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끝내 사퇴 거부···“한가지만 묻겠다” 유족 외침도 회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유족들 앞에 섰다. 이 장관은 참사가 아닌 ‘사고’라는 용어를 쓰며 “이태원 사고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야당의 사퇴 요구는 거부했다. 유족들의 면담 요청에 자리를 피했다. 국회는 이날 오는 17일까지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스로 사퇴하겠냐”고 묻자 “현재 제게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천 의원으로부터 청문회를 참관 중인 유족들을 향한 사과를 요구받자 “지난해 10월29일에 발생한 이태원 사고에 대해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분들에게 정부를 대표해서, 개인적인 자격을 포함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사고’ 표현을 두고 진선민 민주당 의원은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도 아닌가”라고 물었다. 국조특위위원장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계속 참사라고 표현하셨으나, 오늘은 사고라고 표현하셨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사고와 참사에 대해서 제가 특별히 의식하고 발언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 장관의 실언과 말 바꾸기 논란을 집중 질타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 “유족 명단은 행안부에 없다”고 발언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우 의원이 경위 설명을 요구하자 이 장관은 “사실 행정안전부에서 유가족 명단 자체를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다”며 “저희한테 중요한 것은 사망자 명단이다. 사망자 명단을 가지고 장례비라든가 구호 지원을 하게 되는 것이고 유가족 명단이 필요하게 된 건 지난해 11월30일 행안부 지원단이 발족하면서부터”라고 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재난안전) 주무장관인 행안부 장관은 참사를 인지하고 85분 동안 전화통화를 9번 했는데, 장관이 직접 전화를 한 건 단 한 통이었다”며 “84분 동안 놀지 않고 열심히 한 장관의 9번의 통화 내역이 말이 되나”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지시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 (야당은) 위증이라고 겁박을 하고 사퇴를 강요하고 더 나아가서 탄핵까지 언급한다”며 “과연 이 청문회가 무엇을 위해 하는 청문회인가”라며 이 장관을 두둔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질타도 나왔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이태원 참사 분향소 주변에 내걸린 유족 비난 현수막의 철거를 요청했다. 오 시장은 “철거했는데 또 걸린 것”이라며 “유가족 여러분들이 더 이상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최대한 챙기겠다”고 말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박 구청장에게 “무엇이 무서워서 수사 전에 휴대전화를 빠르게 교체하고 기존 휴대전화 기록을 지웠나”라고 질문했다. 박 구청장은 “빠르게 교체한 게 아니라 계속 기기 오작동으로 교체를 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영악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이 “영악하지 못했다는 게 무슨 취지인가”라고 묻자 박 구청장은 “증거인멸이라든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서였다면, 그렇게 제가 영악스럽게 생각했다면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라고 했다.
박 구청장은 구속 중인 지난달 30일 구민들에게 “헌법 위에 떼법이 있고 그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 저는 국민정서법으로 구속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단체채팅방에 공유된 박희영 구청장의 새해인사’를 공개하며 “증인이 법적으로 책임이 없는데 유가족이 떼 써서 떼법으로 구속된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박 구청장은 “제가 보낸 것 아니다”라며 “제가 (지난해 12월)26일날 구속이 됐다.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용 의원이 “구청장을 사칭해서 저런 문자를 뿌렸다고 주장하는 건가. 고소할 건가”라고 하자 박 구청장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오전 청문회가 정회된 후 유족들이 면담을 요청했지만 자리를 피했다.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딱 하나만 물어보겠다”며 “이상민 장관, 당신도 사람이지 않나”라고 외쳤지만 이 장관은 발걸음을 돌렸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국정조사특위 활동 기간을 오는 17일까지 열흘 연장하는 안건을 재석 215인 중 찬성 205인, 반대 2인, 기권 8인으로 의결했다. 김기현·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반대했다. 이종성·이철규·정경희·조수진·김승수·박대출·박덕흠·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기권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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