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도 '2조' 쏟아부은 메리츠…최희문 매직 통할까

김사무엘 기자 2023. 1. 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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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메리츠금융그룹이 오히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2조원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롯데건설 유동성 지원이나 유엔사부지 브릿지론 인수 등 메리츠증권이 적극적인 부동산 PF 사업에 나선 배경에는 탄탄한 재무구조와 풍부한 노하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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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메리츠금융그룹이 오히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2조원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동산 시장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단 의도다.

부동산 시장 리스크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메리츠증권을 부동산 PF 명가로 키워온 최희문 대표의 '매직'이 이번에도 통할지 관심이 모인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롯데그룹과 합작으로 롯데건설 보증부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 등의 채권 매입을 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6일 밝혔다.

메리츠증권 주간으로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계열사가 총 9000억원을 선순위로 출자하고 롯데그룹이 6000억원을 출자한다. 조성된 자금은 만기가 돌아오는 롯데건설 ABCP를 매입하는 데 사용된다.

이번 자금 조성은 롯데건설뿐 아니라 신용경색을 겪고 있던 부동산 금융 시장의 숨통이 트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줄이 막혔던 부동산 PF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부진했던 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하고 시장 연착륙에도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메리츠금융그룹 관계자는 "자금 시장에 숨통을 트는 메리츠의 역할이 돈맥경화를 해결하고 시장을 선순환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롯데그룹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경색이 심화하는 국면에도 메리츠증권은 오히려 부동산 PF 사업에 적극 나섰다. 지난달 메리츠증권은 계열사와 함께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의 브릿지론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규모는 1조원이다.

브릿지론은 본PF로 넘어가기 전에 시행사의 토지 매입 등에 사용되는 자금이다. 사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면 본PF로 차환이 늦어지면서 신용 리스크도 증가한다. 하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은 유엔사부지의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브릿지론 인수를 결정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사진=하세린

롯데건설 유동성 지원이나 유엔사부지 브릿지론 인수 등 메리츠증권이 적극적인 부동산 PF 사업에 나선 배경에는 탄탄한 재무구조와 풍부한 노하우가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증시 침체로 대부분 증권사 실적이 반토막 나는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오히려 실적이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8234억원, 누적 당기순이익은 658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7%, 11% 증가했다. 증권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NCR(순자본비율)은 1516%로 업계 상위권이다.

메리츠증권은 증권업계에서 가장 먼저 부동산 PF 시장을 개척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 증권사가 주식 중개 수수료에 의존한 천수답 사업모델이었던 반면, 메리츠증권은 2010년 최희문 대표 부임 이후 기업금융(IB) 등 선진 금융 모델을 적극 받아들이며 부동산 PF 사업을 적극 확대해 나갔다.

10여년 간 쌓여 온 부동산 PF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을 꾸준히 만들었다. 이번 유엔사부지 브릿지론이나 롯데건설 ABCP 매입을 위한 펀드 조성 역시 철저한 사업성 분석과 리스크 분석 하에 진행했다는 게 메리츠증권의 설명이다. 대부분 사업장이 선순위 위주여서 원금 회수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사업에 보수적으로 임하면서 오히려 우량한 사업장들을 발굴할 기회가 많아졌다"며 "원금회수 가능성이나 리스크 등을 보고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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