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K예금보험
지난해 12월 예금보험공사가 주관한 글로벌 예금보험제도 연수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20여 개국에서 200여 명이 참석하였다. 우리의 예보제도 운영과 위기대응 경험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의 열의를 실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 위기 때 부쩍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이 한국의 예금보험제도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하면 과언일지 모르겠다.
주요국에 비해 역사가 일천한 한국의 예금보험제도가 외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풍부한 실전 경험과 꾸준한 제도 선진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금보험의 일차적 역할은 부실은행의 예금을 예금자에게 대신 지급하는 것이다. 이를 '지급창구형(paybox)'이라고 하며, 여기에 부실은행 정리 기능이 추가되면 '강화된 지급창구형(paybox plus)'이라 칭한다. 두 유형의 역할은 모두 부실이 발생한 이후에 국한되어 있는데, 이와 달리 사전 위험관리를 통해 부실 예방 기능까지 수행하는 가장 진보된 유형을 '위험최소화형(risk-minimizer)'이라고 한다. 이는 사전예방 기능을 소극적으로 예금보험기금의 관리에 국한하는 경우인 '손실최소화형(loss-minimizer)'과도 구분된다.
전 세계 예금보험기구 중에서 위험최소화형의 사례는 우리와 미국, 호주 등을 포함하여 15% 수준에 그친다. 우리가 이처럼 선진화된 예금보험제도를 갖추게 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겪으면서 리스크 상시 감시, 차등보험료율 제도와 목표기금제 도입 등 제도 개선에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다.
생물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하듯이, 예금보험제도 역시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 특히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디지털화로 특정 부문의 불안이 시스템적 위기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사전대응과 예방이 더욱 중요해졌다.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도입을 준비 중인 금융안정계정은 이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금융안정계정은 정상인 금융회사가 일시적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자본 확충을 지원함으로써 위기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다. 예금보험제도의 출발점이 은행 예금에 대한 지급보증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자본시장 발전으로 비은행금융중개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비예금부채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확대되는 것은 예보제도의 자연스러운 진화인 셈이다.
한편 자본시장 발전과 디지털화의 진전으로 예금보험제도의 예금자 보호라는 전통적 패러다임이 금융소비자 보호로 전환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상품의 다양화와 금융거래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금융소비자의 역량이 이에 못 미치는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를 세계 최초로 운영하는 것은 이러한 방향으로의 첫걸음이다.
한류의 확산은 우리 고유의 정서와 가치가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한 덕분이다. 예금보험공사도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대응을 통해 K예금보험을 더욱 발전시킬 것을 다짐해본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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