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국산화 기술 ‘KC-1’ 두고 수천억원대 법정 소송
공방 길어질수록 민간 손해액↑
오는 3월 22일 변론기일 예정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6민사부는 삼성중공업과 SK해운, 한국가스공사가 각각 제기한 총액 2000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맞소송 3건을 병합 심리 중이다. 지난달 21일 11차 변론기일을 마쳤고 오는 3월 22일 변론이 속행될 예정이다.
사건은 지난 2018년 3월, 가스공사가 LNG 저장탱크 설계를 맡고 삼성중공업이 이 기술이 적용해 건조한 선박 2척에서 탱크 내부의 냉기로 선체 외판 온도가 허용된 범위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벌어졌다.
외판 온도가 허용 범위 이하로 낮아질 경우, 결빙 등으로 선박의 철판이 깨지거나 영하 163℃의 극저온에서 600분의 1 부피로 액화된 천연가스가 빠르게 기화하면서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선박 운용사인 SK해운과 선박 건조사인 삼성중공업은 런던해상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고, 중재원은 KC-1 시스템의 설계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가스공사가 중재원의 설계결함 판정을 인정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공사 측은 “런던해상중재에 가스공사는 참여 할 수 없었다”며 “중재 판정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삼성중공업과 SK해운이 ‘유리섬유 채움 불량’ 등 시공 및 수리결함은 중재에서 다투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삼성중공업과 SK해운이 2019년 발주사이자 KC-1 설계업체인 가스공사를 상대로 각각 수리 비용 등에 따른 손해와 설계결함에 따른 선박 가동불능으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가스공사도 이듬해 SK해운을 상대로 LNG 운송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맞청구하면서 책임공방이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법정공방이 길어질수록 해운사의 손해가 수천억원대로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해운사는 일반적으로 화주와의 장기운송계약을 전제로 빚을 내 선박을 건조하고 화주로부터 운송비를 받으면 차입금과 이자를 갚는 구조인데, 선박을 운용하지 못하면서 빚과 이자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KC-1 기술은 국내 조선업계가 전세계 LNG 운반선 건조 시장의 80%를 점유하면서도 LNG 저장탱크 기술은 갖추지 못해 기술 독점업체인 프랑스 GTT에 LNG 운반선 1척마다 100억여원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가스공사가 국책과제로 추진한 사업이다.
가스공사는 국책과제 수행자로 지난 2004~2014년까지 10년 간 KC-1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 개발에 정부출연금 83억7000만원을 포함한 연구개발비 197억원과 제작비 230억원 등 총 427억원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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