게 다 책임집니까. 잘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있는데, 일일이 다 교섭할 수는 없습니다.

매우 첨예하죠? 그래서 노사정을 포함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국회도 그 한 축인데, 지금까진 실패의 연속입니다.

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가 '법안 소위'에서 세 차례 논의했는데요. 두 번은 여당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퇴장했고, 야당 민주·정의당은 통일된 법안 하나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한 쪽은 “절대 안 된다”는데, 주장하는 쪽에선 입장 정리도 안 돼 있으니, 조율은 불가능했죠.

■ 새로운 소식은?

오늘 간담회에서도 '찬성' 주장이 반복됐습니다. 딱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게, 토론회든 기자회견이든 그동안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거의 매주 열렸습니다. 노동계 단체들이 만든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와 민주노총 중심이었죠. 오늘 좌담회에서도 이런 얘기 나왔습니다.

“똑같은 내용을 계속 설명해온 것 같네요. 이런 얘기는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국회의 시간입니다.” (김혜진 운동본부 집행위원장)

관련 토론회와 기자회견은 이어져왔고, 노동자들은 연말 오체투지까지 벌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논의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주목할 만한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법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하기로 한 겁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① 현행법상 '근로자' 규정, 바꿉시다. 특수형태근로자(화물차 기사, 학습지 교사 등)와 플랫폼 종사자(배달 라이더 등)도 포함하도록 넓힙시다.
② '사용자' 개념도 확대합시다.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더라도, 노동 조건을 실제 결정하는 사람을 사용자로 봅시다.
③ 국제 기준에 맞게, 합법 파업 범위도 넓힙시다.
④ 노동자 개인에게 기업이 손해배상을 내는 건 금지합시다. 노동권 위축 목적의 소송은 '각하'할 수 있도록 바꿔 봅시다.


■ 앞으로는 어떻게?

인권위 의견에는 노동계 주장이 사실상 그대로 담겼습니다. 반론이 거센데도 말이죠. 인권위 내에서는 “현재 개정안에는 위헌 요소가 있다, 통과되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6일) 좌담회에서는 인권위 관계자가 참석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진=박민규 기자)
인권위로서는 큰 결정을 한 셈입니다.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을 계기로 사회적 논의는 촉발됐는데 별다른 진전이 없으니,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더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 달라는 주문으로 읽힙니다.

좌담회에 나온 인권위 관계자는 이런 건의도 했습니다.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반영돼서 입법화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법이 개정되지 않았던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노동권 보장은 사회를 지탱하는 전제 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태영 주무관)

아쉽게도 이런 '소신 발언' 들은 국회의원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민주당 5명, 정의당 1명 의원이 공동주최한 좌담회였는데요. 한 명만 왔습니다. 참석자 20여명 가운데 취재진이 10명 정도, 좌담회에서 발언하러 온 사람이 8명이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 문제가 제대로, 빠르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이은주 정의당 의원)는 말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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