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때 벗자”…과학기업 선언한 석유화학사, 뭐하나 봤더니
전고체 전지용 소재·신약 개발 ‘집중’
경기 둔화에 석화 부문 부진 불가피
“회사 중심축, 석화에서 신사업”
6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회사의 중심축을 석유화학 부문에서 신사업 분야로 옮겨갈 예정이다.
LG화학은 2030년까지 매출 60조원을 목표로 한다. 현재 매출 수준의 2배가 넘는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수치다. 목표 매출액 가운데 신사업 부문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2021년 기준 LG화학의 신사업 부문 매출액은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지 소재 분야는 1조7000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바이오 부문은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이미 쿠팡, LG전자 등과 손잡고 재활용 원재료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하얀색 고부가합성수지(ABS)를 상업 생산하기도 했다. 전 세계 첫 사례다. 최근에는 기존 플라스틱과 물성이 동일한 투명 제품 개발에도 착수했다.
화학적 재활용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LG화학은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단에 국내 최초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짓고 있다. 투자금은 2100억원이다. 연산 2만톤 규모로 2024년 11월 완공된다. 공장이 완공되면 90명이 새로 고용된다.
생분해성·바이오 소재 플라스틱 사업도 본격화한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미국 ADM과 7만5000톤 규모의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PLA) 합작공장을 짓고 원재료·제품을 통합 양산한다.
신재생에너지 소재 생산도 확대한다. LG화학은 태양광 패널 필름용 POE 10만톤 증설에 돌입해 올해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총 38만톤으로 세계 2위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 총 6조원을 2025년까지 전지 소재 부문 육성에 투자한다. 이를 토대로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분리막과 탄소나노튜브(CNT), 방열접착제, 음극바인더, BAS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
전지 소재 공급망 확보를 위해 북미 지역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약 170만㎡ 부지에 30억달러 이상을 단독 투자해 연간 12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미국 내 최대 규모다. 올 1분기 착공해 2025년 하반기에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안정적인 메탈 수급을 위해 협력 대상도 확대한다. 앞서 북미 최대 리사이클링 업체 ‘라이 사이클’ 지분을 확보했고 고순도 리튬 추출 기술을 가진 재영택과 북미 지역 합작사 설립도 추진한다.
양극재·분리막 외에도 CNT, 방열접착제, 음극바인더, BAS 등 전지 부가 소재들도 육성한다. CNT 사업은 지난해 1700톤 규모였던 생산량을 2026년에 5배 이상 늘릴 예정이다.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전지 소재 기술 개발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퓨어 실리콘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음극재보다 획기적인 용량 개선이 가능하다.
LG화학은 전고체 전지용 소재 등 차세대 전지 기술도 개발 중이다.
LG화학은 항암 영역과 당뇨·대사 영역 연구개발에도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2030년까지 임상단계 파이프라인 23개를 확보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LG화학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2050년까지 넷제로(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를 달성하기로 했다.
다만 영업실적의 경우 당장은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경기 둔화 등으로 석화 부문의 부진을 예상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0% 하락한 3조5179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ABS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석화 부문에서 적자 전환이 우려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예상돼 새로운 증설 이슈도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석화 부문이 여전히 메인 역할을 하겠지만 양극재 등의 전지 소재와 제약 부문 등으로 회사의 중심을 옮기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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