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쇼크가 호재될 것"…삼성전자 주가 오히려 오르는 이유

홍순빈 기자, 이사민 기자 2023. 1. 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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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국민주인 삼성전자가 '어닝 쇼크'를 냈다.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치보다 37% 이상 밑도는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한 것.

시장에선 반도체 한파로 인한 직격탄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됐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축소할 걸 기대하는 가운데 주가도 역사적 저점 부근에 근접했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6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70조원,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8.58%, 69% 감소한 수치다.

시장의 기대치에도 크게 못 미쳤다. 국내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평균 6조8737억원으로 예상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5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부문의 실적 악화가 이번 어닝 쇼크의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D램 반도체 가격 하락, 재고평가손실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은 지난해 4분기 전분기 보다 20% 넘게 하락했다. 같은해 10월 D램 가격이 전달보다 22.46% 하락하면서 최근 5년 새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12월 D램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2.21달러로 집계됐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D램 가격이 많이 하락해 삼성전자의 전체 이익이 준 것으로 보인다"며 "전방산업의 재고가 건전한 상태고 하반기 신제품 수요에 대응하려면 D램 가격 하락세가 올 2분기에야 비로소 멈추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고자산도 이전 분기보다 더 증가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제껏 삼성전자는 전방산업의 수요 감소로 재고자산을 늘려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재고자산은 26조3652억원으로 지난해 말(16조4551억원)보다 60.2% 증가했다. D램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재고자산이 늘면 그만큼 평가손실도 커진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이사는 "삼성전자가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시장의 예상보다 더 많이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이례적 실적 설명자료 발표…證 "반등 곧 시작된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발표와 동시에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메모리반도체 부분의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하고 스마트폰 판매도 둔화돼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게 주 내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전반적인 재고조정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대폭 감소했다"며 "공급사들의 재고 증가에 따른 재고소진 압박 심화로 반도체 가격이 분기 중 계속 하락해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D램 반도체 업체들은 '설비투자(CAPEX) 감소→전방산업 재고 축소→반도체 수요 재차 증가'로 회복 사이클이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경쟁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SK하이닉스와 다르게 삼성전자는 지금껏 설비투자 축소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어닝 쇼크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도 역사적 저점 구간이라고 분석한다. 삼성전자의 PBR(주가순자산비율) 역사적 저점이 약 1.1배인데 전날 기준 삼성전자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33배다. 이날 오전 11시36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보다 600원(1.03%) 상승한 5만88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 하락과 함께 물량도 바닥권에 들어와 재고 피크아웃(정점 통과) 기대도 높아졌다"며 "최근 메모리업체들이 수요 하락 부담으로 재고를 밀어낸다는 걸 감안하면 추가적인 감산에 따른 수급 개선 가시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했다.

김동원 본부장도 "반도체 주가는 6개월 정도 선행하는 특징이 있는데 3분기부터 재고 상태가 개선되는 걸 이제부터 주가가 반영하는 것으로 봐도 된다"며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등의 시스템 리스크를 제외한 모든 악재는 거의 다 나왔다"고 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이사민 기자 24m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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