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Q 어닝쇼크' 삼성전자…일각 "1Q 반도체 적자 가능성" 관측도

김응열 2023. 1. 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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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전자 4분기 영업익 70%·90%↓…나란히 '어닝쇼크'
쌓이는 재고에 가격 하락…원자재값·판매촉진 등에 비용 상승
빛바랜 '역대 최대 매출'…"하반기에나 재고 소진 효과 나올 것"
시장 "1Q 삼성 반도체, 2.5조 영업손실…감산無 정책 유지 의문"

[이데일리 김응열 이다원 기자]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두 기업 모두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급락하며 ‘어닝쇼크’에 직면했다. 수요 감소로 인해 재고가 쌓이고 원자재값도 상승한 영향이다. 수요 반등의 뚜렷한 계기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재고 소진 효과가 나타날 하반기는 돼야 비로소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픽=이다원 기자)
‘역대 최대 연간 매출’에도…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전년比 69% 하락, LG전자도 91% ‘뚝’

6일 오전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이 70조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을 올렸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58% 줄었고 영업이익은 13조8700억원에서 69% 급감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10조원을 넘었으나, 4분기 들어 3분기 대비 60.37% 감소하며 1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2014년 3분기 4조600억원 이후 최소치이기도 하다.

연간으로는 매출액 301조77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93% 오르며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그러나 연간 영업이익은 43조3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빠졌다.

이날 오후 잠정실적을 발표한 LG전자는 작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으로 65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1.2% 추락했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이 10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18년 4분기 757억원 이후 4년만이다. 매출액은 21조85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2% 늘었다.

연간으로는 매출액 83조4695억원, 영업이익 3조54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2.9% 증가, 12.6% 감소한 수치다. 연간 매출액이 80조원을 넘은 건 처음이다.

서울시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사진=이데일리 DB)
작년 4분기 경기 침체 여파 심화…반도체·가전 전방위 부진

두 기업 모두 경기가 나빠진 탓에 실적 하락의 우려는 전부터 있었으나 4분기 실적은 당초 시장의 컨센서스보다도 크게 밑돌았다. 시장에서 본 4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7조7226억원, 영업이익은 6조8737억원이다. 매출액은 컨센서스보다 3.7%, 영업이익은 37% 적었다. 시장의 연간 매출액 추정치는 304조7210억원, 영업이익은 45조9811억원이었다.

메모리 반도체가 급격한 수요 부진을 맞았다.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하면서, 전반적인 재고조정 영향으로 4분기 구매수요가 예상보다 줄었다. 아울러 공급사들의 재고 증가에 따른 재고소진 압박이 심해지면서 메모리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가격 낙폭도 당초 전망보다 확대됐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의 4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중반대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이 8조84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한 셈이다. 일부에선 3000~6000억원대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4분기 DS부문 영업이익으로 6000억원을, KB증권은 3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과 가전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스마트폰의 판매와 매출이 줄며 이익이 감소했다. 가전 사업은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돼 수익성이 악화됐다.

LG전자 역시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증권가는 LG전자의 4분기 매출액을 22조7202억원, 영업이익은 4207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실제 잠정 매출은 컨센서스보다 3.7% 낮고, 영업이익은 무려 84% 적다. 연간 실적으로도 컨센서스보다 매출액은 1%, 영업이익은 9% 낮다.

그간 실적을 이끌어온 가전사업이 부진했다. H&A(생활가전)사업본부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가전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된 가운데 시장 경쟁도 심화되면서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비용 증가와 물류비 부담 지속 등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 역시 실적이 하락한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TV 수요 감소와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에너지 공급 불안정 등 지정학적 이슈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마케팅 비용과 유통재고 정상화를 위한 판매 촉진 비용 등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분기와 3분기에는 영업손실을 봤는데 4분기 역시 적자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VS(전장)사업본부의 경우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나며 연간 기준 흑자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품 개발 비용 등을 포함했을 때 흑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의 경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업은 견조한 성장 기조를 보이겠지만 IT 제품 수요가 줄면서 B2B(기업간거래) 사업의 경우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재고소진 효과 나타날 하반기에나 반등 가능…삼성 감산설 솔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수요가 반등할 계기가 마땅치 않다. 실적이 개선되려면 그간 쌓인 재고가 소진돼야 하지만 수요가 가라앉은 탓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일부에선 반도체사업의 적자 전망마저 내놓는 상황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2조50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전환할 수 있다”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삼성전자의 공급 전략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예측이 고개를 든다. SK하이닉스(000660)와 키옥시아,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작년부터 줄줄이 감산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삼성전자는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의 공급정책 수정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만큼 삼성전자가 ‘감산은 없다’는 정책을 고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반등은 재고 소진 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부터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투자 축소로 인한 공급 축소 효과는 상반기보다, 재고가 줄어든 하반기에 집중될 전망”이라며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전시장도 유사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가전 역시 경기 침체에 따른 여파를 직격으로 맞으면서 재고가 누적된 상태다. 원자재 가격도 올라 수익성이 나빠지는 가운데, 재고를 털어내기 전까지는 실적 저하가 불가피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황이 닥치면 주택과 더불어 소비를 가장 먼저 줄이는 게 가전제품”이라며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인플레이션 심화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라며 “올해 가전 실적은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전은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데, 수입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요인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며 “재무적 변수를 잘 관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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