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교회 성탄절에 6~7일 휴전" 일방 선언, 왜?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6~7일 일시적으로 휴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최근 마키이우카 임시숙소 폭격 등 피해를 복구하고 군을 재정비함과 동시에 휴전을 거절당할 경우 국내 선전 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도덕적으로 깎아내릴 의도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제안을 일축했다. 한편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과 장갑차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5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6일 정오부터 7일 자정까지 36시간 동안 모든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은 이날 성명에서 "전투 지역의 많은 거주민들이 정교회 신자임을 감안해 우리는 우크라이나 쪽에서도 정교회 성탄 전날과 성탄절 당일에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휴전을 선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는 신도들이 성탄 예배를 볼 수 있도록 "모든 진영"에 6일 정오부터 7일까지 휴전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16세기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제정한 그레고리 달력이 아닌 고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정한 율리우스 달력을 따르는 정교회 성탄절은 오는 7일이다. 그러나 2019년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독립한 우크라이나 정교회(OCU)는 지난해 처음으로 개신교 및 가톨릭에서 따르는 그레고리 달력 기준 성탄절(12월25일)에도 성탄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우크라이나 쪽은 휴전 선언이 "위선"이라며 비난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소셜미디어(SNS)에 "일시적 휴전"이 가능한 유일한 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떠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조금의 의지도 없다"며 일시적 휴전 제의가 "진부한 속임수"라고 비난했다. 러시아군은 성탄절 전날인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폭격해 남부 헤르손에서만 최소 10명이 숨졌다.
푸틴 대통령이 종교 기념일을 구실로 일시적 휴전 제의를 던진 것이 군 재정비를 위함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연설에서 러시아가 "성탄절을 은신처 삼아" 우크라이나의 전진을 막고 더 많은 병사를 전선으로 데려오려 한다고 비판했다.
서방도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휴전 제안에 대해 "지난달 25일(성탄절)과 새해 첫날에 병원과 교회를 폭격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푸틴이 "잠시 숨을 돌리려 하는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휴전 제안을 "거의 믿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휴전을 "휴식과 재정비 기회로 삼아 궁극적으론 재공격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도 소셜미디어에 "푸틴 대통령이 평화를 원한다면 병사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고 그러면 전쟁은 끝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짧은 휴식 뒤 명백히 전쟁을 계속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되지 않은 휴전이 성립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푸틴 대통령이 제의를 던진 것은 대외적 이미지 개선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쪽이 거부할 경우 자국민에 우크라이나를 깎아내리고자 하는 의도라는 추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쪽이 휴전 제안을 일축하자 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 우크라이나가 "서방을 위해 자국민을 희생시킨다"고 비난했다. <타스>는 드미트리 폴리얀스키 유엔(UN)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가 소셜미디어에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정학적 게임을 위해 나라와 국민을 희생시키고 신성한 것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방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정치분석 연구소 R.폴리틱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정교회 성탄절 휴전은 러시아가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논리와 상당히 일치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휴전 선언을 통해 국외 이미지 개선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5일 바이든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화 회담을 가진 뒤 미국과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두 번째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날 보병전투차량인 브래들리 장갑차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래들리 장갑차는 탱크(전차)로 분류되진 않지만 25mm 기관포와 토(TOW) 대전차 미사일 등을 장착해 상당한 지상전 수행능력을 갖췄다. 독일도 보병전투차량인 마르더 장갑차를 보내기로 했다. 프랑스도 전날 AMX-10 RC 정찰장갑차를 지원하기로 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5일 브래들리 장갑차가 "전차는 아니지만 전차를 파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전차를 공급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서방은 제공을 꺼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5일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전년 대비 30.4%나 하락해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쪽은 전쟁이 끝난 뒤 국가 재건에 필요한 비용이 7500억달러(약 95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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