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소통] 100세 시대의 10년 준비법
하고싶은일 일찍 아는건 행운
파리로 떠나는 그를 제주 공항에서 환송하고 돌아와 새해 첫 글을 쓴다. 전날 밤 우리는 제주도 어촌마을의 소박한 횟집에 마주 앉았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도입부 장면처럼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거친 언어와 정겨운 미소가 교차하는 그런 곳이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었던 그는 계약기간이 종료되어 또 다른 인생을 꿈꾸며 먼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나는 두 달 동안 그의 공간에서 지내기로 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와 나 사이에는 10이라는 숫자가 마치 인연처럼 함께하였다. 내가 직장이라는 안전지대를 떠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되고 그와 나의 나이 차이도 10년이었다. 영화 '인턴'에서 70세 인턴 지망생 로버트 드니로에게 젊은 인사 담당 직원이 묻던 질문에서도 10년의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신의 10년 뒤에 대해 말씀해보세요!(Where do you see yourself in 10 years?)" 이 질문은 '음악가의 마음속에 리듬이 있으면 은퇴란 없다'는 대사와 더불어 내게 묵직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올해 나는 '10년 뒤'라는 콘셉트를 주제로 새 책을 쓰기로 했으며, 이 책은 나의 열 번째 책이 될 예정이다. 길지 않은 인생에서 이런 우연은 흔치 않다. 그러니 어찌 함께 건배를 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그의 안전한 여행과 새로운 10년을 위하여, 그는 나의 내실 있는 제주도 글쓰기와 건강한 10년을 각각 기원하며 힘차게 잔을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10년은커녕 5년, 아니 당장 올해 1년의 전망조차 쉽지 않은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영향력 있는 투자자인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기존과 완전히 다른 시대가 눈앞에 왔다고 말하며 '시 체인지(Sea change)'란 표현을 쓸 정도다. 이전에 겪지 못한 상전벽해라는 뜻으로, 현재 선두 기업이 5~10년 뒤에도 그대로일 것이라 생각하는 건 오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왜 제주도인가? 도피인가 아니면 도전인가? 나도 또 다른 10년의 출발을 앞두고 자기혁신을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잠시 안식의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수록 차분히 자기 성찰을 할 필요가 있으니까. 농토도 돌아가며 휴식을 주어야 지력(地力), 즉 땅의 힘이 복원되고 유지된다. 한꺼번에 불을 지르는 지적화전민으로 산다면 지속가능하기 힘들다. 안식의 본질은 성취중독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시간을 갖는 것.
인간의 지력(知力)에도 잠시의 휴식이 필요하다. 대학교수들처럼 안식년, 갭먼스가 아니라도 일정 주기를 두고 잠시 쉬게 해줘야 한다. 잘 놀고, 잘 쉬는 사람이 곧 능력인 세상이다. 두 어깨가 무거운 리더들의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긴장과 불안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고 그 후유증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직장생활이 쉬운 적은 없었지만, 직장 이후의 생활은 더더욱 어렵다. 나처럼 책과 신문에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면서 사는 '글로생활자'는 주 7일 근무, 1년 365일 일할 때도 많다. 본인이 좋아하고 선택한 일이 아니라면 오래 견디기 힘들다. 직장인들 대상 강연에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질문하면 무슨 일을 잘한다고 답하는 이들이 많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 결과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일찍부터 아는 사람은 행운이다.
새해 내 나이가 몇 살인지 떠올리기 싫지만, 나이를 핑계 대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100세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전략과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일의 개념에도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나는 관성의 법칙 대신 관승의 법칙으로 살기로 했다. 관승의 법칙이 무슨 뜻이냐고? 관승은 내 이름이니 내 방식으로 살기로 했다는 뜻이다. 최고의 콘텐츠는 책과 동영상이 아니라 자기 인생이다. 10년 다시 시작이다.
[손관승 리더십과 자기계발 전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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