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축소 지적에 “B 구역 없애서 더 강력해져” 주장
2일 현장 재조사를 거쳐 3일 최종 결론 후 4일 대통령 보고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태에 대한 부실 대응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군이 서울 중심부까지 진입한 정황은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침투 당시 비행금지구역(P-73) 침범 사실을 파악하고도 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다. 군은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축소 때문에 방공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에 대해 오히려 “더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군은 1월1일까지는 (P-73) 북쪽 일부를 지나간 미상 항적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 주장에 따르면 군은 서울 지역 침투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과 레이더 전문 평가단을 포함한 검열관 20여명이 관련 부대들의 상황 조치와 정밀한 항적 조사를 위해 검열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전비태세검열실장은 그때까지 식별하지 못했던 ‘정체불명의 항적’ 하나가 P-73 북쪽 일부를 지났을 가능성에 대해 보고받았다.
P-73 비행금지구역은 대통령실 경호를 위해 집무실 부근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3.7㎞ 반경에 설정됐다.
전비태세검열실장은 지난 1일 김승겸 합참의장에게 이같은 내용의 현장 조사 결과를 최초 보고했고, 김 의장은 추가 보완조사를 지시해 2일 현장 재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이 국방부 주장이다. 전비태세검열실은 재조사를 통해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이 P-73 북쪽 일부를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고, 지난 2일 저녁 김 의장에게 보고했다.
합참은 전비태세검열실 평가를 바탕으로 지난 3일 P-73을 침범했다는 최종 결론을 내리고 지난 4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군은 지난달 27일부터 제기된 북한 무인기의 P-73 침범 가능성을 부인해오다 윤 대통령 보고를 계기로 언론에 군의 번복 사실이 알려졌다. 군이 사태 초기에 침범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되자 이날 시간표를 공개하면서 해명한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합참이 국회에 제출한 무인기 항적 경로만 놓고 봐도 P-73 침범 가능성을 알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 경로는 보고된 사항을 종합해서 그때까지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그렸다”며 “추가로 확인된 항적은 그보다 조금 더 (P-73 북쪽까지) 내려왔다. 누가 봐도 30분만에 알 수 있다’는 주장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보고한 비행궤적 자료를 보면 지도를 볼 줄 아는 서울시민도 알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설명이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P-73 구역이 축소돼 방공망에 구멍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축소로 오히려 “(방공망이) 더 강력해졌다”는 논리를 폈다. 대통령집무실이 청와대에 있었던 시절에는 P-73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3.7㎞인 A구역과 4.6㎞인 B구역 등 총 8.3㎞ 반경에 설정됐다. P-73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대통령실 인근을 중심으로 하는 3.7㎞ 반경으로 변경됐고, B구역은 사라졌다.
합참 관계자는 “B구역을 없앰으로써 더 강력해졌다고 볼 수 있다”며 “B구역은 버퍼존(완충지대)이며, 그게 없으면 더 강력해지며 작전 요원에게 작전적 자유를 부여해줬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군은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기존 입장도 유지했다. 합참 관계자는 “국정원도 저희와 같은 입장으로 보고했다고 알고, 나중에 어디에 방점을 두고 말했느냐의 차이”라며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은 없다. 만약 촬영했더라도 유의미한 정보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혀 “(대통령실 등을) 촬영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는 군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군이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국방부는 “합참과 국방부, 육군 등을 확인한 결과 현재 자체 감찰은 없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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