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도 아닌 '트럼프에 1표'…드러나는 미국 공화당 난맥상

이홍갑 기자 2023. 1. 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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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하원의장 선출 절차를 진행 중이던 미 의회의사당 본회의장이 술렁였습니다.

의사진행을 돕던 하원 직원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되묻는 듯한 어조로 "트럼프"라고 들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다른 뉴스 진행자인 숀 해니티도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조심하지 않으면 완전 광대가 되기 직전"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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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하원의장으로 추천하는 공화당 게이츠 하원의원(오른쪽)

"도널드 존 트럼프!"

5일(현지시간) 하원의장 선출 절차를 진행 중이던 미 의회의사당 본회의장이 술렁였습니다.

의사진행을 돕던 하원 직원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되묻는 듯한 어조로 "트럼프"라고 들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의원 신분도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원의장 선거에서 '의문의 1표'를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투표자는 플로리다 출신의 공화당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었습니다.

자당의 공식 하원의장 후보인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를 무시하고 벌인 돌출행동이었습니다.

게이츠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우리나라를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만들어 줄 것이며, 하원을 위대하게 함으로써 그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매카시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속이 검게 타들어 갈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앞서 이틀간 이미 6번에 걸친 투표에서 물을 먹고 7번째 투표에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게이츠 하원의원 같은 당 강경파 동료들의 마음을 좀처럼 돌리지 못한 채였습니다.

이날 하루 동안 5차례나 투표가 더 이어졌고, 게이츠 하원의원의 돌발행동도 계속됐습니다.

그는 10번째 투표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고, 이날 마지막 투표였던 11번째 투표에는 정식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장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게이츠 하원의원은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으로 공화당 내 '반매카시'의 선두로 통합니다.

그를 포함해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투표마다 20여 표의 반란표를 계속 던지면서 매카시 원내대표는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별도의 하원의장 후보로 바이런 도널드(공화·플로리다)를 내세우고 그에게 몰표를 던지거나, 기권표 등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흘간 11차례 투표에도 의장은 선출되지 못했습니다.

하원은 일정을 다음 날로 넘겨야 했습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미 하원 다수당(222석)인 공화당의 난맥상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이었습니다.

프리덤 코커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트럼프 인사들'이 주축입니다.

상당수는 2020 부정 선거론을 믿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매카시 원내대표의 의장 선출에 반대 논리는 그가 공화당을 이끌면서 민주당과 지나치게 협상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지도자를 내세워 가열차게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문제는 이제 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도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위대한 (중간선거) 승리를 엄청난 부끄러움으로 만들지 말라"면서 "협상을 마무리하고 매카시를 지지하라"며 매카시 원내대표에 대한 투표를 당부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재선 도전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내 입지가 좁아진 상황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당내 소수파가 의사일정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 대해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AP 통신에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에 대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1964년 이래 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친공화당 성향의 언론도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 폭스뉴스 '폭스와 친구들'을 이끄는 스티브 두시 진행자는 최근 상황에 대해 "공화당의 재앙"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뉴스 진행자인 숀 해니티도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조심하지 않으면 완전 광대가 되기 직전"이라고 말했습니다.

의장이 임명되지 않으면 하원 구성이 지연돼 입법 절차도 차질을 빚게 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홍갑 기자gap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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