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산 이전 때 "P-73 축소 안 된다" 수방사 의견 묵살(종합)

허고운 기자 2023. 1. 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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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용산구 옛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비행금지구역(P-73)을 축소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묵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수방사는 작년 5월 대통령 집무실 이전시 비행금지구역 변경과 관련해 "적(북한) 공중위협 대비를 위한 우리 군의 무기체계가 새로 만들어진 게 없고, 적 공중위협이 감소했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어 기존 P-73 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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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보다 '비행금지구역' 반경 절반 이상 축소
軍 "비행제한구역 있어… 작전 영향 없다 판단"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설정돼 있는 드론 비행금지구역(빨간색 원) (국토교통부 드론 원스톱 민원서비스 캡처)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작년 5월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용산구 옛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비행금지구역(P-73)을 축소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묵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기존 비행금지구역을 유지했다면 지난달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던 북한 무인기를 보다 멀리서 일찍 감지해 대응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러나 군 당국은 P-73 '축소'가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수방사는 작년 5월 대통령 집무실 이전시 비행금지구역 변경과 관련해 "적(북한) 공중위협 대비를 위한 우리 군의 무기체계가 새로 만들어진 게 없고, 적 공중위협이 감소했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어 기존 P-73 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했다.

'P-73'은 당초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3.7㎞의 'A(알파)구역'과 4.6㎞의 'B(브라보)구역' 등 총 8.3㎞(4.5해리) 거리 공역(空域)에 설정돼 있었다.

이와 관련 수방사는 "P-73을 줄이더라도 충분한 요격거리를 확보하려면 최소 5.6㎞(3해리)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합참에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과 함께 B구역이 사라지면서 현재 P-73은 대통령실 청사 등 반경 약 3.7㎞(2해리)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반경만 보면 기존의 절반이 되지 않고, 면적은 5분의1 수준이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통령실 제공)

정부는 용산을 기준으로 P-73의 기존 반경을 유지할 경우 한강 이남 상당 부분이 비행금지구역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강 이남 일대가 비행금지구역에 대 포함되면 민항기의 비행항로 변경 등 작업이 필요해 시민 불편이 초래될 수 있단 판단에서였다.

이에 대해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부터 불필요하게 비행금지구역이 확대돼 있다'는 비판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며 "당시 P-73 축소는 작전적 요소를 고려하기보단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돌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합참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완충지대'(기존 P-73의 B구역)를 없앰으로서 (대응 태세가) 더 강력해졌다"며 P-73 축소로 작전 수행 자체는 더 수월해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너 조심해'란 의미의 완충지대를 없애면서 요원들의 작전적 자유를 보장할 수 있게 됐다"며 "작전을 제한하던 완충지대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서울 상공엔 P-73보다 더 넓은 범위로 비행제한구역(R-75)이 설정돼 있음을 들어 "R-75에 (비행체가) 들어오면 경고방송을 하고 위협으로 판단되면 경고사격 또는 격추하게 돼 있다. P-73 변경과 함께 방공자산들도 다 옮겨왔다"고 강조했다.

우리 군은 지난달 26일 서울까지 내려온 북한 무인기 1대가 P-73의 북단 일부를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고 5일 밝혔다. 군은 북한 무인기의 구체적인 침범 위치·거리·고도 등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종로구·중구·중랑구 일대까지 접근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그러나 군 당국은 지난달 29일까지만 해도 "북한 무인기가 P-73을 침범한 적 없다"고 했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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