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에 10등급인데 4%대 대출…항의하자 마트 발령

정재우 2023. 1. 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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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금리 때문에 난리입니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7%를 훌쩍 넘었습니다. 이건 평균이니 신용점수가 안 좋은 사람은 이보다 더 높은 금리를 내야 하거나 아예 신규 대출·연장을 거부당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야 할 텐데 여기선 여유자금이 부족해 대출 문을 닫고 있고 1위 대부업체는 아예 대출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이자를 수차례 내지 않아 신용도가 최하 수준인 대출자에게 금리를 전보다 절반 수준인 4~5%로 깎아준 곳이 있습니다. 경남의 한 지역농협입니다.

■ 1년간 6번, 천만 원 넘게 연체돼 '대출제한' 고객에 '4%대 대출'?

지난해 7월 경남 모 지역농협 조합의 지점에 K 씨가 찾아왔습니다. 땅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1억 8천만 원 가량을 빌렸던 K 씨. 대출금리가 7~8% 후반으로 크게 올랐다며 따지러 온 겁니다. 이 지점 대출 담당 직원 A가 K 씨에 대해 조회해 보니 '지급제한'(대출제한)이란 문구가 떴습니다. 최근 1년간 6차례에 걸쳐 총 1,000만 원 넘는 이자를 연체해 K 씨에 대한 농협조합 자체 산정 신용등급이 11등급 가운데 10등급,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체 금리가이드라인으로 살펴봐도 적용되는 금리는 최소 8.9%, 여기에 조합원 자격과 거래 실적 등으로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그나마 낮춰진 것이었습니다. A 씨는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고 높아진 금리를 낮추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이 지역농협 조합장은 직원 A를 불러 "융통성이 없다"며 나무라고 A 씨가 아닌 지역농협 다른 직원을 통해 금리를 크게 낮췄습니다. 땅 담보대출은 7.18~8.02%였던 금리를 4.25%로, 신용대출은 8.89%나 됐던 것을 5.5%로 확 깎아줬습니다.

당시 신용 1등급이었던 다른 조합원들은 담보대출은 4% 후반에서 5% 초반, 신용대출은 5% 후반에서 6% 초반으로 대출이 연장됐다고 A 씨는 말합니다. 이자도 꼬박꼬박 내면서 우수한 신용도를 유지한 다른 조합원보다 더 낮은 금리를 K 씨에게 적용한 겁니다. 약 1억 8천만 원의 각종 대출 금리가 7~8%대에서 4~5%대로 확 낮아지면서 K 씨는 연간 600만 원 넘는 이자를 덜 낼 수 있게 됐습니다.

■ 9월에 추가 대출 "불가능" 안내하자 갑자기 마트 발령

그리고 두 달 뒤 K 씨는 또 지역 농협을 찾아와 땅을 담보로 5,000만 원 대출을 신청합니다. 그런데 직원 A가 감정평가업체에 의뢰하니 이미 다른 대출을 받은 상태인 데다 나무가 너무 많아서 담보 가치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조회해 보니 K 씨의 자체 신용등급은 9등급, 여전히 최하 수준으로 마찬가지로 '지급 제한' 판정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며칠 뒤 K 씨는 다른 직원을 통해 금액이 늘어난 6,000만 원 대출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때도 금리는 연 4.25%, 공교롭게도 7월에 담보 대출을 연장할 때 적용해주던 금리가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A 씨는 갑자기 하나로마트로 발령이 납니다.

조합장을 찾아가 이유를 묻자 "지금 어수선하니 잠시 두 달만 가 있으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부당인사라고 생각해 조합 상임이사를 찾아가 얘기했지만 "지역농협은 은행도 있고 마트도 있다. 왜 좌천이라 생각하냐?"는 말만 들었습니다.

기존에 근무하던 지점장, 지역 노사위원회장에게도 하소연했지만 "인사권은 조합장에게 있으니 농협 생활을 하면 참아야 한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 "정치라는 게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며 욕설과 폭언

그리고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갑자기 독대를 요청해서 A 씨가 만나러 가자 이 자리에선 이런 말이 오갔습니다.


지역 농협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선거로 선출됩니다. '정치', '표'라는 얘기는 이런 측면에서 나온 말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조합장은 결국 욕설과 폭언까지 했습니다. 직원 A 씨는 조합이 한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게 아니지 않냐고 했지만 돌아온 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지점 직원 A 씨는 결국 조합장 말대로 두 달 동안 마트에 있다가 지난달 지역농협 다른 지점으로 발령을 받아 은행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대출 관련 업무가 아닌 ATM기 관리 등을 맡고 있습니다. 대상자 5명 가운데 공교롭게 A 씨만 승진을 하지 못했고 괴로운 마음에 정신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조합장 "연체 이자 다 갚았으니 문제없다…발령은 부탁한 것"

취재진이 해당 지역농협 조합장을 만나 묻자 "K 씨와 아무 사이도 아니다"라며 금리 인하에 대해선 "조합원인데 자금 사정이 잠깐 어려워져서 도와준 것이다. K씨가 연체 이자를 다 갚았으니 원래 금리로 정상화되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연체된 이자는 당연히 갚아야 하는 돈이고 이력이 한 번도 아닌 여러 번이 남으면 신용도가 확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자를 갚아도 단기간에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K 씨는 7월에 지역농협 자체 신용등급이 10등급이었고 두 달 뒤엔 9등급으로 여전히 최하 수준이었습니다.

조합장은 또 인사 발령에 대해선 "시끄러워질 수 있으니 두 달만 다른 곳에 가 있어 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승진 누락 의혹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평가가 이뤄졌고, 그에 따라 승진여부가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리와 관련해 시중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 은행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점장이 특정 고객에 대해 금리를 인하하려면 본점에 결재를 올려 여러 명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체 신용점수가 최하 수준이고 연체 기록이 그것도 여러 번 있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역 농협은 농협중앙회와 개별 법인이지만 운영에 문제가 있으면 농식품부의 위탁을 받아 중앙회가 2년 마다 정기 감사를 하고 필요할 경우 특별 감사도 할 수 있습니다.

농협중앙회 측은 이 지역농협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금리 산정과 관련해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정재우 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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