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사태'에 안보 신뢰 또 추락… 軍 문책·개편론 대두
합참 전비태세검열 결과 등 따라 책임 소재 가릴 듯
(서울=뉴스1) 박응진 정지형 기자 = 지난해 '대비태세 부실' 지적을 받았던 우리 군 당국이 최근 북한 무인기 대응 및 후속조치 과정에서도 다수의 미비점들을 드러내 그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 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6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에 진입한 북한 무인기 1대가 서울 용산 일대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공식 평가가 나온 시점은 이달 2일이다. 북한 무인기 도발 당일로부터 꼬박 1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4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 군은 북한의 무인기 도발 당일 다수의 전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5대의 무인기 가운데 1대도 격추 또는 포획하지 못해 '작전 실패'란 지적을 받았다.
게다가 당시 대응 작전에 동원됐던 공군 KA-1 경공격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난데다, 이후에도 군은 새떼·풍선 관련 오인 대응, 수십년 전 지도를 사용한 국회 보고 자료, '비사격' 북한 무인기 격멸훈련 등으로 연이어 구설수에 올랐다.
군 당국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한 무인기의 P-73 침범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을 땐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얘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를 '이적(利敵) 행위'로 표현하기까지 했으나, 결과적으로 김 의원의 주장이 맞았고 군의 판단은 틀렸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당장 야권에선 관련자 문책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등 관련자에 대한 문책과 경질 등을 책임지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도 "군이 대통령에게 정확히 보고하지 못한 부분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 일종의 허위보고를 한 셈"이라며 "문책성 인사는 일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다만 이 전문가는 "앞뒤 안 가리고 장관, 합참의장 문책을 얘기하는 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에선 이번 북한 무인기 도발 상황과 관련해 군의 지휘통제는 물론 작전·대비체계에서 문제점이 다수 드러났단 인식 아래 일련의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군의 대비태세 부실이 드러난 게 '처음이 아니다'는 점 역시 "군의 사기 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작년 10월 우리 군이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강원도 강릉 지역에서 동해를 향해 쏜 '현무-ⅡC' 미사일은 정반대 방향으로 날아 와 민가 인근의 군부대 골프장에 떨어져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또 작년 11월엔 역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출격한 공군 KF-16 전투기에서 목표 설정 오류로 유도폭탄이 발사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고, 같은 날 실시된 공군 유도탄 사격대회에선 중거리 유도무기 '천궁'이 발사 후 레이더와 유도탄 간 신호 불량으로 공중 자폭했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발사 직전 오류 포착으로 쏘지도 못했다. 모두 우리 군의 주력 무기체계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무인기 도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 장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강하게 질책한 것도 이 같은 사건·사고들이 누적돼왔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스1에 "(군 지휘부 개편 등을) 종합 검토 중"이라며 "누가 얼마나, 뭘 잘못했는지 명확히 확인한 뒤 그에 맞는 책임을 묻겠다는 게 기본 기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합참 전비태세검열 등이 종료되면 그 결과를 토대로 이번 북한 무인기 도발 대응 및 후속조치 과정상의 미비점을 들여다보고 그에 따라 책임 소재를 가리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일부 언론은 이번 북한 무인기 대응과 관련해 '군이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군 관계자는 "합참과 국방부, 육군 등에 확인한 결과 현재 자체 감찰은 없다"고 밝혔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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