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느그끼리 어디 전국 체전 나가나’

최지희 기자 2023. 1. 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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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어디 전국 체전 나가나?" 한국 재벌 그룹 일가의 이야기를 담은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삼성그룹의 이병철 창업주를 오마주한 극중 진양철 회장이 한 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 사의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서로를 헐뜯는 광고물을 내세우며 저격·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보도 기사에 많이 달린 댓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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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어디 전국 체전 나가나?” 한국 재벌 그룹 일가의 이야기를 담은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삼성그룹의 이병철 창업주를 오마주한 극중 진양철 회장이 한 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 사의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서로를 헐뜯는 광고물을 내세우며 저격·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보도 기사에 많이 달린 댓글이기도 하다.

이는 세계 시장을 리드해야 하는 국내 전자업계 양대 산맥이 내수 경쟁에 매몰돼 서로를 깎아내리기 바쁜 모습에 대한 일침이다. ‘서로 못 죽여서 안달난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는 줄 알았다’는 비판도 줄을 이었다. 스스로의 강점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 흉을 보며 이익을 얻으려는 태도로는 기업이 신뢰받을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은 모두 “과거부터 경쟁사에 무슨 일만 터지면 매장에서는 계속 이렇게 마케팅을 벌여왔다”고 했다. LG베스트샵 매장 직원도 “경쟁사 네거티브 마케팅에 맞대응을 해야 한다며 원색적인 저격 광고물이 운영사로부터 종종 배포된다”고 했다.

작년 8월 삼성 세탁기 불량 사태 이후 관련 언론 보도 기사를 입간판으로 제작해 각 매장에 설치한 LG베스트샵의 운영사 하이프라자는 삼성전자가 먼저 비방을 시작해 대응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고 했다. LG전자 매장과 비슷하게, 현재 일부 삼성전자 판매점에는 작년 LG전자 건조기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 명령을 받은 내용의 언론 기사를 광고물로 게시해놨다. 한 관계자는 “어떤 때는 본사가 하지 말라고 해도 자체적인 지침이 내려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쪼그라든 내수 가전 시장 수요를 두고 벌이는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판매 최전선의 마케팅도 노골적으로 치닫고 있다. LG베스트샵 매장 직원은 “전에는 경쟁사 관련 판촉물을 뿌리더라도 XX전자, S사, L사 등으로 최소한의 선을 지켰다면 지금은 서로 복수전을 벌이듯 선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직원은 “때론 서로 이렇게까지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나 의문이 들때도 있다”고 했다.

이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글로벌 대표 기업이 모여 혁신 기술을 세계에 소개하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가 열리고 있다. 삼성과 LG는 이 무대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다. 두 기업은 한국 국가대표일뿐 아니라 CES 전체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이처럼 세계 혁신 기술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의 모습은 안방인 국내 양판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혁신적이고 편리한 기술, 가격 경쟁력, 꼼꼼한 서비스. 불황 속에서도 소비자가 선뜻 지갑을 열고 평생 고객이 되는 건 이런 요소 때문이다. 비좁은 내수 시장에서 땅 한 평이라도 더 갖겠다며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을 벌여온 전자 기업들의 구태(舊態)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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