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재개 암초…9·19군사합의 아닌 ‘판문점 선언’ 깨야 가능
국내법적 선결 조건 만만찮아
尹 ‘판문점 선언’ 효력 정지땐
‘文업적’ 민주당 반발 거셀듯
한국도 확성기 방송을 공세적으로 활용해 대북 경고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먼저 풀어야 할 국내법적 선결 조건이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6일 군은 해당 사안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북 확성기 재개 임무 부여시 즉각 수행 가능하도록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전날 통일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정지됐을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한 원론적 입장으로 읽힌다.
최근 북한의 도발 수단과 범위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가 이른 시기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정부가 다시 대북 확성기 방송 ‘전원’을 올리려면, 이 같은 행위를 가로막고 있는 현행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과 관련한 걸림돌을 치워야 한다.
일단 통일부는 유사시 부처의 법률 해석만으로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관계부처의 법률 검토는 물론 대통령의 결단이 필수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 법은 24조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를 막고 있다. 동시에 23조에서는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해 남북합의서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남북이 체결한 9·19 군사합의에는 대북 확성기 관련 조항이 없다. 확성기 방송 중단 문제는 9·19 군사합의의 모체인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돼 있다. 판문점 선언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 소식통은 “판문점 선언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현실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재개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판문점 선언에) 손을 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판문점 선언의 효력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판문점 선언은 국회 비준·동의를 거치지는 않은 문서라 효력 정지는 윤 대통령의 결정만으로 가능할 전망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시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상징하는 판문점 선언 효력을 정지시킨다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남북 정상 간 합의서에 손을 대는 첫 사례가 된다. 이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격렬한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북한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합의서 효력이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개연성이 크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문제를 검토하는 상황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법률로 규정하기 어려운 ‘회색지대’가 많은 남북관계 특성상 이 문제가 미래에 또 다른 정치 쟁점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북 확성기 방송 주체인 군에서는 불과 몇 달 전 ‘서해 공무원 피격·탈북어부 강제북송’ 사태로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체포, 기소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일단 정부는 상황을 예단하거나 결론을 정해놓지 않고 객관적으로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북한이 더 이상 무인기 도발과 같은 영토 침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측이 9·19 군사합의를 준수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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