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 파멸적 과시욕 향한 풍자…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김정진 2023. 1. 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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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SNS)는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타인에게 전시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는 타인의 관심에 목마른 한 여성이 고통과 우울을 꾸며내고 전시하는 모습을 통해 'SNS 세대'의 나르시시즘(자기애)을 향한 신랄한 풍자를 담아냈다.

전시회에서 모두가 토마스에게 주목하자 소외감을 느낀 시그네는 심한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며 거짓말을 하고, 숨을 못 쉬는 척 쓰러지는 연기까지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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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소셜미디어(SNS)는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타인에게 전시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게시되는 사진과 영상 대부분은 맛있는 음식, 친구들과의 술자리, 해외여행 등 소위 즐겁고 기쁜 순간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사고로 인한 입원이나 투병 소식, 가까운 가족 또는 지인의 죽음 같은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기도 한다. 행복으로 꽉 찬 SNS 피드 속 한두 가지 슬픈 소식은 더욱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는 타인의 관심에 목마른 한 여성이 고통과 우울을 꾸며내고 전시하는 모습을 통해 'SNS 세대'의 나르시시즘(자기애)을 향한 신랄한 풍자를 담아냈다.

시그네(크리스티네 쿠야프 토르프 분)는 어딜 가나 주목받고, 화제의 중심에 자신이 서 있기를 바라지만 사람들은 평범한 카페 직원일 뿐인 그에게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반면 애인 토마스(아이릭 세테르)는 주목받는 아티스트가 되어간다. 훔친 가구를 다시 전시하고 판매하는 방식의 행위예술을 해오던 그는 오슬로 최고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잡지 표지까지 장식한다.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사람의 사랑은 평범한 연인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개 물림 사고로 쓰러진 손님을 구한 시그네의 무용담이 대화 주제가 되자 토마스는 자신의 개인전 이야기로 화제 전환을 시도하고, 시그네는 그런 남자친구를 거리낌 없이 깎아내린다.

전시회에서 모두가 토마스에게 주목하자 소외감을 느낀 시그네는 심한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며 거짓말을 하고, 숨을 못 쉬는 척 쓰러지는 연기까지 선보인다. 그 와중에도 토마스는 자신이 하던 말은 마저 끝내겠다며 자신에게 집중해 달라고 소리친다.

결국 시그네는 사람들에게 관심받기 위해 피부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을 불법적으로 구해 섭취한다. 얼굴과 몸이 흉측하게 부어오르는 병을 얻게 된 그는 애인과 친구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얻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못한 채 더 많은 거짓을 꾸며내기 바쁘다.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SNS가 보편화된 세상에서 자기과시적 성향이 개인을 어디까지 파멸시킬 수 있는지를 세련된 블랙코미디로 그려냈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악화하는 시그네의 중독적인 자기과시 행태, 불분명해지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는 한 편의 소름 끼치는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작품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은 "끔찍한 것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좋아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우아한 방법으로 이 불편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11일 개봉. 15세 관람가. 97분.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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