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편한' 경험담을 들려줄게, '파피용 누아르'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3. 1. 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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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경험담을 들으며 빠져들곤 한다.

자서전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현실은 자서전처럼 옳거나 바른 방향성만 품고 있지는 않다.

이 작품은 옳은 것들에 철저히 배반되는, 솔깃하지만 잔혹한 경험담을 펼쳐낸다.'파피용 누아르'의 줄거리는 두 번째 작품의 영감을 찾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 아드리앵(니콜라 뒤보셸)이 죽어 가는 노인 알베르(닐스 아레스트뤼프)의 회고록을 대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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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사진출처=넷플릭스 '파피용 누아르' 예고편 스틸컷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경험담을 들으며 빠져들곤 한다. 상대가 엄청난 경험담을 털어놓는다면 더욱 그렇다. 자서전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넷플릭스 '파피용 누아르'도 한 노인이 소설가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파생되는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엮는다. 하지만 어떤 현실은 자서전처럼 옳거나 바른 방향성만 품고 있지는 않다. 이 작품은 옳은 것들에 철저히 배반되는, 솔깃하지만 잔혹한 경험담을 펼쳐낸다.

'파피용 누아르'의 줄거리는 두 번째 작품의 영감을 찾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 아드리앵(니콜라 뒤보셸)이 죽어 가는 노인 알베르(닐스 아레스트뤼프)의 회고록을 대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아드리앵은 별 볼일 없는 노인의 자서전이나 써주며 용돈이나 벌어볼 요량이었지만, 노인이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 감춰왔던 엄청난 비밀을 들으며 예상치 못한 혼돈을 겪는다.

노인 알베르의 비밀은 그가 저질러 온 수많은 살인이다. 청년 시절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 솔랭지와 함께 벌인 추악한 연쇄 살인. 살인의 시작은 솔랭지를 겁탈하려던 이로 부터 그를 구하려다 우발적으로 시작되지만, 그것이 두 사람의 욕망에 발화점이 되어 또 다른 살인을 낳는다. 

사진출처=넷플릭스 '파피용 누아르' 예고편 스틸컷

아드리앵은 노인의 회고가 담긴 녹취록을 들으며 점점 그의 이야기에 매료된다. 마침 영감이 필요했던 그에게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가 살인자라는 것을 애써 외면하게 만들 정도로 매혹적이다. 하지만 노인의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아드리앵 자신 역시 그의 과거에 발목을 잡힌다. 노인이 그를 대필 작가로 지목한 바로 그 이유에 커다란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작품은 노인 알베르가 아드리앵에게 들려주는 과거의 일들을 현실과 교차하며 재연한다. 현재의 프랑스 도심과 70년대 프랑스 지중해 해변을 오간다. 낭만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의 배경을 꽤나 아름답게 전시한다. 특정 지명이 언급되고 그 광경을 눈앞에서 펼쳐내니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낭만성에 도취되려는 찰나에 파괴적인 장면이 발포하듯 관객을 덮친다. 전쟁 후 폐허가 도시를 보는 것처럼 이 작품을 집요하게 시청한 후에 갖게 되는 감상은 망령되고 쌉싸름하다. 잔상을 비워내려 공허함에 숨게 될 만큼.

사진출처=넷플릭스 '파피용 누아르' 예고편 스틸컷

세자르 영화제 남우조연상 3회를 수상한 노인 알베르 역의 닐스 아레스트뤼프는 그 이름값을 철저히 해낸다. 알베르의 피묻은 과거를 아드리앵에게 자연스럽게 이입하게 하고, 나아가 관객마저 그 혼돈 속을 떠다니도록 만든다. 담백하지만 힘이 실린 어투로 관객의 목에 칼을 겨누고, 의연한 야수의 눈빛으로 심장을 조인다. 아드리앵 역의 니콜라 뒤보셸 역시 '사라진 탄환' '영원히 사라지다' 등의 여러 주연을 맡으며 쌓은 단단한 내공으로 닐스 아레스트뤼프와 뜨겁게 격돌한다. 알베르의 이야기에 과하게 몰입하다 못해 착락을 일으키는 모습은 관객마저 그 여운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파피용 누아르'의 무겁다 못해 짓눌리게 되는 불쾌한 감상의 파동은 게워내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 잔혹한 장면보다도 밑바닥 감정을 끌고 가는 텁텁한 뒷맛이 홍어나 취두부를 먹는 것처럼 개운치 않다. 특히 우울한 정서를 쉴 새 없이 건드리기에 시청 전 마음 상태를 살펴보고 관람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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