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서체'에 진심…아이덴티티 담은 글꼴 제작·배포

임현지 기자 2023. 1. 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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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GRS 제공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롯데리아가 2023년을 첫 상품으로 햄버거가 아닌 글꼴을 공개했다. 전국 방방곡곡 매장을 오픈하는 개척정신을 담은 '촵~땡겨체'와 고객 입맛에 딱 붙는 메뉴 개발을 위해 노력한 도전정신을 담은 '딱-붙어체' 등 2종이다. 회사 측은 새 글꼴이"디지털 미디어가 익숙한 MZ세대와의 공감과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자체 글씨체 제작에 나서고 있다. 무료 배포로 금전적 이익은 없지만 고객과의 접점을 높이고, 기업 이미지 개선 및 정체성 각인 등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서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리아의 촵~땡겨체, 딱-붙어체뿐 아니라, 롯데마트 역시 폰트릭스(RixFont)와 협업해 제작한 '더잠실체'를 오는 2월부터 매장 내 홍보물, 가격표, 홈페이지, 임직원 명함 등에 적용하기로 했다.

롯데마트 '더잠실체' 사진=롯데마트 제공

이 글씨체는 롯데의 헤리티지가 '잠실'이라는 것에 주목해 지역명 '잠실'을 서체의 이름으로 선정했다. 국문, 영문 외에도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어까지 개발했다. 고객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에는 롯데제과가 '설레임' 출시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글꼴 '시원한설레임체'를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을 갓 짜냈을 때의 부드러운 모양을 강조했으며, 제품명을 상기시키는 'ㅅ', 'ㅇ'의 요소를 적용해 서체 균형을 조절했다. 롯데제과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서현선 롯데마트 디자인 경영실장은 "서체는 회사의 언어인 만큼 새롭게 변화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사용성과 범용성의 완성도를 높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배포해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글자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나눔의 가치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글림체'.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서체를 꾸준히 출시해온 기업 중 하나다. 2012년 옛날 길거리 간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한나체', '주아체'를 시작으로 아크릴판에 시트지를 잘라 만든 길거리 글자(2015년 도현체), 가판대의 붓글씨(2016년 연성체), 매직으로 쓴 화장실 안내판 글씨(2017년 기랑해랑체) 등 거리의 글자들이 서체로 재탄생했다.

2019년부터는 을지로 공구거리 간판에서 모티프를 얻어 '을지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9년 '을지로체', 2020년 '을지로10년후체', 2021년 '을지로오래오래체'를 발표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출시한 글씨체들은 식당, 방송 생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자사 마스코트인 '배달이친구들'을 활용한 한글 그림글자 '글림체'를 공개했다. 멀리서 보면 글자 같지만, 자음 모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민의 마스코트인 배달이친구들이 몸으로 한글을 표현하고 있다. 글림체는 폰트 대신 이미지 파일로 제공돼, 자음과 모음을 마우스로 끌어서 글자를 만들 수 있다.

대상 '미원체' 사진=대상 제공

기업들이 서체를 공개하는 시기는 주로 '한글날(10월9일)'이다.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는 것은 물론, MZ세대에게 자사의 장수 제품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글씨체를 제작·배포하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한글날, 미원의 66년 역사를 담은 '미원체'를 공개했다. 수직, 수평의 단단한 구조를 바탕으로, 미원 로고의 독특한 장식 요소를 반영했다. 영문과 숫자, 기호의 굵기 및 장식 요소도 한글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한글날에 창립한 빙그레는 지난 2020년 10월 '싸만코체'를 무료 배포했다. 이는 인기 아이스크림 '붕어싸만코'의 로고 디자인을 참고해 만든 서체다. 앞서 2015년에도 빙그레체, 빙그레 메로나체 등 5개의 글꼴을 출시한 바 있다.

위메프도 지난 2020년 창립 10주년 및 한글날을 맞아 '위메프체'를 개발, 일반에게 무료 배포했다. 전문 업체를 거치지 않고 임직원이 직접 디자인과 제작 전반에 참여했다. Regular(본문용), Semi Bold(제목용), Bold(제목용) 3가지 버전을 배포했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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