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폭동 사태 2주년, 美는 아직도 내전 상태…진상규명도 진행형

김현 특파원 2023. 1. 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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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가담자 처벌 현재 진행형…美하원 조사위, 트럼프 책임론 명시 진전
트럼프·공화당 조사·수사에 강력 반발…美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
지난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선언 낭독을 저지하려 미 의사당 난입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혜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1·6 의사당 폭동 사태가 6일(현지시간)로 2주년을 맞는다.

미국 사회는 지난 2년간 1·6 폭동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섰지만, 진상규명조차 당파적 접근으로 치부되면서 여전히 가담자 처벌은 물론 사태의 전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를 둘러싼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면서 미국 사회가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여전히 '내전 상태'에 놓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선 불복' 트럼프 지지자들, 美 역사상 최악의 미 의회 폭동 사태

5일(현지시간) 미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월3일(현지시간) 치러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간 대선은 전례 없는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 선언을 하는 데에도 나흘(11월7일)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선거 이전부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를 끝내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부정선거' 주장만 더 확산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패배한 조지아 등 경합주(州)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인증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등 끝까지 발악했다.

미 의회가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최종 승인하는 2021년 1월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백악관 인근으로 몰려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월6일 당시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열린 2020년 미국 대선 결과 인증 반대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일 오전 11시 엘립스 공원에서 열린 연설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대선 결과에 절대 승복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시켰다.

그는 특히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상원의장으로서 미 의회의 대선결과 인증을 차단할 것이라며 시위대가 의사당으로 향하는 '구국의 행진'에 자신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지옥처럼 싸워라", "우리는 의회로 갈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부추겼다.

그의 연설을 들은 시위대는 합동회의가 예정됐던 오후 1시쯤 의회로 향하기 시작했다. 흥분한 수천명의 시대위는 바리케이드 등 경찰 저지선을 넘어 의사당에 난입, 민의의 전당인 미 의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폭도들은 상원의장석을 점거하고, 하원의장실을 유린했다.

의회 경찰과 대치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사망했고, 경찰 140여명이 부상했다. 1·6 사태 직후 1명의 경찰이 사망했으며, 4명의 경찰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당선 인증을 앞두고 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은 시위가 아니라 반란"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 같은 혼란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위대를 "위대한 애국자들"이라고 치켜세우며 방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그는 "사랑과 평화를 갖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지지자들을 달랬지만,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며 여전히 폭동 사태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주 방위군과 연방경찰이 뒤늦게 투입됐고 난입 사태는 4시간 만에 정리됐다. 난입 사태 당시 피신했던 미 연방의원들은 폭력에 굴복할 수 없다며 6시간 만인 오후 8시에 회의를 속개했고, 날짜를 넘긴 7일에야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인증했다.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 법무부에서 연설을 갖고 2021년 발생한 의사당 폭동 사태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정의하며 "어떤 위치에 있든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2년이 지났지만, 진상조사·가담자 처벌은 현재 진행형

1·6 사태 직후 민주당은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했지만, 하원을 통과한 탄핵소추안은 상원에서 '유죄 57표 대 무죄 43표'로 의결정족수(3분의 2이상, 67표)를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다.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던 하원은 트럼프 탄핵이 무산되자 공화당의 반대 속에도 난입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1·6 사태가 2년이 지났고,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지난해 1월 "어떤 위치에 있든 책임을 묻겠다"고 장담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과 가담자 처벌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수사당국은 여전히 350명의 용의자를 찾고 있는 상태다.

미 법무부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950명 이상의 피고인을 체포했다"며 "의사당 내에서 폭력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약 350명을 더 찾기 위해 대중의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기소된 950명 중 484명이 의회 방해, 경찰 폭행, 불법 건물 출입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 중 351명은 형을 선고받았으며 약 200명이 최대 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피고인들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2021년 1월6일 발생한 미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를 조사해 온 미 하원 '1.6 조사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의견' 투표를 앞두고 마지막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2.12.2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하원 1·6 특별조사위, 18개월만에 최종보고서 발표…'트럼프 책임론' 명시

그나마 지난 2020년 9월 출범한 미 하원 1·6 사태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최종보고서를 내는 등 진상규명에 상당한 진전을 거뒀다.

특위는 18개월간 조사를 진행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 및 측근, 백악관 및 전임 행정부 핵심 관계자 등 폭동 사태와 관련된 인물 1000여명을 인터뷰하고, 10차례 공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1·6 폭동 사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움직임이 낱낱이 공개됐다.

특히 당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참모였던 케서디 허치슨이 지난해 6월 청문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도들과 함께 의사당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경호원의 목을 조르며 운전대를 탈취하려 했고, 폭도들의 무장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충격적 사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특위는 지난해 12월20일 최종보고서를 통해 "1·6 사태의 핵심 원인은 한 사람, 많은 사람들이 추종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며 "그가 없었다면 1·6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1·6 사태의 '트럼프 책임론'을 명시했다.

특위는 특히 최종보고서에서 법무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내란 선동 △의사활동 방해 △미국 정부에 대한 사취 공모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미 의회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권고한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특위의 기소 권고 의견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법무부가 특검을 임명해 1·6 사태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특검의 수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이와는 별도로 1·6 사태 당시 사망한 경찰관의 동거인이 불법행위로 인한 사망의 책임을 물어 트럼프 전 대통령 및 해당 경찰관에 대한 폭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두 남성을 상대로 각각 1000만 달러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미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오는 2024년에 있을 세 번째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모습. 2022.11.1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 트럼프, 기소 및 처벌 여부는 불투명…차기 대선 도전 선언도 걸림돌

무엇보다 관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 기소가 될지, 그에 따른 처벌을 받을지 여부에 쏠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동 선동 혐의 외에도 2020년 11월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경합주였던 조지아주 선거책임자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및 의회 폭동 선동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시작된 특검은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사 활동 방해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하원의 특위 조사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다량의 기밀 문서를 플로리다 자택으로 반출한 사실이 확인됐고, 이로 인해 수사당국이 관련 혐의로 미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와는 별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에 본부를 둔 자신의 사업체인 트럼프타워가 회계부정을 저지른 혐의로 뉴욕주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같은 조사 및 수사에 대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문제 삼으며 정치적 공방으로 국면을 전환하는 한편, 다수당을 장악한 하원을 통해 수사기관에 대한 압박에 나설 태세여서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및 처벌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위의 기소 권고 의견을 담은 최종보고서에 대해 "극도로 당파적인 위원회가 만든 가짜 혐의"라며 "나는 (탄핵 소추에서) 납득할 수 있게 이겼다. 이 모든 일은 탄핵과 동일하게 나와 공화당을 떼어놓기 위한 당파적 의도"라고 반발했다.

공화당은 특위의 보고서에 대응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의사당의 보안 문제에 초첨을 맞춘 100여쪽에 달하는 자체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평화 시위를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11·8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 다수당을 장악한 공화당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을 겨냥해 하원 법사위원회 산하에 '연방정부 무기화 특별소위'를 설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정부기관의 여론조작 등 직권남용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게 명분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누고 있는 수사당국의 칼날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당은 또 1·6 특위 활동 결과에 대해서도 재조사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방패삼아 향후 수사당국의 수사를 차단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커 진상규명과 처벌에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도 적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의회 난입 사태' 1주년을 맞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내전 상태" 美분열상은 여전…트럼프 '대선 사기' 주장 여전히 먹혀

1·6 사태를 통해 드러난 미국의 분열상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아직도 미국 사회가 "내전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폴리티코-모닝컨설트가 지난해 21일부터 24일까지 등록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가가 1·6 사태에 너무 초점을 맞췄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가 '동의한다'고 답했고, 45%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도 여전히 일부 미국인들에게 먹히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가 지난해 12월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 인증 절차를 중단시키기 위해 의사당을 장악을 시도'한 데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 64%가 반대한다고 답했고, 20%만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잘 모르겠다는 16%였다.

그러나 이는 1·6 사태 직후인 2021년 1월 10~12일 조사(찬성 9%, 반대 81%, 모름 9%)와 지난해 1월 2~4일 조사(찬성 14%, 반대 73%, 모름 13%)와 비교해 보면 찬성 의견이 늘었고, 반대 의견을 감소한 결과다.

다만 미국민 대다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1·6 사태 책임론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고브 조사에서 응답자의 66%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고, 25%만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는 2021년(책임 있다 64%, 없다 26%)과 2022년 조사(있다 62%, 없다 28%)와 거의 비슷한 수치다.

폴리티코 조사에서도 1·6 사태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론과 관련해선 응답자의 59%가 책임이 있다고 답했고, 책임이 없다는 답변은 30%에 머물렀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6일 1·6사태 2주년을 기념해 당시 마지막까지 의사당을 지키다 사망한 경찰관 등 12명에게 대통령 시민 훈장을 수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헌신한 이들의 용기와 노력을 기리고 이를 수호하기 위한 의지를 재확인할 예정이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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