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껏 고른 책으로 마음 주고받는 '작은 책방'
책이나 물건을 사고파는 일도 이미 '물류 시스템'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소비자 입장에선 판매자가 누군지, 배송원이 누군지 따위 알지 못해도 클릭 한 번에 손쉽게 원하는 상품을 쥘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같은 물건이라도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보고 주고받는다면 그것은 감정의 교류가 된다.
마을의 소상공인은 어쩌면 그런 존재다. 점주와 손님이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공간이 되고, 상품 수익 창출을 넘어 지역사회를 살리는 구심점이 된다. 작은 가게 하나를 운영하더라도 그 안엔 일을 대하는 태도, 사람 간 마음 씀씀이,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등이 묻어난다.
그 물건이 책이라면, 그것도 책방 주인장이 직접 골라 정성 들여 진열해 놨다면 교류는 더 깊어진다. 고른 사람의 취향과 사상이 반영된 상품이 놓이고, 그 상품을 사는 행위엔 공감과 지지가 담긴다.
일본 도쿄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오기쿠보에 위치한 서점 타이틀(Title) 역시 저자가 2016년 1월 개업한 그런 공간이다. 저자는 책방을 지키며 마을 사람들에게 책을 팔고, 직접 서평을 쓰고, 책 관련 행사를 연다. 책에는 책방을 꾸리며 쓴 글 총 58편을 엮었는데, 글마다 분량은 짧지만 그 여백엔 곱씹어보고 공감할 만한 사유가 흐른다.
책방을 열기 전 저자는 대형 서점 사원으로 20년 가까이 일했다. 그러나 정규직으로 시스템 속에 녹아들어 적당한 월급을 받는 생활을 뿌리치고 '작은 자유'를 택했다. 회사원으로서 윗선의 결정에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무력감을 느끼던 주변 경험에서 이 책방의 씨앗이 움텄다.
겉보기엔 매일 아침 책방을 열고, 해 질 무렵 책방을 닫는 단조로워 보이는 생활일지라도 그 일상을 지키는 저자의 생각은 자유롭게 흐른다. 예컨대 어느 날은 어린아이가 책을 사 가는 모습에서 '마을 아이들의 책장 한 귀퉁이를 책임진다'는 마음을 떠올린다. 아이가 어른이 된 뒤 문득 고향의 서점을 다시 찾아왔을 때 '생각보다도 작은 곳이었네'라고 읊조릴 날을 상상하며 서점을 꾸리는 사람인 것이다.
효율과 성과만 중시하는 시스템이 사람을 빈곤하게 만든다는 성찰도 돋보인다. 어떤 유의 책이 팔리는지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독서의 의의를 '세계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라 본다. 새로운 지식과 감정 등에 자극을 받고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게 된다는 의미다.
반면 필요하거나 쉬운 책만 찾는 풍토에 대해선 "독자의 내실을 넓혀주기 어렵다. 편리하지만 빈곤한 사회 현상에 책을 둘러싼 세계도 휩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한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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