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바구니 물가 또 들썩대자…정부, 설 앞두고 식품회사 대거 소집

하수정/황정환 2023. 1. 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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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벽두부터 기업 소집령 내린 정부
"물가 안정 협조" 요구할 듯
공공요금 인상·곡물가 재상승 등 변수
"정부는 수입 콩 한번에 30%올려놓고
기업 가격인상 자제하라니.."
사진=뉴스1


연초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대자 정부가 식품기업들을 대거 소집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설 명절을 앞두고 가공식품이 줄인상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올해 공공요금 인상, 세계 곡물가 재상승 가능성 등의 불안 요인이 도사리고 있어 기업 압박만으로 물가를 잡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설 앞두고 물가 잡기 나선 정부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2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식품업계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롯데제과, 오리온, 농심 등 10여개 식품업체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간담회는 올해 농림부 업무계획을 식품업계에 설명하는 자리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회의 안건에는 물가안정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이후 지난달 까지 7개월간 총 5차례 식품기업들을 소집해 물가안정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달 9일 회의 이후 한달여 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식품수출 등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전달하면서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에도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달 말에 이어 이달 초까지 가공식품과 생필품 가격은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동서식품의 맥심 커피믹스, 풀무원 두부, LG생활건강 샴푸, 롯데칠성음료 생수를 비롯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빙그레 투게더 아이스크림, 해태제과 고향만두 등 전방위로 가격인상이 이뤄졌다.

‘물가 방파제’를 자처해온 대형마트 자체브랜드(PB)도 인상 대열에 합류한다.  이마트는 조만간 '노브랜드'와 '피코크' 일부 가격을 10% 내외 인상할 계획이다. 지난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던 SPC삼립마저 양산빵 값 인상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급등한 원재료 가격과 환율 급등의 여파가 연초부터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데다 원부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이 누적되면서 'n차 가격 인상 쓰나미'가 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팔 비틀기로는 물가 안정 역부족"

정부가 기업들을 상대로 ‘물가 안정’에 협조하라며 압박에 나서자 일각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역시 국영무역으로 들여오는 원재료 공급가를 올리는 마당에 기업들에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수입하는 대두(콩) 가격을 한꺼번에 30% 가까이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입 대두 공급가격을 ㎏당 1100원에서 1400원으로 27.3% 올린 것이다.

이는 정부가 국영무역 방식으로 aT를 통해 수입해 기업들에 공급하는 물량으로, 국내 유통되는 수입 대두의 78%를 차지한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오랫동안 수입대두 공급가를 동결해 관련사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었다"며 "정부와 협의 하에 국제 시세를 반영해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대두는 두부와 된장, 간장, 고추장, 쌈장, 두유 등에 사용된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중소업체의 두부는 대부분 수입 콩으로 만든다.  수입 대두를 원료로 하는 서민 먹거리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대두 공급가가 한번에 대폭 오른 만큼 제품 가격에도 반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대두 선물 가격은  지난해 6월 부셸당 17.69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후 하락했지만 지난해 말 15.24달러까지 다시 올라가는 등 여전히 불안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도 밀과 대두, 옥수수 등 세계 곡물 가격이 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공공요금과 최저임금 인상 등도 식품가격과 외식가격 등 생활물가를 추가적으로 밀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올해 전기요금 뿐 아니라 지역별로 택시·버스·지하철 요금과 상하수도 요금 등의 도미노 인상이 예고돼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정부가 수입대두 가격을 한꺼번에 30%나 인상하면서 기업들에겐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공공요금과 물류비, 인건비 등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어 올해도 가격 인상 요인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하수정/황정환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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