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출석 발표한 날 임시회 소집 요구···‘방탄’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검찰 출석 일정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이유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날 1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해 김진표 국회의장이 임시국회 소집을 공고했다. 이로써 현역 국회의원인 이 대표는 일정 기간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 체포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방탄 국회’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의 검찰 출석과 임시국회 소집 요구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언제 출석하느냐는 너무 많은 질문에 시달리다 보니, 이번에 정정당당히 조사받고 털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간 오는 10~12일 중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정확한 출석 일자는 제시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새해 벽두부터 출석하기엔 좀 그렇고, 명절을 고려해 설 전인 오는 10일 출석하려는 것 같다”며 “노련한 정치인들은 검찰이 소환하기 전에 먼저 검찰에 가기도 한다. 이 대표도 가더라도 ‘내 타이밍에 간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사례를 참고했을 수도 있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지난해 12월28일 재석 의원 271명 중 반대 161표로 부결됐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인 이 대표도 회기 중에는 불체포특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은 이날 소속 국회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오는 9일부터 1월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긴급한 민생법안 처리 등을 임시회 소집 이유로 제시했다. 국회법상 임시회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 요구로 자동 소집된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이날 1월 임시국회 소집을 공고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는 1월 임시국회 개의 이튿날에 검찰에 출석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오는 6월까지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을 확보했다. 1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국회법상 2~6월까지는 자동으로 임시국회를 열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이 바람직하다는 반응이 다수다. 한 중진의원은 “이 대표가 출석한다면 검찰도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국민이 보기에 검찰 조사도 안 받는다면 특권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가 출석하기로 하면서 동시에 민주당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오얏나무 아래 갓끈 고쳐 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열매를 따가는 것 같다”며 “이 대표 사법 리스크뿐 아니라 그걸 대하는 당의 태도가 문제다. 자꾸 방탄 국회라는 명분을 왜 주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더라도 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승원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지난해 12월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임시국회 마무리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소환 혹은 구속영장 청구 시나리오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다면 정국 경색은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검찰의 이 대표 수사가 ‘야당 탄압’이라는 입장이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1야당의 당수를 구속시킨 전례가 없다”며 “김영삼 당수를 국회의원에서 제명한 박정희 정권은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다면 민주당은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방탄 정당’이라는 여론은 당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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