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없는 개혁안 추진에 뿔난 교육현장.."교원수급·소통이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경쟁과 다양성을 담보한 교육개혁을 주문한 가운데 교육부가 올해를 '교육개혁 원년'으로 선포하고 고교다양화와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신설, 늘봄학교(초등 전일제학교) 등의 정책을 예고했다. 공교육 전반에 디지털 에듀테크를 뿌리내리고, 교육감 직선제도 폐지하겠단 청사진도 내놨다.
교육계는 큰 틀에서 교육개혁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현장소통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자칫 고교서열화 같은 부작용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교육개혁이 속도를 내려면 이를 뒷받침할 교원부담 완화 등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5일)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늘봄학교 시행을 추진하기 위해 4개 내·외의 시범교육청을 선정해 2025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늘봄학교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오후 8시까지 늘리는 프로그램이다. 교육부는 약 3000억원 이상의 특별교부금을 포함해 5년 간 4조원 정도의 재원을 투입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은 "깨어나는 교실, 수업 혁신, 맞춤형 교육을 강조한 교육부의 1순위 추진 업무내용은 교원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의 마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을 교육하는 주체가 교원인 만큼, 갈수록 커지는 교원 업무부담부터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교총은 "현재 교사는 비본질적 행정업무로 교육활동 침해를 받고, 경제논리에 매몰된 교원수급으로 과밀학급 등의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늘봄학교는 학교가 특정 교원에게 업무로 분장하고 특정 교원이 짬짬이 관리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전담 조직·인력을 갖춰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으로 고교학점제·에듀테크 적용 등의 정책도 결국 원활한 교원수급과 교원역량 강화가 선결조건이라는 게 교총의 주장이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는 만큼 공교육이 아이들을 늦게까지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단순히 저녁 늦게까지 머물다 가는 게 아니라 방과후 프로그램도 내실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교원 업무부담이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교육부는 일선 학교현장의 부담을 줄여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단 방침이다. 김태훈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관은 "늘봄학교 추진의 기본 방향은 일선 학교와 교원 부담의 최소화"라며 "현재 돌봄 인력이 17개 교육청에 약 260명인데 올해 추가로 120명의 교육 전문직·일반직 공무원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개혁 핵심인 고교다양화,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도 우려가 앞선다.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존치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고교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등이 경쟁에 따른 폐해를 낳을 수 있단 주장이다. 무엇보다 교육수장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역임할 당시 고교서열화 조장 논란을 키운 당사자란 점에서 불안요소가 적지 않다는 분위기다.
이 부총리는 "(과거 고교서열화는) 일반고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미진해 수직적인 서열화 부작용을 낳은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디지털, IB(국제 바칼로레아) 교육 등 다양한 기법을 도입해 일반고 교육력이 충분히 올라가면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좋은교사운동 측은 "학생맞춤형 교육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는 학교 서열화를 조장하는 고교 다양화가 아니라 학교 내 교육과정 다양화로 풀어야 한다"면서 "교육부가 할 일은 IB프로그램 확산이 아닌, 시도별 IB사례를 연구해 한국형 평가체제 혁신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숙의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교총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는 선거 방안을 모두 열어 놓고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좋은교사운동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 없이 교육부가 러닝메이트제를 추진하는 것은 성급할 뿐만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실질적인 정책 실행을 담당할 시·도 교육감들도 교육부의 소통이 부족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3일 "교육의 큰 틀을 바꾸는 내용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과정이나 구체적 추진계획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교육을 위해 공존적 협력 관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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