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넷플릭스만 불만? 국내 OTT들도 "망사용료는 큰 부담" [신년기획]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2022년 OTT 시장에서 핫했던 키워드 중 하나는 '망사용료' 이슈였다. SK·KT와 같은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는 과한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요금을 지불하라 요구했으나 넷플릭스·유튜브와 같은 CP(콘텐츠제공자)는 이를 거절한 데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추후 소송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망사용료가 비단 해외 CP들만의 불만은 아니었다. 토종 OTT들 역시 망사용료를 큰 부담처럼 느끼고 있었고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중이다.
망사용료 납부 거부하는 해외 CP…왜?
이번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망사용료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망사용료란 ISP가 CP 측에 요구하는 비용으로, CP는 망을 사용하며 발생시킨 트래픽에 따른 요금을 ISP에게 지불하게 된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 대부분의 국내 CP들이 매년 수백억 원의 사용료를 내고 있다.
반면 해외 CP들은 망사용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고, 법제화도 반대하고 있는 중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망사용료를 내지 않아 SK브로드밴드와 법적 공방을 가리고 있고, 구글도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온라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경우 매년 500억 원 정도의 망 사용료를 지불해왔지만 올해 ISP 측이 900여억 원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720p 화질 하향' 'VOD 서비스 중단'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해외 CP들은 망사용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을까. 쉽게 말하자면 납부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해외 CP들은 사용료를 지불하고 아마존 AWS와 같은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에 본인들의 콘텐츠를 저장하고 있고, 국내 ISP들은 CDN에서 이 콘텐츠들을 끌어와 사용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의 양이 상당해 CP들에게 돈을 내라는 건데, 해외에서 물건을 파는 사업자에게 주문량이 많으니 항공 택배비까지 부담하라는 꼴이다. 심지어 구글의 경우 중간 CDN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캐시 서버를 수 조원을 들여 구축했기에 ISP 측의 요구가 더 허무맹랑한 상황이다.
이에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직접 블로그를 통해 "'망사용료 및 망이용료' 관련 법안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은 서명을 통해 함께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하며 "망사용료는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 또 이 법안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가 콘텐츠 기업들과 크리에이터들에 이중 부담을 지우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넷플릭스 역시 망사용료 법제화는 반대하지만 캐시 서버 구축은 돕겠다는 입장이다. 캐시 서버가 없으면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기 때문. 캐시 서버가 없으면 ISP 측 입장에선 매번 콘텐츠를 끌어와야 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한 트래픽과 요금이 발생할 테고, 넷플릭스 역시 4K 이상의 고화질 콘텐츠를 버퍼링 없이 제공하기 위해선 캐시 서버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넷플릭스는 이미 국내 ISP 업체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홍콩과 일본의 캐시 서버(오픈커넥트)를 열어놓고 있으며, 국내 증설까지 계획했으나 국내 ISP 측이 이를 거절한 상태다.
"국내 CP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 산정 구조
이렇게 해외 CP들과 국내 ISP들이 날선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수십 억 원의 망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는 국내 CP들은 망사용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들어본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은 공통됐다. "망사용료는 ISP 측의 욕심이고 현재 지불하고 있는 가격은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하게 측정돼 있다"는 것.
토종 OTT 관계자 A씨는 ISP 측이 해외 CP 측의 캐시 서버 증설 제안을 반대하고 망사용료 법제화에 힘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돈 때문"이라 밝혔다. A씨는 "만약 국내에 캐시 서버가 도입될 시 ISP 측 입장에선 CP에게 더이상 돈을 받을 수 없기에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 다른 토종 OTT 관계자 B씨 또한 "망사용료를 받으려 하는 건 ISP 측의 욕심"이라며 "만약 해외 CP들이 캐시 서버 서비스를 중단한다면 2티어인 국내 ISP 업체들은 1티어 ISP에게 매번 콘텐츠를 끌어와야 할 텐데, 그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ISP 측이 국내 CP들에게 받는 요금에도 문제가 있다 지적했다. 토종 OTT 관계자 C씨에 따르면 현재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등 토종 OTT 업체들은 통상적으로 매출의 10~15% 정도를 네트워크 이용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 웨이브와 티빙의 매출이 각각 2301억, 1315억 원이었다는 걸 고려해 봤을 때 각각 230억, 131억 이상을 망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C씨는 "해외 네트워크 이용 비용과 비교하면 말이 안 되는 금액"이라 지적하며 "OTT 자체가 엄청난 트래픽을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동영상을 전송하는 서비스인데 해외와 비교하면 적게는 7배, 많게는 12배 이상 차이 나는 금액을 망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 심지어 소비자들도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이미 상당히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있지 않냐. 이 가운데 CP들한테도 망사용료를 부담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심지어 지난 몇 년간 망 사용료 단가가 많이 올라가기도 했다"라고 공감하며 "또 서버를 이중화해야 하는 탓에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더 오르기도 했다. 얼마 전에 데이터 센터 화재로 모 채팅 서비스가 먹통 되는 일이 생기지 않았냐. 그걸 방지하기 위해 이중으로 서버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래저래 현재 내는 금액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싼 요금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토종 OTT들이 현재 내고 있는 금액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A씨는 "AWS와 같은 CDN 업체를 이용하고 있는데 국내 ISP 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산정된 비용이기에 자세한 내용 같은 건 알 수 없다"고 밝혔고, C씨는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일갈하며 "밑도 끝도 없이 돈만 내라는 식이다. 만약 국내 ISP 측이 해외 CP들의 망사용료 납부 거부로 피해를 입었다면, 망사용료 납부를 의무화하기 전에 얼마나 손해를 보고 있는지, 실제 망에 대한 투자 비용은 얼마이고 원가는 얼마인지, 또 적정 가격은 얼마인지 밝혀야 납득이 될 텐데 그러지 않고 있다.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해외 CP나 국내 CP나 납득할 수 있다 생각한다. 이게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라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CP의 망사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은 '민간 해결이 어렵다'는 이유로 2022년 마지막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한 상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SKT, KT, L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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