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월 만기 은행채 5.3兆 차환 발행… 대출금리 내릴 듯
대출금리 하락세 전환 가능
13일 한은 기준금리 인상이 변수
은행권이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5조원 규모의 채권을 갚기 위한 은행채를 발행한다. 다만 자금시장 불안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탓에 은행은 차환 목적의 은행채만 일부 발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채권 시장 불안으로 은행채 발행이 완전히 막혔던 지난해 말보다 자금조달 측면에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은행채에 대한 시장 수요도 뒷받침되고 있어, 은행채 발행 재개가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 규모는 5조3000억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수은행채를 제외한 시중은행·지방은행의 만기 도래 규모”라고 설명했다.
은행은 만기 도래 은행채에 대한 차환 발행 검토를 시작했다. 은행은 금융당국과 시장 상황에 대한 협의를 통해 필수적인 은행채에 한해서 발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만기되는 채권금액 1조1300억원에 대해 차환 범위 내에서 은행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도 이달 만기 물량에 대한 차환 목적의 은행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이달 말까지 농금채 15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 하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금액 이내에서 일부 (차환 발행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차환 목적에 한해서만 은행채가 발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해 10월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은행채를 발행하기 어려워졌다. 은행채, 한전채 등 우량채권이 금리까지 높여 시중자금을 흡수하는 ‘블랙홀’ 현상이 나타나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일반 회사채에 자금이 돌지 않으며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자 은행권에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길이 막힌 은행은 수신금리를 높이며 예금을 끌어모으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금융당국은 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된 지난달이 돼서야 차환 발행에 한해서만 은행채 발행을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두 달 만에 5000억원의 차환 목적의 은행채를 발행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도 각각 4000억원, 24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찍어냈다.
은행이 1월에도 은행채 차환 발행을 하면서 대출금리 상승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최근 은행채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가 있어 높은 금리로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물량이 충분히 소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조달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의 대출금리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
또, 자금 조달원이 다양해진 은행은 높은 금리를 주고 예금을 모을 필요가 사라진다는 점도 대출금리 하락을 예상하는 이유다. 예금금리 하락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에 반영돼 대출금리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정기예금, 정기적금, 양도성예금증서, 금융채 등 자금조달 상품을 기준으로 지수를 산출한다.
특히 금융당국도 과도한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하는 상황인 만큼 대출금리 상승 추세는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행의 오는 13일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다면 은행채 발행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영향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 관계자는 “시장에 은행채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 상황이어서 높은 금리로 발행을 할 것 같진 않다”며 “시장에서 채권금리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느낌도 있어서 부담되지 않는 금리 수준으로 은행채 차환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은행채 발행에 따라 예금금리 하락, 대출금리 하락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고 있는 만큼 예금금리를 인상할 요인은 크지 않다”며 “예금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만큼 향후 대출금리 역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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