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기대하라, 삶을 더 좋은 곳으로 인도할지니[책과 삶]
‘기대 효과’의 긍·부정적 사례들
뇌과학 등 최신 연구결과로 설명
일상 속 적용 방법 등 ‘꿀팁’은 덤
기대의 발견
데이비드 롭슨 지음·이한나 옮김 | 까치 | 422쪽 | 2만원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심리학뿐 아니라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된다. 어떤 사안에 대해 긍정적 기대를 할 경우 실제 긍정적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지능지수 검사 등 다양한 실험에서 이미 확인되기도 했다. 자신이 만든 아름다운 조각상을 사랑한 그리스 신화 속의 피그말리온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다. 반대로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도 있다. 부정적 기대를 할 경우 실제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흔히 ‘낙인 효과’라 부른다. 사회심리학에서 일탈 행동을 설명하는 용어의 하나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즉 ‘위약 효과’도 있다.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을 믿을 만한 전문가가 효과가 큰 진짜 약이라고 꾸밀 경우 환자의 심리적 요인에 의해 실제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 반대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다. 진짜 효과가 있는 약임에도 그 약이 효과가 적거나 해롭다고 생각하고 의심할 경우 환자의 부정적 믿음으로 인해 실제 약효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나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충족적 예언’과도 일맥상통한다. 긍정적·부정적 기대나 예상·믿음에 따라 실제 긍정적·부정적 결과가 생겨난다는 것으로 흔히 말하는 기대 효과로 수렴된다.
<기대의 발견>(원제 THE EXPECTATION EFFECT-How Your Mindset Can Transform Your Life)은 그 기대 효과를 다루고 있다. 기대 효과의 힘이나 영향력이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 기대 효과의 중요성을 책은 거듭 강조한다. 그리고는 그 기대 효과의 엄청난 힘을 실제 개인의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할 경우 보다 나은 삶을 꾸려갈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 데이비드 롭슨은 기대 효과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된 갖가지 실험 등 조사·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그러다 보니 책은 심리학·사회학은 물론 뇌과학, 생리학, 약학, 경영학, 스포츠의학 등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독자로서는 실험 결과의 흥미로움에 더해 읽을거리가 풍성해지는 셈이다.
기대나 믿음의 힘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아무래도 플라시보·노시보 효과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관련 연구가 이뤄졌다. 동년배에 비해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믿은 참가자들은 실제로 20년 후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약 4배 높았다는 연구결과가 소개된다. 전염병이 확산된다는 소문이 돌면 해당 지역 사람들 중 실제 감염이 되지 않았음에도 감염 증상을 보이는 것은 노시보 효과의 사례 중 하나인데, 2006년 포르투갈 청소년들 사이에 벌어진 일이 유명하다.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 해발 3500m에 자리한 연구소가 학생들을 초청했다. 연구소로 오기 전에 고산 두통을 고려한 학생들 중 실제 고산 두통을 겪은 비율은 86%에 이르지만, 고산 두통 관련 정보를 알지 못하고 고려하지 않은 학생들 중에서는 53%만 두통을 겪은 사례도 있다.
기대 효과는 매일 먹는 식단에서도 그 영향력이 발휘된다. 실험 참가자들이 적은 양의 수프가 든 큰 그릇, 더 많은 양이 든 작은 그릇으로 식사를 했다. 큰 그릇의 적은 양을 먹은 사람들이 작은 그릇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양을 먹은 사람들보다 포만감을 오래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흔히 말하는 건강식 인식에도 적용 가능하다. 건강식은 맛이 없다, 허기가 진다 등 공복감을 느끼게 하는 단어들과 흔히 연관지어 생각하다 보니 다른 음식들보다 속이 더 빨리 허해진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책에 소개되는 기대 효과의 영향력은 이밖에도 많다. 수십여년에 걸쳐 수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러 조사·연구를 보면, 나이듦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치매에 걸릴 확률도 차이를 보인다. 노년이 시작되는 연령을 보다 이르게 정의할수록 실제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부터 기력이 쇠하기도 했다. “마음이 젊으면 몸도 젊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셈이다. 흔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공간 지각능력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애리조나대 등 대학 공동연구팀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는 ‘자기 가치확인’ 활동을 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실험한 결과 자기 가치확인의 효과가 아주 큰 것으로 나타났다. 머릿속으로 특정 근육 단련 훈련을 생생하게 상상하게 했더니 실제 해당 근육의 근력이 향상됐다는 연구도 있다.
저자는 이런 기대 효과가 우리 뇌의 특성에서 비롯됨을 뇌과학 등 최신 연구결과 등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기대만으로 불치병이 낫고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 믿음은 아주 놀랍고도 강력한 방법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실제로도 이미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책에는 각 장의 끝부분에 기대 효과를 일상생활 속에 적용하는 기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마다 갖가지의 새로운 꿈을 꾸고 계획을 짜는 연초다. 책을 통해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믿음, 긍정적 기대가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저자가 책에 인용한 “마음은 제자리에 머무르며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존 밀턴의 <실낙원>)는 말이 더 다가온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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