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용수 처리는 ‘폐수배출’일까, ‘용수 재활용’일까

환경부, 과징금 1509억원 사전통보
검찰 수사완료 이후 정식통보 예정
오일뱅크 “용수 재활용으로 볼 여지 있어
최종 통보 이후 적절한 절차 밟아 사실관계 규명”

A공장이 같은 계열사인 B공장으로 폐수를 보낸 행위는 ‘폐수 배출’로 봐야 할까, ‘공업용수 재활용’으로 봐야 할까. A공장이 폐수를 공장 밖으로 빼낸 데 무게를 실으면 폐수 배출로, 누출없이 B공장이 A공장의 폐수를 재활용한 데 방점을 찍으면 공업용수 활용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환경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폐수 배출’이라 판단해 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 1509억원 부과를 사전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판단에 반발하며 정식 통보 이후 적절한 절차를 밟아 사실관계를 규명한다는 입장이다.

6일 환경부·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이번 과징금 부과 사전통지는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이뤄진 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폐수 처리에 대한 건이다. 

당시 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 폐수를 하루 950t씩 인접한 계열사인 현대OCI 공장으로 보내 용수로 재활용했다. 현대OCI 공장은 이렇게 쓰고 나온 폐수를 관련법 기준에 맞춰 정화한 뒤 방류했다. 

문제가 된 건 대산공장에서 현대OCI 공장으로 건너간 폐수였다. 여기 유해물질 중 하나인 페놀이 기준치 이상 들어 있었던 것이다. 관련법상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하는 폐수 내 페놀 허용치는 1L당 1㎎ 이하다.

환경부는 이를 들어 대산공장이 유해물질 기준치를 초과한 폐수를 배출했다고 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 한 사업장 내에서 폐수가 오간 것이라면 문제될 게 없지만 대산공장과 현대OCI 공장은 거리상 가까울 뿐 소속 법인이 다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경우에 대해 ‘폐수 배출’이 아닌 ‘공업용수 재활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외부와 차단된 관로로 연결된 각기 다른 계열사의 설비를 같은 사업장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의 확립된 해석이나 판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용수 활용 측면에서 대산공장과 현대OCI 공장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어떤 환경오염이나 인적·물적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하나의 공장임에도 처리수를 재활용하는 설비의 소유 법인이 다른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경영에 차질을 초래하는 조치가 부과되는 경우 추후 적절한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관련 검찰 수사가 완료되면 과징금을 정식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의정부지검이 이 건 관련 수사 중이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