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 미소 짓다, 결국엔 코끝 찡한…동물 그림책 세 권

김지숙 2023. 1. 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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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 없는 위로를 건네는 존재, 바로 동물이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건 동물의 사랑스러움을 담아낸 그림책도 마찬가지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함축적인 글로 우리 곁의 개, 고양이, 농장동물들의 현실을 담아낸 동물 그림책 세 권이 최근 연달아 출간됐다.

글밥은 적지만 과감한 그림과 흥미로운 요소들이 책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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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독특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유기견·성묘 입양, 공장식 축산 다뤄
책 ‘하트코 부우’는 유기견이었지만 새 가족을 만나 다시 하트 모양 코로 즐거운 콧김을 만들 수 있게 된 개 부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을 제공

말이 필요 없는 위로를 건네는 존재, 바로 동물이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건 동물의 사랑스러움을 담아낸 그림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마냥 귀엽고 즐겁지만은 않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함축적인 글로 우리 곁의 개, 고양이, 농장동물들의 현실을 담아낸 동물 그림책 세 권이 최근 연달아 출간됐다.

하트코, 돼지꼬리 ‘부우’의 견생역전

<하트코 부우>(글·그림 이유미, 지을)

프렌치불독 ‘부우’는 2018년 목에 노끈이 감긴 채 발견됐다. 지은이는 직장 숙직실에 들어온 개를 보호소로 보냈지만 이내 개를 식구로 맞아들이게 된다. 한자 부유할 부(富)에 복 우(祐)를 더해 앞으로의 행복을 비는 이름도 지어준다. 낯선 곳에 오게 된 부우는 잔뜩 웅크린 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구석에 몸을 말고 고단한 잠에 빠져든다. 하트 코, 돼지꼬리 부우는 새 가족 사이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책 ‘하트코 부우’는 유기견이었지만 새 가족을 만나 다시 하트 모양 코로 즐거운 콧김을 만들 수 있게 된 개 부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을 제공
책 ‘하트코 부우’는 유기견이었지만 새 가족을 만나 다시 하트 모양 코로 즐거운 콧김을 만들 수 있게 된 개 부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을 제공

책은 보호소에서도 종종 외면 받는 검은 개 ‘부우’가 행복을 되찾는 과정을 밝고 발랄한 컬러의 일러스트로 표현하고 있다. 글밥은 적지만 과감한 그림과 흥미로운 요소들이 책을 가득 채운다. 양장 책의 표지에는 작은 팸플릿을 넣어 ‘책 속의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하고, 큐알 코드를 삽입해 실제 부우가 즐겁게 물놀이 하는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부우를 잃어버린 거라면, 잘 있다고 보여주고 싶어요. 부우를 버린 거라면 후회할 거예요!!!’ 귀여운 선전포고가 인상적이다.

민화로 담아낸 고양이와의 희노애락

<고양이는 언제나>(글·그림 유진희, 야옹서가)

‘고양이가 숨겨둔 행복을 찾아보세요.’ 책의 속지에 적힌 말마따나 책은 소녀가 고양이를 만나며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려면 누구나 불편함을 견뎌야 한다. 소녀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고양이의 행복을 위해 일상을 양보한다. 화장실 모래가 밟혀도, 옷이 털 투성이라도 소녀에게 고양이는 “아픈 마음을 다독이고 치료해주는 행복의 묘약”이기 때문이다.

책 ‘고양이는 언제나’는 전통 채색기법으로 고양이를 표현한 일러스트가 이색적이다. 야옹서가 제공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한 유진희 작가가 성묘 ‘향이’를 입양하며 펴낸 책이다. 섬세한 전통 채색기법으로 표현된 민화들은 고양이 특유의 행동과 사랑스러움을 위트있게 담고 있다. 무엇보다 아픈 고양이들을 낫게 한다는 ‘무지개 노천탕’이나 세상을 떠난 고양이들을 지키는 ‘왕 고양이’ 등을 표현한 작품들은 이미 고양이를 떠나 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털이 황금으로 바뀌는 늑대들

<황금털 늑대>(글 라파엘르 프리에·그림 줄리앙 마르티니에르, 책공장더불어)

털을 깎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는 늑대가 있다. 늑대는 태어나자마자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진다. 엄마의 뱃속에서 바로 레일 위로 쏟아진 늑대에겐 ‘730’이라는 번호가 주어진다. 사육실로 옮겨진 황금털 늑대 730은 자신과 비슷한 수십수백 마리의 늑대들이 사육실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던 어느 아침 730의 인생을 바꿀 제비가 갇힌 공장 안으로 날아든다.

털을 깎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는 늑대가 주인공인 책 ‘황금털 늑대’. 책공장더불어 제공
털을 위해 집단 사육되는 황금털 늑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농장동물이나 강아지공장의 번식견들을 떠올리게 한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책 ‘황금털 늑대’는 털이 황금으로 변한다는 낯선 존재로부터 익숙한 현실을 끄집어낸다. 모피를 위해, 우유를 위해, 고기를 위해 집단 사육되고 어린 나이에 삶을 마치는 농장동물과 황금털 늑대는 다르지 않다. 혹은 표준화된 외양으로 번식되는 강아지 공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금빛으로 펼쳐진 숲과 눈 덮힌 들판을 달리는 늑대들의 그림은 독자에게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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