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화장실까지 … 모텔같은 룸카페에 10대 들락날락
미성년 출입불가 시설이지만
교복 입은 학생들까지 이용
허가 아닌 신고만으로 운영
시설점검 안받고 단속 없어
"당국 청소년 일탈 방치" 비판
최근 업그레이드된 일부 룸카페가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모텔과 거의 똑같은 시설을 갖춰 놓고 영업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형태의 유사 숙박영업이 불법임을 인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관리감독에 나서지 않아 청소년들의 일탈 행위를 사실상 방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기자가 서울 시내 룸카페를 방문해 확인해본 결과 한 룸카페는 카드를 찍고 들어가는 출입문과 방 안에 화장실이 있는 등 완전한 모텔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과거 룸카페는 개방 가능한 문, 간이식 침대와 외부 공용화장실로 구성돼 있어 완전 밀실은 아니었다.
초기에 룸카페 문은 커튼으로 돼 있어 소음 차단에 한계가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폐쇄성이 강한 형태로 바뀌면서 카드키 문까지 등장한 것이다. 또 이 룸카페는 미성년자 여부와 관계없이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으며, 실제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출입하고 있었다.
모텔과 유사한 룸카페는 청소년 출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여성가족부가 고시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에 따르면 청소년 출입금지 시설 형태로 '밀실이나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하거나 이와 유사한 시설'이 적시돼 있다. 이어 설비 유형으로 '룸 내 화장실 별도 설치'나 '침구 비치' 등도 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 출입 금지 업소 기준은 청소년보호법 2조에 의거해 만들어졌다. 해당 법 조항에는 불특정한 사람 사이에 신체적인 접촉과 유사 성행위가 이루어질 우려가 있는 곳에 청소년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룸카페는 2012년 당시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된 '멀티방'의 변종 업소로 성행했다. 과자와 음료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일반음식점'으로 업종을 바꿔 교묘하게 규제를 피해가는 식이다. 현재 룸카페는 '자유업'으로 돼 있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돼 시설물 검사도 하지 않는다.
전부터 룸카페는 청소년의 탈선 장소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였다. 문제가 제기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지금까지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룸카페와 유사하게 밀실의 형태를 갖춘 만화카페도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건 마찬가지다. 2일 충북지역 커뮤니티에 "아이가 만화방 가자고 해서 왔는데 청소년 모텔이네요. 블라인드 뒤에서 학생들이 성행위를 하네요"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사실상 밀실의 형태를 갖고 있는 룸카페는 단속 대상이자 불법"이라며 "기본적인 단속 주체는 각 지역 경찰"이라고 말했다. 민관 합동으로 단속을 하지만 주도권을 쥐고 감시를 하는 주체는 경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룸카페가 밀집해 있는 서울 마포구를 담당하는 마포경찰서에 문의한 결과 룸카페에 대한 정기적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를 총괄해 담당하는 여가부 관계자도 2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 있는 룸카페는 2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관리감독 공백 속에서 청소년들은 룸카페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룸카페 아르바이트생의 후기에는 "미성년자 손님이 많고 이들이 모텔처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게시물 중에는 "16세인데요. 여자친구랑 룸카페에서 스킨십을 해도 괜찮을까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을 룸카페에서 만났다'고 응답(복수응답)한 청소년은 20%였다. 지난해 7월에는 20대 남성이 초등생을 데리고 룸카페로 가 성추행을 한 사건도 있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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