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4000명 부족한 조선업계…외국인력 늘리기론 역부족

신성우 기자 2023. 1. 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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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에서 '수주 물량'이 의미하는 바는 큽니다.

얼마 만큼 계약을 따냈으니, 생산만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호성적을 거뒀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산업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전 세계 발주량의 37%인 1559만CGT를 수주했습니다. 4년 만의 최대 수주 점유율입니다.

조선 3사가 지난해 3분기까지 2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수주 물량이 쌓이는 만큼 곧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큽니다.

다만, 변수는 생산입니다. 계약 한대로 생산이 이뤄져야 수주 물량이 실적에 반영될텐데, 생산 인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조선해양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조선업 근로자 수는 약 9만5000명 수준으로 2014년 말 근로자 수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조선 부문 근로자 수가 1년 전보다 900명 가량 감소했고, 현대중공업은 약 300명 줄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70명 가량 줄었습니다.

산업부는 올해 말까지 조선업계 생산 인력이 총 1만4000여명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력 부족으로 생산 차질까지 빚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산업부는 '외국 인력 도입 애로 해소 방안'이라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외국 인력의 국내 입국 절차를 단축시키고, 기업별 외국인력 도입 허용 비율도 확대해 인력 부족을 메우겠다는 것입니다.

이달 중 1000명 입국…4개월 소요 절차 1개월로 단축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외국 근로자가 국내에 들어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많습니다.

우선, 조선 협회가 현지에서 해당 근로자에 대한 기량 검증을 거친 뒤 각 조선 업체 별로 근로자 예비 고용 추천 신청을 합니다.

신청을 받은 협회가 산업부에 근로자 예비 고용 추천을 하면, 산업부가 검토 후 법무부에 고용 추천을 하고 최종적으로 법무부가 비자를 발급하면 입국이 가능해집니다.

통상 업체의 예비 추천 신청부터 산업부의 고용 추천까지 평균 10일 이상 걸리고, 법무부가 진행하는 사전심사부터 비자발급까지는 5주 이상 소요됩니다.

현지 기량 검증까지 합쳐 최대 4개월까지 소요되는 입국 절차를 1개월로 단축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대책입니다.

또한, 산업부는 고용 추천을 받은 1621명의 인력 중 이미 비자가 발급된 412건을 제외한 나머지 1000여건에 대해 이달 중 비자 발급을 신속 처리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계획대로 속도를 낸다면 이달 중 1000여명의 생산 인력이 조선업계로 합류합니다.

여기에 법무부는 기업별로 내국인 상시근로인력의 20%까지만 허용했던 외국인력 도입 허용 비율을 향후 2년간 30%로 한시적 확대합니다.

이날 정부의 대책 발표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국내 조선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할 방법은 외국 인력이라는 것입니다.

국내 인력 복귀 대책 없이는 '미봉책'

핵심은 외국 인력이 얼마 만큼 들어오냐 입니다.

현재 조선 8개사의 외국인 근로자 수는 약 6000명입니다. 총 고용 인원이 9만3000여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비율로는 한 약 6.4% 수준입니다.

애초에 전체 근로자 수 대비 외국 인력의 비중이 크지 않은 것입니다.

산업부의 설명대로 이달 중 1000여명이 비자 발급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고작 1000여명의 인력이 늘어납니다. 기량 검증에 통과해 고용 추천을 대기 중인 2000여명에 대해 신속히 절차를 진행한다고 해도 당장 늘릴 수 있는 인력은 약 3000명 수준입니다.

정부가 올해 말 기준 조선업계 부족 인력이라고 밝힌 1만4000명 대비 턱없이 부족한 수치입니다.

이에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부족 인력을 모두 외국인으로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며, "처우 개선 등을 통해서 국내 인력이 조선산업에 꾸준히 취업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영진 차관은 조선업계의 저가수주 방지와 원, 하청 간의 임금격차 구조 해소를 통해 국내 인력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지속된 임금 구조를 빠른 시일 내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해결책도 없습니다.

조선업계 노동자들은 외국 인력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국내 근로자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제조업 대비 부족한 처우를 개선하고 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충분한 임금을 보장하지 않으면 유입은 없을 것이라 설명합니다. 낮은 임금을 받고 힘든 일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날 정부가 외국 인력 공급 대책을 발표한 것은 현 시점에서 조선업계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당장 해결이 가능한 것에 먼저 접근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국내 근로자 유입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 근로자의 입국 절차를 단축시키는 방법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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