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도깨비 무덤은 썰매장 되고..겨울축제로 들썩

2023. 1. 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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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퀘벡=함영훈 기자] 2월까지 캐나다 퀘벡엔 늘 눈이 쌓여있다. 녹는다 싶으면 다시오는 게, 퀘벡의 겨울이다. 우리와 기온이 비슷해도, 눈이 온다는 얘기는 습도가 좀 있어 포근하다는 것이다. 12월 한동안 서울보다 기온을 높을 때가 많았는데, 서울날씨가 좀 풀리면서 요즘은 비슷하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여전히 순서를 기다리며 퀘벡의 도깨비 문에서 인증샷을 찍는다.

눈덮인 샤토 프롱트낙(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의 소유로 나온 호텔) 뒷편 경사진 도깨비 무덤(실제로는 무덤이 아니고, 공원의 일부. 드라마에서 묘비 세트를 잠시 만들어 김고은을 앉혔다가 치웠다)에도 눈이 쌓였다. 총천연색의 여름,가을날과는 달리, 도시는 김고은이 도깨비를 재회할 때까지 추억을 묻어두듯이, 온통 하얗게 채색되었다.

어느새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우리의 비료푸대 비슷한 것으로 도깨비 묘비명 있던 세트장 사이로 썰매를 탔다. 플라스틱으로 된 발 있는 썰매였다면 언덕이 패였을텐데, 매끈하게 썰매 탄 자국을 남겼다.

도깨비언덕에 퀘벡 동네꼬마녀석들이 남긴 썰매 자국

크리스마스 마켓이 끝나는가 싶더니 머지않아 윈터카니발(2월 3~12일)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장 취재를 하고 있을 때인 12월말에만 해도 축제를 앞두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메인 이벤트여서 준비상황은 차분했다. 군사요새에서 프롱트낙 호텔 가는 길 ‘뒤프렝 테라스’, 즉 세인트로렌스 강북 강변로 산책길 옆으로 도깨비언덕과 비슷한 경사로 썰매장 시운전을 하고 있었다.

뒤프렝 테라스에 세워진 썰매 시운전
썰매의 종점은 프롱트낙 호텔 옆 포진지 부근이다.

프롱트낙이 있는 어퍼타운으로 기어오르며 항구의 물자를 실어 올리느라 목이 부러질 정도로 고생했던 서민이 살던 곳, 로어타운은 지금 어퍼타운 못지 않은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바로 퀘벡에서 서울까지 한 걸음에 갈 수 있는 문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은 쁘띠샹플렝 거리에서 여전히 가장 핫한 곳이다. 목 부러지는 계단에서 내려다 보면 거리의 표정이 읽힌다.

6일 캐나다관광청에 따르면, 어퍼타운이든 로어타운이든 축제준비가 분주하고, 강변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축제 준비는 더욱 가열차다. 얼음 위를 질주하거나 살얼음을 깨면서 노 저어가는 아이스 카누 레이싱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아이스카누 경기

퀘벡 윈터 카니발의 메인 이벤트로 소개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아이스 카누 경기는 2월 5일 일요일에 열린다. 퀘벡 항구의 19번과 21번 부두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진관광이 퀘벡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 캐나다 동부 4개 도시 여행상품을 만들었다.

한국의 갑오경장 무렵인 1894년 시작돼 129년 역사을 가진 퀘벡 윈터 카니발(Québec Winter Carnival)은 지난 팬데믹 기간 제대로 된 축제의 빛을 발하지 못하다 오는 2월초 코로나19 이전 모습, ‘완전체’로 돌아온다. 카니발의 상징인 ‘좋은 사람’이라는 뜻의 본옴(Bonhomme)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등장해 지구촌의 좋은 사람들을 영접한다.

퀘벡 주의회 의사당 앞에 세워질 본옴의 겨울 궁전은 본옴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곳이자, 공유와 김고은이 데이트하던 곳이 겨울궁전으로 변모하면서 축제이 메인 공간이 되는 것이다.

본옴

‘본옴과의 캠핑’ 프로그램 역시 이열치한(以熱治寒)의 상징이다. 골프 카트에 착석해서 버추얼 레이스를 즐기거나, 9미터 높이의 얼음 산을 올라가는 빙벽 등반에 도전하거나, 거대한 이글루 밑에 공으로 채워진 풀(Pool)에서 즐기는 아쿠아 피트니스 세션 등이 있다. 한국인 답게 도전할 만 하겠다.

수천년전 동아시아 사람들이 베링해를 건너 처음으로 터잡은 캐나다에 원주민-영국-프랑스-미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서인지, 캐나다 사람들은 편견이 없다.

캐나다 주요도시는 모두 원주민 언어 그대로이다. 퀘벡은 ‘강폭 확줄어’, 오라와(오타와)는 ‘더불어 산다’ 등 뜻이다. 서방 선진국인데 한국인들이 대접받는 나라가 캐나다이다.

2월초에 열리는 퀘벡 윈터카니발

수천년전 터잡은 아시아출신 원주민에 대해 캐나다 정부는 ‘퍼스트 캐내디언’으로 존경한다. 날 것을 먹는 사람이라는 뜻의 에스키모라는 표현이 멸종된지 오래다. 행여 거기 갔다가 이 말을 썼다가는 주먹을 부를 수도 있다.

지금 아시아의 얼굴을 한 퍼스트 캐내디언은 연방 대법관, 대도시 수장 등을 곳곳에서 맡고 있다. 캐나다군(정규군+상비군) 내에서 이민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고, 캐나다 내 청년층의 기술(취업)이민이 많은 곳도 한국이다. 불과 몇 달만에 영주권을 얻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

굳이 도깨비를 거론하지 않아도, 아마 2023년 캐나다 여행은 모종의 뿌듯함과 함께 할 것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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