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3] 최고 혁신상으로 살펴본 2023 기술 트렌드

남시현 2023. 1. 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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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매년 1월 초,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한해 공개할 신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이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 CES2023)가 진행된다. CES2023은 전 세계 173개 국가에서 총 3천200개 기업과 4천700곳의 미디어가 참여하며,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323곳, 인터브랜드 100곳 중 85곳이 참여할 정도의 규모로 진행된다. CES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한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CES 혁신상은 모든 기업들이 수상하고자 하는 명예로운 상이다. 혁신상을 수상하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CES2023에서는 총 468개의 혁신상(Hororee)이 선정되었으며, 그중에서도 23개 제품 및 기술이 CES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으로 선정됐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은 LG전자와 삼성전자, SK, 한양대학교, 소셜벤처 (주)닷까지 총 9개 기술 및 제품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올해 최고혁신상을 토대로 2023년 한 해의 기술 및 제품 트렌드를 들여다본다.

자율 주행, 레벨업보다 시장 가능성으로 나아가

2015년, 테슬라 CEO 일론머스크는 2년 안에 자율주행 기술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1년이 되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이토록 어려운지 몰랐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가 변덕스러운 탓도 있지만 그만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완전한 자율주행인 4단계 혹은 위험 상황에서도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5단계 자율주행에 대한 꿈은 접어두고, 현재 자율주행 기술로 이룰 수 있는 것들부터 도전하고 있다.

존 디어의 무인 자율 트랙터, 공도를 주행하는 자율주행 차량과 달리 변수나 장애물이 적은 평지에서 사용하니 개발 속도가 빠를 것이다. 출처=존 디어

올해 기조연설을 진행한 바 있는 미국의 농기구 기업 존 디어(John deere)의 ‘존 디어 자율 트랙터’가 대표 주자다. 존 디어 자율 트랙터는 GPS 안내, 스테레오 카메라 및 센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 없이 농업 산업을 수행한다. 현 단계에서는 경작 수준에 투입되지만, 농부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더 난이도가 높은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과거에 GM 혹은 BMW가 전면에 나서서 전기차 및 자율주행 차량을 소개한 바 있는데, 이제 시장은 미래보다 실현 가능성에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PM 제조사 휠의 자율주행차 A형. 출처=휠

일본의 퍼스널 모빌리티 제조사 휠(WHILL)의 ‘자율주행차 A형’ 모델도 비슷한 맥락이다. 휠은 개인용 전동 휠체어에 충돌 방지 및 감지 센서를 결합한 제품으로, 넓은 장소에서는 자동으로 경로를 탐색해 이동하고 혼잡한 지역에서는 안전하게 사용자가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존 디어 자율 트랙터와 휠 자율주행차 A형 모두 완전 자율주행보다는 현재의 기술을 보다 안전하게 활용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레벨업보다는 기술이 확산하는 게 올해의 화두가 될 것이다.

전기차부터 플랙시블, 폴더블 기술도 주목

SK온의 SF배터리. 출처=SK이노베이션

기술 측면에서는 배터리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등 적용 가능한 기술 중 상용화 단계에 이른 제품들이 주목을 받았다. SK온이 출품한 SF(Super Fast)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83% 이하인 하이니켈 배터리로, 18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으며, 현재 현대 아이오닉 5와 기아 EV6에 탑재돼 있다. 배터리 내장 기술이 최고 혁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기술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출품한 플렉시블 커버 윈도우(이하 FCW)도 주목할만한 기술이다. FCW는 접고 펴지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며, 무색의 폴리이미드에 지문 방지 등 기능성 코팅을 입혔다. 현 단계에서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의 접힘 부분에 사용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물론 차량용 유리, 거울, 일상생활 등 유리와 디스플레이를 겸하는 다양한 기술에 응용될 수 있다.

LG전자의 투명 텔레비전인 LG 올레드 T. 출처=CTA

LG전자의 투명 OLED 텔레비전인 LG 올레드 T도 비슷한 맥락으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LG 올레드 T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투명한 텔레비전이다. 기존의 텔레비전과 다른 시청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무선 연결 솔루션이 결합돼 어떤 공간에서도 무제한으로 설치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투명 화면 전용 콘텐츠나 개체 인식 등을 활용한 증강현실 체험 등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며, 또 기존 TV는 물론 디지털 사이니지나 예술 작품 등 다양한 방면에 적용될 것이다.

이어지는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CX. 출처=삼성전자

매년 CES를 달궜던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경쟁도 계속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에 76형 마이크로 LED CX를 선보였다. 마이크로 LED CX는 2018년 첫 선을 보인 146형 마이크로 LED ‘더 월’의 기술을 소형화한 제품으로, 현재 공개된 마이크로 LED 제품 중 가장 크기가 작으면서도 저렴한 게 특징이다. 성능 면에서는 20비트 블랙 표현과 240Hz 가변 주사율을 지원하며, 기존 OLED 디스플레이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응답 속도와 화면 대 본체 비율 99.9%의 베젤 없는 구조를 갖춘다. 삼성전자는 올해 50인치와 63인치, 89인치, 101인치, 114인치 및 140인치 버전까지 고루 출시해 마이크로 LED 시장을 본격 개막한다.

LG전자의 울트라파인 디스플레이 올레드 프로. 출처=LG전자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기술에 박차를 가할 때, LG전자는 주력 제품인 OLED의 성능과 시장영향력을 한층 강화한다. LG전자의 울트라파인 디스플레이 올레드 프로는 전문 SDR 및 HDR 비디오 및 사진 편집용으로 설계된 65인치 모니터(모델명: 65EP5G)로, 프로덕션 스튜디오 및 초고사양 디지털 비디오 환경을 요구하는 전문 환경에 적합하다. 색공간은 미국영화산업 표준인 DCI-P3를 98.5% 충족하며, 디스플레이 색상 전문 기업 칼만(CalMAN)의 독점 소프트웨어로 색상 정확도 및 균일성을 보정한다. 또 프로그래밍 가능한 하드웨어 1D 및 3D LUT 보정 및 전환을 지원하고, 고급 하드웨어 압축 솔루션인 SDI over IP를 직접 연결해서 쓸 수 있다.

창의적 가전부터 블록체인 투표까지 폭넓게 수상

국내 기업 두 곳도 CES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사진상의 제품은 소셜벤처 닷의 닷패드. 출처=소셜벤처 (주)닷

CES 최고혁신상은 주로 자본력이 든든한 대기업들이 수상하는 편이지만, 종종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최고혁신상을 거머쥐는 기업들도 있다. 한양대학교가 출품한 지크립토의 zKvoting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조작이 불가능한 투표를 진행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다. 사용자는 신원 및 투표 내용을 비밀리에 하고도 확실하게 검증된 선거를 진행할 수 있다. 소셜벤처 (주)닷의 닷패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세계 최초의 촉각 그래픽 장치로, 300개의 셀로 구성된 디스플레이가 점자를 구축해 정보를 전달한다. 이외에도 이외에도 캐논의 화상회의 솔루션인 암로스(AMLOS), 세계 최초의 홀빈 캡슐 커피 시스템인 TBDX의 X블룸(Xbloom), 그래핀 스퀘어의 그래핀 라디에이터, 델 테크놀로지스의 에일리언웨어 500Hz 게이밍 모니터 등이 이름을 올렸다.

혁신상 수상도 좋지만 과도한 지원은 회의적

이번 CES 수상작 중 유독 한국 기업이 많은 이유는 단순히 지원한 숫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한무역공사나 전국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콘텐츠진흥원, 창업지원센터은 몇년 째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CES 혁신상 참가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내 대기업들 역시 신제품 대부분을 혁신상 심사에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출품 숫자가 많다 보니 그만큼 많이 수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CES 혁신상 수상이 많은 이유는 심사에 출품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숫자가 타 국가보다 많아서다. 출처=IT동아

실제로 CES 혁신상을 수상하는 점은 마케팅 측면에서 분명히 도움이 되며, 해외 진출은 물론 경쟁력 확보에도 이점이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혁신상을 수상하지 못한 많은 품목들이 있을 것이고, 기관에서 지원한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게다가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만 주목을 받게 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지 못한 제품은 경쟁력을 잃게 되고, 더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혁신상 수상에 목을 매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CES 주관사 CTA는 혁신상 지원 항목에 ‘CTA는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을 테스트하거나 보증하지 않는다’고 적어놨다. CES 혁신상은 주목할 만한,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뜻일 뿐, 경쟁력 있는 제품과 동의어는 아니다. 분명 내년에는 더 많은 메이드 인 코리아가 출품되겠지만, 기업과 기관 모두 진정 경쟁력 있는 제품만 제출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할 필요가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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