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얼굴 같은 느낌 … 나의, 너의, 그리고 한국인의 모습
29일까지 아트선재센터서
한국 사회에 구름처럼 모호한 얼굴이 많아졌다. 삶의 궤적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 젊은 세대가 오형근 작가(59)가 선보인 '불안 초상(Portraying Anxiety)' 연작의 새로운 소재가 됐다.
지난 20여 년간 아줌마, 군인, 여고생 등 유형별 인물 사진을 통해 우리 사회를 탐구해왔던 작가가 다양한 젊은이 초상을 모아 개인전 '오형근:왼쪽 얼굴'을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펼쳤다.
2006년께 '불안 초상' 연작을 시작한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이 있던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약 4년간 길거리 캐스팅한 젊은이 200명을 촬영했다. 드라마 '파친코'의 배우 김민하도 다른 이들과 나란히 보니 평범한 20대로 구분이 잘 안 된다. 사진 제목도 피사체들이 직접 제시한 예명이나 인터넷 아이디 등으로 달렸다.
오형근은 "인물 사진을 주로 찍다 보니 한눈에 사람을 파악하는 노하우도 생긴 것 같다"면서도 "과거에는 '구심적' 얼굴이 많았다면 이제는 '원심적' 얼굴이 많아져 가늠이 잘 안 된다. 우리 사회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더 탐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의 꽉 다문 입술과 눈빛은 무표정 속에서 불안과 정서적 흔들림이 배어 나온다. 어떤 단서도 주지 않는 얼굴은 애매모호하다. 계층이나 직능으로 특정하기 힘든 경계인은 새로운 불안의 징후를 상징한다. 동시대 인물을 탐구해온 작가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보고서'라 할 만하다.
1층 프로젝트스페이스에는 1999년 오형근의 '아줌마' 연작 전시의 흑백사진이 소환됐다.
'아트선재파일:오형근' 전시는 아트선재가 처음 시도하는 형식으로, 과거 이곳에 전시했던 작품을 신작과 나란히 보여주며 과거와 현재를 함께 조명한다. 당시 사회적 논란 등 반향이 컸던 전시다.
김장언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인간이라는 키워드로 주체에 대한 문제를 탐구해온 두 작가의 개인전을 동시에 열게 됐다"며 "1층은 앞으로도 기존 전시와 연계해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여주는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층에 펼쳐진 강현선 미디어 아티스트(44)의 개인전 '포스트미'는 작가의 아바타 캐릭터 '루시'를 통해 가상과 실제 특정 시공간에서 역할을 하는 자아상을 탐구하는 전시로 마련됐다. 박물관, 식물원 등 근대적 제도를 태동시킨 백인 남성 조지프 뱅크스에게서 단서를 얻어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기술로 사회 시스템 속 자아를 체험하고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자 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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