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들어온 이름 모를 동반자 [반려인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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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터지기 몇 달 전부터 집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으니, 집에서 식물들과 함께 산 지 이제 3년이 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태계에서는 내가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는 식물들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지금 우리는 이 이름 모를 식물을 그냥 데리고 산다.
따로 이름 붙인 식물은 없고, 이름 모를 식물이 많은 집에서 우리는 맘먹고 새로 화분을 들이지는 않지만 일단 식물이 생기면 함께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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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터지기 몇 달 전부터 집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으니, 집에서 식물들과 함께 산 지 이제 3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이름과 성격을 분명히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꽤 유명한 아이들 위주로 데려왔다. 공기정화에 좋다는 파키라, 분재 가게 사장님이 좋아하는 마삭,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듯한 몬스테라, 생명력이 강해서 초보도 잘 기를 수 있다는 스파티필럼, 토마토와 잘 어울리는 바질 등등.
화분이 늘어난다는 건 식물을 더 데려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건 기본적으로 흙이 늘어나는 것이고, 물이 늘어난다는 것이며, 벌레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집의 습기가 높아지고, 별개의 화분에 심긴 식물들이 점차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화분들에서 자라기 시작한 다양한 종류의 이끼는 생태계의 증거. 이렇게 만들어진 생태계에서는 내가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는 식물들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처음은 괭이밥이었다. 얼핏 보면 색깔이 탁한 클로버 같기도 한 녀석이 작고 노란 꽃을 피웠다. 이름도 아버지가 알려주시기 전에는 몰랐다. 해가 뜨면 그쪽으로 활짝 펼쳐지고, 해가 지면 오므리는 이 식물의 생명력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아무 화분에서나 자라게 그냥 두면 그 화분에 원래 자라는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뽑기는 뽑았는데, 그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화단에 휙 던져버릴 수는 없었다.
나는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작은 화분을 찾아서 흙을 채웠다. 그리고 뽑은 괭이밥 뿌리를 그곳에 툭 심었다. 하루가 다르게 잎이 늘어났고, 괭이밥은 어느새 화분의 흙이 안 보일 정도로 자랐다. 그 속도를 집에서 감당하기가 힘들어 끝까지 키우지는 못했다. 어떤 괭이밥은 죽었고, 어떤 괭이밥은 화단에 옮겨주었다.
눈과 손으로는 구분할 수 있지만 이름을 하나하나 알지 못하는 식물들은 이끼와 괭이밥만이 아니었다. 바깥에 둔 아레카야자 화분에 어느 여름날의 바람을 타고 떨어져 자라기 시작한 다육식물은 지금 여러 화분에서 잘 크고 있다. 물 주고, 화분도 옮겨주고, 다른 화분에 심어서 개체수도 늘려주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녀석의 이름을 모른다.
아버지는 베란다의 물 빠지는 구멍에서 향기별꽃으로 보이는 식물을 발견했다. 해가 뜨면 예쁜 꽃을 펼쳐내던 향기별꽃은 추위에 약해서 우리가 딱 하루 화분을 집 안으로 옮기는 걸 잊은 사이에 얼어 죽어버렸다. 그런데 그 식물의 잎은 너무나 향기별꽃의 잎 같았고,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이 녀석을 화분에 옮겼다. 날이 갈수록 잎은 훨씬 길어졌으나, 꽃은 피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이 이름 모를 식물을 그냥 데리고 산다.
바질 화분에서도 아주 가늘고 긴 식물들이 자라기 시작해서, 벌써 그 높이가 한 해 내내 자란 바질과 맞먹으려 한다. 창문 밖 화분걸이에 두었을 때 어디선가 씨앗이 날아온 걸까? 뿌리가 생각보다 깊던데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 집에는 이름 모를 식물이 또 생겼다.
날이 갈수록 이름은 별로 중요치 않다. 따로 이름 붙인 식물은 없고, 이름 모를 식물이 많은 집에서 우리는 맘먹고 새로 화분을 들이지는 않지만 일단 식물이 생기면 함께 살아본다. 당연히 자기 집인 듯 우리 화분에 자리 잡는 식물들과 살며, 별생각 없는 환대를 배워간다.
안희제 (작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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