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조선에 와 병원 운영하며 고군분투한 로제타의 삶 조명"
기사내용 요약
여성병원 설립·크리스마스 실 도입 한글점자 개발까지
연극 '로제타' 제작 참여 리빙 시어터 첫 내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공동 창·제작 공연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모든 배우가 로제타를 연기해요. 고난도 있지만, 그녀의 삶을 축하하듯이 그려내죠. 관객들이 객석을 떠날 때 '당신도 로제타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연극 '로제타' 제작에 참여한 미국 뉴욕의 리빙 시어터 대표이자 배우 브래드 버지스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옐로밤 연습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제국 시절 활동했던 서양 여성이자 의사인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을 소재로 한 연극 '로제타'가 오는 13일과 14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연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국제공동 창·제작 공연사업의 하나로 선보이는 시범공연으로, 미국의 리빙 시어터와 한국의 극공작소 마방진이 함께 제작에 참여했다.
로제타는 차별대우를 감내하며 살아야 했던 조선 여성에게 근대 의료와 교육의 여명을 열어준 인물이다. 최초의 여성병원을 설립하고 결핵 치료를 위한 크리스마스 실을 도입했다.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특수교사 오봉래와 한국 최초의 여성 양의사 에스더 박을 지원하고 한글점자를 개발했다.
공연은 실제 일기장을 바탕으로 로제타의 '순간들'을 담아낸다. 장애에 관한 인식과 싸움, 여성과 사회, 일제 강점기 정치·종교 문제를 로제타의 시점과 로제타 안의 다른 자아의 시점 그리고 제3자의 시점으로 풀어낸다. 극에선 한국어와 영어가 함께 사용된다. 별도 자막은 없지만 한국어와 영어가 쉽게 어우러지며 극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다.
리빙 시어터 출신으로 연출을 맡은 요세프 케이(김정한)는 수년 전 우연히 방문한 서울 마포구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로제타 셔우드 홀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고 했다. 수많은 외국 선교사의 이름이 남겨진 그곳에 로제타의 이름도 있었다. 그 옆의 작은 기념관에서 보게 된 그녀의 일기장은 영감을 줬다.
"그녀가 써놓은 일기 한 장을 보고 울어버렸다. '나 길을 모르겠사오니 하느님 도와주소서'라고 삐뚤빼뚤한 한글로 쓴 한마디였다. 선교사로 조선에 왔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했다. 15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 살았던 요세프 케이 연출에게 그녀의 삶은 더 와닿았다.
그는 "로제타의 삶을 경험하기에 연극이 가장 좋은 매체라고 생각했다"며 "25살의 젊은 나이에 말도 모르는 조선에 와서 병원을 운영하며 어린아이처럼 고군분투한 그녀처럼, 이 작품도 어린아이 같은 에너지를 뿜어내길 바랐다. 한 사람의 아름다웠던 삶을 조명하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리빙 시어터에서 50년간 활동해온 배우 토마스 워커 등 3명과 극공작소 마방진 배우 5명 등 8명이 출연한다. 성별,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배우들이 로제타를 연기하는데, 리빙 시어터의 앙상블 테크닉을 도입했다. 토마스 워커는 "한 명이 주된 배역을 하는 게 아니다. 배역을 뛰어넘어 물 흐르듯 대사들이 이뤄진다. 누군가의 지휘에 따라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연출된다"고 설명했다.
리빙 시어터는 1947년 줄리안 벡과 주디스 말리나가 창단해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의 시작을 만든 전설적인 극단이다. 세계연극사 중 현대연극의 한 장을 차지할 정도의 명성으로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등 아카데미상을 휩쓴 배우들이 거쳐 갔다. 극공작소 마방진은 장르를 넘나드는 스타 연출가이자 극작가 고선웅이 2005년 창단한 극단이다.
요세프 케이 연출은 "리빙 시어터는 누구와 무엇을 위해 일하냐가 중요한 극단이다.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끊임없이 변화했기 때문"이라며 "로제타 프로젝트를 추진했을 때 리빙 시어터가 바로 떠오른 이유"라고 했다. 브래드 버지스도 "우리는 작품을 만들 때 관객들이 극장을 떠나며 좋은 변화를 갖기를 원한다. 세상을 좀더 좋게 변화시키기를 원하고, 그것이 우리가 계속해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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