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블루 프린트』 & 『총상 입은 밤하늘』

김슬기 2023. 1. 6. 17: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난 속 협력은 선을 향한 진화의 증거 『블루 프린트』
미국의 주목받는 시인의 데뷔작을 만나다 『총상 입은 밤하늘』
-재난 속 협력은 선을 향한 진화의 증거 『블루 프린트』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지음 / 이한음 옮김 / 부키 펴냄)

"매일 끔찍한 뉴스만 들려온다. 전쟁과 재난, 질병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인간이 낙관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이 책은 30만 년 전 시작된 인류의 진화는 인간이라는 종을 선한 방향으로 진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지음 / 이한음 옮김 / 부키 펴냄)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예일대 사회과학 및 자연과학 교수는 의사 출신으로 예일대 인간본성연구소 소장과 네트워크과학연구소장을 겸하는 ‘통섭의 대가’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는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 100대 사상가’로도 뽑혔다. 전작 『행복은 전염된다』에서 그는 행복과 불행을 비롯한 감정은 타인에게 전염되며 우정과 환대는 우리를 건강하게, 상실과 이별은 우리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철학, 역사, 인류학, 진화생물학 등을 넘나들며 30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이 책은 남극기지부터 온라인 게임, 개미와 코끼리 사회까지 들여다보면서 ‘인간 본성의 선한 천사’의 발명에 관해 그럴듯한 가설을 도출해낸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인종, 종교, 성별, 이념 등을 이유로 지독하게 반목하지만, 실제로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훨씬 많다. 저자는 이 사실을 호스피스 병동의 의사로 일하며 깨닫게 됐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보편적으로 반응했고,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이 보편적 속성은 진화적 기원이 같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 유전자에는 8가지 청사진(Blue Print)이 돋을새김 되어 있다. 저자가 ‘사회성 모둠(social suite)’이라 부르는 특성들은 진화를 이끌면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삶을 빚어냈다. 개인 정체성을 지니고 알아보는 능력, 짝과 자녀를 향한 사랑, 우정, 사회 연결망, 협력, 자기 집단 선호, 상대적 평등주의, 그리고 사회 학습과 사회 교육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 능력으로 지구상에서 오직 인간만이 좋은 사회를 만들고, 동시에 폭력과 증오의 시대가 ‘우정과 환대의 시대’로 나아가는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 장에서 소개하는 건 난파선 생존자들의 이야기. 난파선에선 인위적 통제가 제거된 인간 본성의 실험이 가능하다. 역사 속 숱한 난파선 생존자들은 식인과 살인으로 생존을 도모하기도 했다. 그러나 1500~1900년 19명 이상의 생존자가 2개월 이상 생존한 사고는 겨우 20건에 불과했다. 살인과 식인 등 끔찍한 비극이 일어난 사건도 있었지만 일부 성공한 조난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훌륭한 리더십, 생존자 간 우정, 협력과 이타주의였다. 1855년 줄리안호는 태평양 실리섬에 난파되어 51명의 생존자가 2달 동안 버텼다. 구조 당시 선원을 구명줄로 구출하는 과정에서 이등항해사가 돈 가방을 옮기려 하자 선장은 소녀를 데려가라고 지시했다. 돈은 잃었지만 소녀는 구조했다. 풀무를 만들어 배를 수리했고 배를 몰겠다고 자원한 이들은 목숨을 걸었다. 생존에 실패한 선원들은 개인주의적 태도를 취한 반면, 식량을 공평하게 나누며 협력하고 민주적으로 리더를 뽑고, 서로를 위해 헌신한 선원들이 생존한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인공지능(AI)과 유전자 편집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인간 본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 예견한다. 저자의 연구소는 AI 로봇과 사람이 함께 조를 짜서 게임을 푸는 과제를 하도록 했다. 실수를 인정하는 로봇이 있을 때 사람들의 상호작용에 변화가 생겼다. 서로 협력을 더 잘하게 된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달리는 도로 위에서도 사람들은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회적 진화’를 해나갈 것이라는 증거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 도달한 책의 맺음말은 그래서 울림을 갖게 된다. “인류 진화의 궤적은 선함을 향해 휘어져 있다.”

-미국의 주목받는 시인의 데뷔작을 만나다 『총상 입은 밤하늘』



오션 브엉 지음 / 안톤 허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우리는 서로가 존재한다고 증명하기 위해 서로를 만지는 것 아닐까.”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시인 오션 브엉의 첫 시집이 안톤 허의 번역으로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오션 브엉은 이 시집으로 T.S.엘리엇상(데뷔작으로는 역대 두 번째 수상), 휘팅상, 톰건상, 포워드상을 수상하였으며 뉴욕 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외 다수 매체에서 그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오션 브엉은 뉴욕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1988년 베트남 호찌민 시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 시집에서 할머니와 어머니로 이어지는 자신의 가족사와 이에 얽힌 베트남전이라는 역사, 미국이라는 나라, 퀴어로서의 삶을 날카로운 동시에 따뜻한 언어로 담아냈다. 그의 시는 우리 삶에서 베인 통증처럼 즉각적으로 찾아오는 아픔의 순간들과 사라질까 두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환희의 순간들 모두를 선명한 시어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이 시집은 한국문학을 영미권에 알려온 번역가 안톤 허의 첫 영-한 번역작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한 번 들으면 당신을 떠나지 않는 목소리”라고 극찬한 시집이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2호 (23.01.10) 기사입니다]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