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시스템, 북한 위성 감시할 레이저 관측소 짓는다
레이저 쏘아 위성 추적하는 SLR
미확인·적군 인공위성 대응 가능해
정부 연구소 네 곳과 공동 개발
한화시스템이 북한의 인공위성을 감시할 수 있는 관측소를 짓는다.
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시스템은 올 5월까지 경남 거창군 감악산의 한국천문연구원 부지에 인공위성 레이저 추적(Satellite Laser Ranging·SLR) 관측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화시스템의 SLR 관측소는 2018년 개소한 천문연 SLR 관측소 바로 옆에 지어질 예정이다.
SLR은 지상에서 위성에 레이저를 쏘고, 그 빛이 위성 반사경에 맞고 돌아오는 시간을 재 거리를 측정하는 원리다. 거리는 빛의 속도와 시간을 곱하면 나온다. 기존 SLR은 주로 우주 위험물질이나 아군 인공위성의 위치를 정밀 추적하는 용도로 사용돼왔다.
북한의 인공위성은 국제적으로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반사경이 없다. 하지만 반사경이 없는 경우에도 인공위성 자체에 레이저를 쏘면 빛이 분산되면서 SLR로 돌아오기 때문에 탐지가 가능하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광자가 하나만 돌아와도 탐지가 가능하고 거리 계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은 SLR 관측소를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우주물체 정밀 추적·식별 능동대응 기술(차세대 우주물체 추적 기술)’ 성능을 검증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 SLR은 지상에서 쏘는 레이저가 닿는 면적이 좁아 북한처럼 정보가 불분명한 국가의 인공위성을 정밀하게 관찰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지상에서 우주물체를 관측할 경우 대기외란(대기의 난류로 인해 빛이 퍼지는 현상)으로 영상 해상도가 떨어져 정밀한 관측이 어려웠다.
한화시스템의차세대 우주물체 추적 기술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핵심은 인공별을 이용한 적응 광학 시스템이다. 차세대 우주물체 추적 기술은 관측 지역 주변에 인공별(레이저로 만드는 인위적인 광원)을 쏴 대기외란으로 흐려진 이미지·영상을 보정한다. 대기외란이 어느 정도인지 인공별로 확인하는 것이다. 또 우주로부터 획득한 영상은 거울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선명하게 만들어 고해상도로 변환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우리 상공을 지나는 인공위성을 관측하고, 피아 식별을 정확히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레이저가 닿는 면적이 좁은 문제는 직접 해결할 수는 없지만, 천문연에서 감시 반경이 넓은 레이더 우주감시 장비와 광학감시 장비로 일정한 궤도를 그리는 물체를 확인해 한화 SLR 관측소에 데이터를 넘기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레이저를 쏠 포인트를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의 차세대 우주물체 추적 기술 연구개발은 방위사업청의 조정·통제 하에 국방과학연구소 부설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옛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이 사업 과제를 관리한다. 해당 기술은 추후 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적군 인공위성의 위치와 특성을 파악하면, 정찰을 못 하도록 교란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은 SLR을 군사용으로도 개발 중이다. 요격용 미사일에 적국의 스파이 위성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레이저의 출력을 높이면 그 자체도 무기가 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의 SLR 연구개발에는 정부 연구기관들도 참여했다. 천문연은 SLR 관측시설 부지 제공과 건설 지원, SLR 기술 지원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대구경 광학망원경 제작과 적응광학 시스템 기술 지원을 협력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고등광기술연구소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광기술원도 각각 고출력 레이저 모듈 제작과 고정밀 광학 부품 제작을 지원한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은 군 쪽에서 핵심기술 개발 과제를 배정받아 2025년 완료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한화에서 개발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대학 연구소들이 채우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이 천문연으로부터 ‘인공위성 비행역학 시스템’ 기술을 이전받아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개발에 나서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형발사체(누리호) 체계종합기업 계약을 맺는 등 정부 출연연구기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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