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사사건건] “한국 정치 언어영역 70점”…‘정치 막말’ 없애려면 카메라 줄여라?
"우리나라 '정치 언어' 70점…낙제 면할 정도"
"팬덤 정치, 정당 기능 약화 때문…정당 규제 없으니 본인이 주목 받으려고 강한 언어 사용"
"미국은 케이블TV 1곳이 상임위 중계 담당, 한국은 수십대 카메라들이 국회의원들 연기 부추기는 환경"
"최근 우리나라 공직자들 반문체 사용…국회에 충실히 설명해야 하는데 '어쩌라고'식 무시"
"윤 대통령, 검찰총장 출신으로 '법의 언어' 사용…정치에 가까운 책임 보여주는 언어 쓰길 기대"
■ 방송시간 : 1월 6일 (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정치학 박사
https://youtu.be/FZT8BvvlVYA
◎범기영: 여의도 사사건건 시간입니다. 이번 주에는 새로운 정치, 정치 개혁 이야기 계속해오고 있는데요. 그동안은 선거 제도 이야기가 주로 이어졌는데 오늘은 정치 언어 영역 시간입니다. 정치인의 말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 오늘 한 번 짚어보죠. 국회 미래연구원의 박상훈 연구위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상훈: 안녕하세요?
◎범기영: 제가 언어 영역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국회에서 국회의원들 교육도 시키고 그러시는 거죠?
▼박상훈: 아니요. 뭐 이렇게 관심 있는 분들이 초청하면 가서 강의하거나 뭐 그러는데...
◎범기영: 초청을 별로 못 받으실 것 같은데요, 그러면?
▼박상훈: 생각보다는 많이 해왔습니다.
◎범기영: 그런데 교육을 하면, 강의를 하면 뭔가 좀 바꿔보겠다, 이런 결심들을 하고 좀 그렇긴 합니까, 부르시는 분들은?
▼박상훈: 의원분들 가운데에는 말이 좋아져야 된다고 하는데, 문제의식을 같이하는 분들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그런 분들이니까 연락해서 또 모시겠죠. 그런데 막상 상임위 회의장 이런 데 가보면 그렇게 잘 안 되니까. 우리 정치 언어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쯤 주시겠습니까, 그러면?
▼박상훈: 70점 정도면 어떨까 싶네요.
◎범기영: 생각보다 높게 주시는데요?
▼박상훈: 아마 생각보다 높게 느껴지는 건 그래도 중남미 민주주의 국가들이나 동유럽 민주주의 국가들 또 미국이나 지금은 프랑스나 이탈리아도 말들이 좀 많이 나빠져서 그런 데 비하면 아주 최악은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그래도 70점이면 대학에서 가르치는 분들 입장에서는 낙제를 좀 면한 정도다. 그래서 여전히 바뀔 게 많은 걸 -30 정도 이렇게 빼는 걸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매일매일 여야 의원들 모셔서 이렇게 정치 대담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어서,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높게 매겼다. 높은데, 또 비교해보면, 남미나 이런 데랑 비교하면 그래도 최악은 아니다, 그렇게 평가하시는군요. 정치에서 언어, 왜 중요하다, 이렇게 설명하시겠습니까, 그러면?
▼박상훈: 독대 정치는 힘으로 하는 정치를 가리키고 민주 정치는 말로 하는 정치죠. 왜냐하면, 민주 정치는 정치를 운영하는 분들이 시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되고 동의라고 하는 건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말로 이루어지죠.
◎범기영: 그렇죠. 설명하고 설득해야죠.
▼박상훈: 그리고 또 어떤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되는데, 그 책임진다는 것도 일종의 말로 하는 행위인 면이 있습니다.
◎범기영: 책임진다는 게 뭔가 행동도 있지만, 그전에 일단 말이 있어야 되는군요.
▼박상훈: 그렇죠. 법을 만드는 것도 말로 시작하고 마지막에 쓰여지는 거는 쓰여진 말로 운용이 되고 법 집행도 결국은 말을 동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실 정치의 거의 전부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언어죠, 말이고.
◎범기영: 그러네요. 그런데 말이라는 건 이렇게 의사소통하다 보면, 저도 지금 제스처를 쓰고 있고 표정도 사용하고 이렇잖아요? 정치 과정에서도 이런 것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까?
▼박상훈: 민주 정치는 대개 극장에 비유를 할 수 있어요.
◎범기영: 극장이요?
▼박상훈: 정치학자들도 그렇게 비유하는 분들이 많이 있죠.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원망, 이익, 요구, 권리 이런 것들을 대표해서 정치라는 무대 위에 올라가서 연기를 해야 되는 분들이죠. 시민 관객은 그걸 보고 약간 좀 화도, 같이 공분도 해 주고 때로는 공감도 해 주고 우리 현실에서는 저게 최선이겠구나, 라고 동의도 받는 과정이기 때문에 정치에서의 언어는 표명된 말만이 아니라 쓰여지기도 하고 손짓으로도 이루어지고 무엇보다도 표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표정에서 사람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언어를 쓰는 사람이 결과적으로는 좋은 정치인이 되죠.
◎범기영: 그러네요. 슬플 때는 같이 슬퍼하는 모습이 얼굴로도 보여야 될 것 같고, 말투도 달라질 테고, 아마.
▼박상훈: 그렇죠.
◎범기영: 아마 주권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공감하는 지도자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요즘 보면 참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러면 좋은 정치 언어라는 어떤 특성이 좀 있는 겁니까?
▼박상훈: 우리가 정치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 정치 없는 시민들의 자연 상태에서는 갈등도 있고 적대도 있고 미움도 있기 때문에 정치의 영역에서 그런 문제들이 좀 해소되기도 하고 때로는 해소될 수 없는 것은 서로 조정해서 타협으로 서로 불만족스럽지만, 이 정도에서 우리가 감내해야 되겠구나, 라는 걸 조정해내는 역할을 하는 거죠. 좋은 정치를 하는 데 있어서 정치 언어는 그런 가능성들을 일궈주는 거고, 나쁜 정치의 언어는 있는 가능성마저도 구현하지 못하도록, 그래서 좋은 정치 언어가 사용되지 않을 때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상처받을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있죠.
◎범기영: 있는 갈등도 조정하고 타협해서 결과를 끌어내야 되는데...
▼박상훈: 그렇죠.
◎범기영: 때로는 오히려 없는 것도 만들어내고 있는 걸 격화시키고 이럴 수도 있다. 우리 국회에서 오간 말들 잠깐 좀 듣고 이어갈까요? 지금 만약에 방한이라서 아이들과 같이 계시다면 이 영상 시청 지도해 주셔야 될 수준입니다. 함께 보시겠습니다.
21대 국회 3번째 국정감사 (지난해 10월)
여야, 시작부터 막말·낯뜨거운 언사
<녹취> 이만희 /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10월)
왜 여기, 본인 이야기만 하고 말아요! 의사진행 발언 받았잖아요!
<녹취> 김교흥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0월)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지금!
<녹취> 이만희 /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10월)
누구한테 버르장머리라 그래요, 지금!
<녹취> 김원이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0월)
좀 가만 계세요.
<녹취> 강기윤 /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10월)
니나 가만히 계세요.
<녹취> 김원이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0월)
니나요?
피감기관장 향한 거친 '말말말'
<녹취> 권성동 /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10월)
이 둥지 저 둥지 옮겨가지고 사는 뻐꾸기에요?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어요.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 합니까.
<녹취> 노웅래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0월)
김문수 위원장은 한마디로 맛이 갔든지 제정신이 아니에요.
'서해 공무원 피격' 관련 부적절한 표현까지…
<녹취> 주철현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해 10월)
(공무원이) 근무시간 중에 도망쳐 나와서 다른 데서 다른 '뻘짓거리'하다가 사고를 당해 죽은 경우도 똑같이 이게 공상으로 인정하자는 거랑 마찬가지 이야기입니다.
국회에서 열린 '막말 경연회'…
부끄러움은 국민 몫?
◎범기영: 자막에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냐, 이런 게 나갔는데. 왜 이렇게까지 가는 걸까요, 그런데?
▼박상훈: 궁극적으로 보면 정당의 기능이 약해져서입니다.
◎범기영: 당의 기능이 약해져서.
▼박상훈: 우리는 특정 정당이 공천한 공직 후보자를 선택해서 그에게 공직자라고 하는 걸 앉힙니다. 그러면 정당은 그 가운데 본인들의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나 윤리, 규범에 맞게 사람을 공천하고 또 그렇지 아니하면 그를 제재할 수 있어야 되는데 그 기능이 약해진 게 하나입니다. 그게 약해졌다는 얘기는 정치가 엘리트 정치가 됐다는 것, 명망가 정치가 됐다는 걸 뜻합니다. 개인의 자유가 너무 많아지는 거죠. 그러면 개인의 자유가 많아지면 본인이 주목받고자 하는 그 열정을 감추기가 어려운 거죠. 그러니까 누구나 다 여론에 더 주목받고자 하는 언어들을 쓰고 이게 다시 정당에 의해서 규제되지 아니하니까 이게 확산 되는 거죠. 그 중간에 또 팬덤 정치라고 하는 문제가 최근에 이런 사안을 좀 격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그런 이제 명망가 정치, 스스로 돋보이고자 하는 정치인의 이런 욕망, 이게 막 폭주하고 있는데 그걸 보고 박수를 친다는 거죠, 오히려?
▼박상훈: 그렇죠.
◎범기영: 그거를 통제해야 되는데. 그런데 저렇게 되면 실제로 세게 말한다고 말을 잘 듣게 되지 않잖아요. 저희 실제로 부부싸움 할 때 생각해보세요. 상대가 세게 이야기한다고 잘 들리진 않거든요.
▼박상훈: 그렇죠.
◎범기영: 정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박상훈: 전체적으로 보면 설득력 있고 신뢰할 만한 말을 하는 사람이 존중받게는 돼 있죠. 하지만 지금 정치의 또 한 측면은 열혈 지지자들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이분들이 단순히 그냥 지지를 강하게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돈도 기부하고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문자로 폭탄이라는 걸 날리기도 하고 그러니까 당장은 그렇게 말을 세게 하거나 나쁘게 하는 사람들도 이득을 보는 면이 있습니다.
◎범기영: 단기적으로는.
▼박상훈: 대표적인 건 후원회 상한선을 맞추는 순위는 대개 말이 센 분들이 상한액을 많이 맞춥니다.
◎범기영: 그분들 계좌가 빨리 차는군요. 아니, 그런데 그게 물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가 될 것 같긴 한데, 어떤 게 먼저입니까? 그런 나쁜 정치인, 나쁜 정치인의 말이 먼저입니까? 아니면 팬덤이라고 하는 그런 강성 지지, 이런 게 먼저입니까?
▼박상훈: 팬덤이 먼저죠.
◎범기영: 팬덤이 먼저다.
▼박상훈: 그 팬덤을 허용한 것은 정당 정치가 안 된다는 뜻입니다. 정당 정치는 그 사회의 수많은 갈등들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특별히 그 기능에 기대를 걸고,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힘들여 노동에서 얻은 성과 가운데 일부를 예산으로 넘겨준 걸 다시 정당들에게 국고로 보조를 해 주죠. 공적인 역할이 있죠. 거기에 속한 의원들이 사회적으로 책임 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격려도 해줘야 되지만 때로 징계도 하고 회초리도 들어야 되는 게, 그게 정당의 역할이죠. 그것이 약해지면 팬덤이 세지고 팬덤이 세지면 거기에서 여론을 동원해서 이득을 보려는 사람이 다시 또 혜택을 보는 구조, 좀 이게 악순환돼버리는 거죠.
◎범기영: 이게 해법 찾기가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앞에 나와 있는 그 지나치게 업돼 있는 정치인들을 뭔가 징계하고 교정해야 된다고 그러면 그 사람들은 몇 명 안 되니까 쉬운데, 이게 팬덤이 문제고 구조가 문제라고 하면 어렵겠는데요?
▼박상훈: 그래서 정당이 필요한 겁니다. 우리가 팬덤을 불러일으키거나 거기에 추종하는 분들을 좀 우리 스스로도 저건 아니다, 라고 야단을 치고 싶어도 그게 생각보다는 시민 사회 스스로는 잘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 정당에게 그 역할을 하도록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권한도 재정도 줬으면 거기에 책임져야 됩니다.
◎범기영: 민주당으로 정당이 스스로.
▼박상훈: 그렇죠.
◎범기영: 우리가 수권할 수 있으려면 그 모습부터 바꿔야 된다.
▼박상훈: 그렇죠. 사람들을 화나게만 하는 게 아니라 믿고 맡기면 조금 좋아지겠구나, 그리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조금 더 침착하게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존경하는 사회가 되겠구나, 이런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정당 자체는 공직 후보자 양성 기관이 정당의 정의이기 때문에 그런 공직 후보자를 양성도 하고 제대로 역할을 못 하면 제재도 하는 게 양성의 정의라고 부를 수 있죠.
◎범기영: 그러니까 선거 전략, 이런 유권자의 스펙트럼, 이렇게 이야기하면 강성 지지층 한쪽에만 기대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중도 쪽으로 확장해 가는 게 유리하니까, 결국에는 그 이야기네요.
▼박상훈: 정당은 그렇기 때문에 본인들의 정당에게만 유익하면 그건 뭐 이익 집단이죠. 그런데 정당이 특별한 건 본인들의 이익도 추구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사회 공익에도 기여하는 걸 병립하는 데, 병존시키는 데 정당의 능력이 있거든요. 그런데 한쪽만 있으면, 자당의 이익만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공익을 해치면 그거는 공당이나 정당이라기보다는 파당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죠.
◎범기영: 그러네요. 강성 지지층, 당장 돈 쏴주는 그분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계속하면 안 된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문제점은 충분히 지적했는데, 그래도 국회 가까이에서 계속 쭉 보고 계시니까, 뭔가 이 국회의원은 정말 좋은 토론을 한다, 좋은 질문을 하더라, 이런 사례도 좀 소개해 주세요, 새해인데.
▼박상훈: 그래도 대체적으로 국회에 오래 있던 분들 가운데 그렇게 평가받는 분들은 꽤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회는 의장단도 있지만 중요한 국회의 지도급 인사들은 상임위원장들입니다. 상임위원장들 가운데 그래도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원회의 회의를 진행하는데,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번 국회에서는 원혜영 의원이라든지 김세연 의원 같은 분들은 그래도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으로서나 국회의 어떤 중진급 인사들로서는 인정받을 만한 점들이 있고, 그 밖에도 지금 환노위를 이끄는 전해철 의원도 회의를 잘 진행한다는 얘기도 있고, 도종환 의원 같은 분들은 워낙 시인이었으니까 말의 품위나 내용이 좀 있는 분들이라고 부를 수 있죠.
◎범기영: 알겠습니다. 이분들은 사사건건에서 뭔가 하나 드리고 싶네요. 좋은 평가를 받는 분도 물론 계십니다. 책에 쓰신 거 제가 좀 읽어보니까, 미국 의회에는 토론 규칙도 있고 어기면 제재도 한다, 이런 게 있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국회에 보면 윤리위원회가 있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 국회에도 뭔가 좀 그런 것들을 제안하고 실행해볼 만한 그런 여지는 있겠습니까?
▼박상훈: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국회의원 윤리 규범을 조금 더 내용 있게 바꾸는 겁니다. 국회는 입법자들이 일하는 곳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국회는 법을 어기는 것보다 본인들 스스로 지켜야 될 규범을 어기는 걸 더 부끄럽게 여기는 게 의회의 전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법자를 향해서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는 법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스스로 지키겠다는 규범은 좋아져야 됩니다. 그래서 미국의 사례처럼 의원 윤리 규범을 조금 더 내실 있게 발전시키는 게 한 가지 방법이고요. 다른 좋은 방법도 하나 있습니다. 그건 뭐냐 하면, 의원들의 상임위든 여러 회의의 공간에 카메라의 숫자를 줄이는 겁니다.
◎범기영: 카메라를 줄여라?
▼박상훈: 미국은 케이블 TV 한 곳을 정해서 발언하는 의원, 그 가운데 상반신만 찍어서 그거를 여타 방송들이 공유하는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발언하지 않는 사람은 찍을 수 없죠. 그런데 우리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 상임위에 들어가면 카메라가 한 30대, 이렇게 있습니다. 그러면 의원들이 그 카메라를 보고 연기하도록 부추기는 환경이 좀 됩니다. 그 가운데에는 좀 책임 있는 언론의 카메라도 있지만, 또 그렇지 않은 카메라들은 국회의원들의 저질을 기대해서 카메라를 대기 때문에 그거를 좀 줄이고 좋은 양질의 국회 회의 영상을 언론들이 공유하는 방법도 미국처럼, 미국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그것도 한번 고민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범기영: 그런데 한편으로 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러니까 의회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되는지를 시민 사회에서 계속 좀 감시하고 좋게 말하면 참여하고, 이런 과정이기도 한 건데 그거를 카메라의 수를 확 줄이자, 이런 제안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박상훈: 영상으로는 일단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될 거고요, 하나가 한다고 하더라도요. 그리고 우리는 회의록 시스템이 잘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회 홈페이지는 사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의원들 의정 활동의 정보를 접근하는 것은 아주 잘 돼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걸 보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지금대로 하면 만들어지는 영상이 그런 회의록 전체를 차분하게 들여다보기보다는 짧은 영상으로 사람들을 좀 화나게 만들고, 지치게 만들고 하는 면이 조금 있습니다.
◎범기영: 언론도 반성해야겠다, 이런 생각도 드네요. 정치도 정치지만 정치를 다루는 언론도 좀 반성해야겠다. 총리나 장관들 발언도 부적절하다, 이런 지적 받는 사례 적지 않죠? 영상 저희 준비했습니다.
<녹취> 한덕수 / 국무총리 (지난해 12월)
본인이 필요에 따른 이런 좀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 좀 이런 생각들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녹취> 윤건영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해 12월,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수행 비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80분이라는 시간을 낭비하신 거예요.
<녹취> 이상민 / 행정안전부 장관(지난해 12월,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이 시간은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고요. 제가 그 사이에 놀고 있었겠습니까? 위원님. 한 번 상식적으로 한 번 생각을 해보십시오.
<녹취> 김의겸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난해 10월, 법사위)
이 제보를 바탕으로 해서 한 장관께서 윤석열 대통령과 또 다른 술자리를 갖는 게 아닌지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따라다닌 것이라고 합니다.
<녹취> 한동훈 / 법무부 장관 (지난해 10월, 법사위)
그 스토킹의 배후가 김의겸 위원이십니까? 의원님, 저는 다 걸게요. 위원님 뭐 거시겠어요. 저는 법무부 장관직 포함해가지고 제가 뭘 앞으로 어떤 류의 공직이라든지 뭐든 다 걸습니다.
◎범기영: 이상민 장관이 80분 동안 놀고 있었겠습니까, 라고 되물었는데, 전화 통화가 아홉 번 이루어졌는데, 그 80분 동안. 이 장관이 먼저 건 통화는 딱 한 통이었고 대부분 보고를 받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위원들끼리 당이 있으니까, 입장이 다르니까 격하게 주고받는 건 또 그래도 안 되지만 일견 그럴 수 있다 싶은데 국무위원들까지 왜 저러는 겁니까?
▼박상훈: 옛날 로마 공화정의 언어인 오피시움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범기영: 오피시움.
▼박상훈: 공직자다움이라는 뜻이죠. 공직자는 우리가 가진 어떤 권리의 일부를 공익을 위해서 쓰도록, 공권력의 운영자로 권위를 부여한 자죠. 그러면 그 사람들은 그 공직자로서, 다시 말해서 시민들로부터 적법하게 위임받은 주권을 공직자답게 써야 되는 게, 그게 핵심입니다. 그 핵심은 당당함을 동반해야 되고 누가 어떤 어려움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좀 무너지지 않는 권위를 보여줄 수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금 최근 행정부를 운영하는 공직자들이 반문투의 언어가 너무 많습니다. 본인은 설명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 사안에 대해서 담당 부처든 담당 기관은 어떤 일을 했다는 걸 충실히 말하고 그 기초 위에 본인의 제안이나 의견을 말할 수는 있어도 어쩌란 말입니까 식의 반문투는, 그거는 국회를 사실 무시하는 겁니다. 국회는 질문할 권리가 있고 행정부의 운영자들은 그 질문에 충실히 답변하되 마치 어떤 때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뭔가 책임을 모면하려고 하거나 또는 어떤 때는 반문투로 싸움을 일으키려고 하거나, 이거는 둘 다 바람직한 모습은 아닙니다.
◎범기영: 뭔가 자연인, 특정한 어떤 개인을 공격하는 것과 그 공직에 해당하는 어떤 책임을 묻는 건 좀 다르지 않습니까, 국회에서 질문할 때는?
▼박상훈: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말하는 규범의 핵심은 의제, 의안, 우리가 보통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은 결정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의제나 의안이라고 부릅니다. 그 의안에 집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가리킬 때도 그를 가리켜서 거짓말쟁이라거나 못했다거나 이렇게 정형화해서 표현해 가지고 의제의 진행을 막는 건, 그건 규범 위반입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어떤 문제들을 다 사인화해서 개인 문제 비스름하게 만드는 것은 논의의 진전을 오히려 막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범기영: 질문하는 의회 구성원들도 질문하는 태도가 좀 문제가 있고.
▼박상훈: 맞습니다.
◎범기영: 그리고 공직을 수행하고 있는 국무위원들도 자꾸 반문한단 말이죠. 설명을 하는 게 아니라 받아치고 있으니까 논의가 한 발짝도 못 나갑니다.
▼박상훈: 맞습니다.
◎범기영: 지금부터는 대통령 이야기를 좀 하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시대 열면서 여러 차례 소통 강조했습니다. 출근길 문답 몇 장면 보고 이어가겠습니다.
용산시대 소통 상징 '출근길 문답'
<녹취> 윤석열 / 대통령 (지난해 5월)
여기 와서 여러분들하고 자주 소통을 하게 할 겁니다. (출근 때 계속 질문 드려도 되는거죠?) 해주십시오.
윤 대통령 '소통' 의지 강조했지만
점점 벌어지는 간극
<녹취> 윤석열 / 대통령 (지난해 6월)
대통령 처음 해보는 거기 때문에 이걸 뭐, 저, 공식·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 또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이걸 뭐 어떤 식으로 정리해서 해야 될 지 저도 뭐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한 번 국민 여론도 들어가면서 한 번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습니다.
<녹취> 윤석열 / 대통령 (지난해 6월)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습니까?
<녹취> 윤석열 / 대통령 (지난해 7월)
전 정권에 그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다른 질문!
바이든? 날리면? 순방길 논란에...
(지난해 11월 18일)
<녹취> 윤석열 / 대통령 (지난해 11월)
사실과 다른 그런 가짜 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그런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그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써 그런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녹취> MBC 기자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녹취> 이기정 /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
찍지 마세요.
<녹취> MBC 기자
아니, 그럼 질문도 못 해요? 질문하라고 단상 만들어놓은 거 아니에요?
<녹취> 이기정 /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
말씀하시고 끝났잖아. 그렇게 했잖아.
<녹취> MBC 기자
반말하지 마세요.
대통령비서실 "불미스런 사태로 지속 불가"
결국 지난해 11월 출근길 문답 중단…
연내 재개 불투명
◎범기영: 출근길 문답은 저 MBC 기자와 대통령실 간의 언쟁 이후에 중단됐고 출근길 문답이 이루어지던 저 자리에는 가벽을 만들었다죠? 나무로 벽을 쳐서 출근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이건 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박상훈: 공직자, 그 가운데 최고 권력을 가진 공직자가 언론 앞에 서는 것은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그 자체는 좋다.
▼박상훈: 그런데 다만 언론 앞에 서서 나누는 대화의 방법이 그답게, 예를 들어서 최고 공직자답게 이루어지느냐 아니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로 말하는 점에서는 좀 어떻게 보면 서민적인 장점이 있다고 부를 수 있지만, 그러나 정치는 우리가 사인들 간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건 사실 정치를 이렇게 선거를 통해서 뽑고 거기에 큰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고 이러진 않겠죠. 그런데 거기에 맞게 하는 것에는 저는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대통령답게라는 건 어떤 걸까요, 그러면?
▼박상훈: 만약에 선출직이 아닌 사람이라면 사실 그 사람의 말에, 행동에는 그만큼의 큰 책임은 주어지지 않지만, 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리는 행정부 수반이면서 대외적으로는 국가 수반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도 그의 말을 통해서 존중받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에 반대하는 사람도 설령 선거에서는 반대했지만, 그가 행정부를 이끌고 국가의 수반으로서 역할을 잘하게 되면 그걸 인정함으로써 사회가 통합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그게 안 되게 되면 지지한 사람도 실망하고 반대했던 사람은 더 반대하게 되는, 오히려 대통령의 역할 때문에 사회가 더 분열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야 됩니다. 대통령의 자리는 그런 자리입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출근길 문답 과정에서 대통령 입에서 나왔던 발언 중에 그런 측면에서 어떤 게 좀 가장 문제적이었다고 느끼셨습니까?
▼박상훈: 가장 큰 거는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라가야 되는 데는 적절한 경력이 사실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으로 정치 경력을 시작한 정말 특별한 분의 출현이 우리 눈앞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경력으로는 원래는 정치하면 안 되는, 소위 말해서 국가 권력기관 가운데 강제의 부분을 다루는 권력기관의 수장이었기 때문에...
◎범기영: 검찰총장이었으니까.
▼박상훈: 엄밀히 말하면 정치하면 안 되는 분의 경력을 가지셨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모르지 아니하고 선거 결과를 이렇게 만났으면 본인이 그 조건 안에서도 그래도 좀 좋은 정치 언어를 쓰려고 노력해야 되는데 언어의 상당 부분은 법의 언어입니다. 우리가 정치를, 민주주의를 하는 걸 정치를 통해서 하라 그랬지, 법치를 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정치를 법치로 할 수 있다고 하면 법대 나오고 변호사 자격증 있고 법원의 경력이 있는 사람을 앉혀야 되는데 그러면 그건 공안 국가라고 부르지 민주 국가라고 부르지 아니합니다. 대통령이 설령 정치를 익힐 기회가 적었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정치에 가까운 책임을 보여주는 언어를 부디 쓰기를 기대합니다.
◎범기영: 사법의 언어에서 좀 벗어나 주기를 바라는 그런 말씀이시고요. 대통령이 쓰는, 그 말하는 걸 보면 굉장히 직설적이고 솔직하다는 인상은 받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도 장점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잘 쓰면.
▼박상훈: 장점일 수 있죠. 그런데 그것도 정치의 본래 역할을 겸하거나 병행했을 때 그 장점이 살아나지...
◎범기영: 실제로 대통령다운 걸 잘하면서 양념처럼 쓸 때?
▼박상훈: 윤 대통령에게 장점도 아까 말씀하신 대로 서민적이고 자연스럽고 그런 면은 있지만 마치 소집단에서 대화 나누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건 이 한국 사회 전체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로서는, 그거는 안 되는 거죠. 그거는 세상을 너무 편협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은 본인이 책임 있게 저는 교정하셔야 된다고 봅니다.
◎범기영: 교정해야 된다. 그런데 일단 지지율 추이를 보면요, 이게 그냥 진짜 인과관계가 있는 건지 그냥 우연치 않게 맞아떨어진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출근길 문답을 하지 않은 시점부터 지지율이 좀 올라가는 그런 기류는 분명히 있거든요. 물론 인과관계는 확인이 안 된 겁니다. 어때요? 이런 상황에서 안 하니까 오히려 나은데? 이렇게 판단할 수도 있거든요. 출근길 문답은 그래도 하는 게 좋다고 보십니까? 준비를 좀 한다면, 변화가 동반된다면.
▼박상훈: 하되 조금 더 공식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범기영: 공식적이었으면.
▼박상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오래 대통령을 했습니다.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을 언론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미리 사전에 질문을 받지 아니하고 현장에서 즉석 질문을 대통령 임기 내내 했습니다. 저는 그게 권력을 가진 분들이 공적으로 책임지는 한 모습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출근길에 정말로 사적 대화 나누듯이 하는 것은 한계가 조금 있습니다. 그보다는 비판 언론을 포함해서 좀 내실 있는 질문을 할 충분한 기회를 주고 대통령도 그 질문을 대답하는 과정에서 본인도 성장하고 또 행정부 전체도 조금 나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저는 괜찮은 결과를 가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출근길에 그냥 기자들과 사적인 대화하는 것처럼 하지 말고 뭔가 공식적인 회견 자리 같은 걸 자주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주문으로 이해가 되는데요?
▼박상훈: 그렇죠. 어느 나라든 권력을 가진 사람은 언론 앞에 서야 되는 걸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이는 거고 그게 저는 민주주의의 가장 좋은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본인의 어떤 국정 운영에 비전 같은 것도 밝혀보는 경험이 전체 행정부를 통일성 있게 운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저는 그 기회를 좀 부디 제도화시키기를 바랍니다.
◎범기영: 언론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국민들을 상대할 창구일 뿐이거든요.
▼박상훈: 그렇죠.
◎범기영: 기자들은 국민들을 대신해서 질문을 하게 되는 거니까 그런 기회를 자주 만들라. 지금 연초 기자회견도 아직 할 계획조차 발표가 안 되고 있는데, 용산에서 참고했으면 좋겠습니다. 주제를 살짝 바꿔볼까요? 서울 상공 휘저은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 경호 위해서 설정한 특정 공역이 있어요. 거기까지 침범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윤 대통령 발언 거칩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윤석열 / 대통령 (지난해 12월)
북한의 선의와 군사 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 국민들께서 잘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첨단으로 드론을 스텔스화해서 감시 정찰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녹취> 윤석열 / 대통령 (지난해 12월)
우리가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됩니다.
◎범기영: 원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할 수 있는 말이죠. 그런데 상황 관리 차원에서 이게 이렇게 해도 괜찮은가, 이렇게 질문하는 분들이 계시고. 전언 형태로 전달된 것들을 보면 확전 각오, 압도적으로 우월한, 일전불사 결기, 이런 표현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상훈: 군사 안보는 군사주의적인 방법으로도 강화할 수 있지만, 정치의 방법으로도 강화할 수 있고 또 강화하는 방법이 정치의 방법이어야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군사주의적 방법으로 안보를 지키려고 하면 사실상 시민들에게 그게 약간 위협이 되고 협박으로 들릴 때가 많이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쟁의를 하면 일단 그 사안을 깊이 이해해보거나 그 요구와 대화를 해볼 생각보다는 그게 북핵하고 뭐가 다르게,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그러면 세상에 이러저러한 요구를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어떻게 말을 꺼낼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이 노동 문제나 북한 문제 나올 때마다 좀 흥분하고 또 강한 어조를 이야기하는 건 엄밀히 말하면 시민들과 함께 이 사회를 더 단단히 해서 흔들림 없는 일종의 시민 안보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시민들의 입을 막아서 안보를 지키겠다고 하는 건 결국 좋은 결과를 못 낸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군사 정권 때도 우리가 북풍이니 이런 얘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그러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듯이 북핵이나 노동 문제는 좀 다른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이걸 공유하고 좀 더 슬기롭게,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우리 내부만 잘 협력하고 연대하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 이런 메시지가 더 많아져야 그게 제대로 된 안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범기영: 아마 이 상황을 제일 기쁜 표정으로 보는 건 김정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 싼 무인기 하나 보냈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정말. 그런데 이게 좀 더 헷갈리는 건, 이런 모습도 있어요.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막 휘젓고 있을 때 오후 4시 15분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당일에 반려견과 함께 대통령이 출근했다는 사실을 공개했고요. 이 사진이 나온 게 오후 4시 15분이었어요, 저희가 시간을 확인해보니까. 당일 저녁에는 아마 송년 모임도 가졌다고 하고 그다음 날 또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굉장히 강경하게 나가고 있단 말이죠. 그러니까 뭔가 메시지 관리에도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박상훈: 말로는 세게 하는 거고 실상은 그게 차이가 나니까 우리가 신뢰가 잘 안 되는 것이 하나 있고요. 좀 제안하고 싶은 건, 외교 안보 문제는 사실 다 공개될 수 없는 면이 있어서...
◎범기영: 물론입니다.
▼박상훈: 국회에서도 우리가 정보위원회의 역할을 좀 특별하게 다루듯이...
◎범기영: 그렇죠. 비공개 보고를 하죠.
▼박상훈: 외교 안보 사안만큼은 저는 야당에게 대통령이 설명해야 된다고 봅니다. 외교 안보 사안만큼은 여야가 가능하면 대립하기보다는 충분한 정보를 그 안에서 공유하고 시민들 입장에서는 야당이 그 정보를 듣고 판단한 거니까 우리가 직접 듣지 아니하고도 어느 정도는 신뢰감 있는 조치가 이루어지는구나, 라고 믿을 수 있게, 그렇게 하면 좋은데 지금은 북핵 문제나 이런 것이 나오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센 반응을 보여주는 건 결과적으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역할밖에 안 될 거라고 걱정을 하게 됩니다.
◎범기영: 새해에는 정치의 언어가 좀 아름다워지길, 입에 담으면서도 가능할까,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데. 책에 이런 표현이 있어서 제가 말씀을 드렸어요. 정치적이되 아름다워야 한다, 이렇게 책에 쓰셨더라고요. 좋은 예들도 있을 거 아닙니까? 어떤 예를 드시겠습니까?
▼박상훈: 미국에서 애리조나주에서 하원의원 한 사람이 총에 맞아서,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일곱 여 명의 시민들이 죽음을 맞이했던 사건이 있습니다. 그때 오바마 대통령이 그 현장에 가서 한 추도 연설이 꽤 감동이...
◎범기영: 지금 영상이 나가고 있군요.
출처: 유튜브(The Obama White House)
<녹취> 버락 오바마 / 전 미국 대통령 (애리조나 총기 참사 대통령 추모 연설)
우리 모두는 이 나라가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
◎범기영: 침묵을 계속 지키네요. 왜 이 연설을 뽑으셨습니까?
▼박상훈: 이 연설에 오바마는 그 총질을 한 사람을 비난하거나 그러기보다는 정치의 책임을 좀 더 강조했습니다. 우리 정치가 적대와 증오로 물들어지는 것이 그 총을 든 젊은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를 돌아보게 된다는 게 이 연설의 한 메시지였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51초 동안 침묵한 그 장면은, 그때 죽은 아주 어린 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크리스티나라고 하는. 그 아이가 뛰놀 수 있는 세상에는 좀 더 복수나 증오나 이런 것이 아닌 서로 공익을 위해서 헌신하고 서로 인정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그런 정치가 됐으면 한다는 대목, 그 대목에서 본인 스스로도 좀 이렇게... 울컥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범기영: 감정이 올라와서 말을 못 하는 상태이기도 했고 함께 또 그 느낌, 시간을 같이 공유하고 싶기도 했을 거고. 시간이 거의 다 됐는데요, 벌써? 좋은 정치 언어가 좀 더 많아지려면 아까 우리 팬덤 정치 이야기도 했고 의회에서 어떤 규칙, 결의, 이걸 좀 하는 것도 좋겠다, 이런 이야기도 했고, 어떤 게 좀 있으면 좀 더 나아질까요, 한 발짝이라도 나아지려면.
▼박상훈: 일단 개개인의 행동에서는 사실에 대한 존중이 일단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선거가 끝나고 나면 다수당에게 일방적으로 국정을 맡기지 않고 여야가 심의하고 조정하는 국회를 두듯이 우리 사이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나 올바른 판단이라고 하는 것에는 어느 한 편이 독점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대개의 경우 토론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어느 한 편이 무조건 옳기보다는 그사이 언저리에 진리가 있을 때가 많듯이, 여야 사이에서도 저는 공유된 감각이 필요한데, 그 첫째는 사실에 대한 존중이 하나고, 사실을 논란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범기영: 사실은 사실대로 그대로 두고.
▼박상훈: 그러고 나서 그 사실에 대한 판단은 다룰 수 있지 않습니까? 그 사실에 대한 판단을 두고 충분히 논의하고 토론해서도 만약에 오해로 볼 수 없는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면 저는 그때부터는 조정하고 협상해야 되고 타협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앞부분의 과정이 전제가 안 되면 조정이나 타협이나 숙의나 뭐 협상, 이 모든 과정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 사실에 대한 존중, 그 사실에 대한 존중을 두고 누구도 진리를 독점할 수 없기 때문에 여야가 있다는 것, 그리고 결정은 여야 어느 한 편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내려져야 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오랫동안 발전시켜온 정치 규범들을 여야가 새롭게 재조명하고 거기에 따라서 각 정당의 의원들이 좀 더 나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런 변화가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범기영: 2023년 정치는 진짜 한 발짝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이 시간 준비했습니다. 박상훈 위원이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정창화 기자 (hw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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