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특별하지 않은 ‘특별자치도’ 문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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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미 지난해 6월에 강원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됐고, 향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논의 중이다.
당시 정부는 한계에 이른 기존의 성장 전략을 대신할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던 중 관광·의료·교육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제주도에 국한해 개혁적인 정책을 실험하는 테스트 베드 차원에서 특별자치도를 설치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 때문에 그 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목적은 희미해지고, 단순한 지역 이기 사례로 오용되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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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환 한국재정투자평가원장
지난해 12월 29일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조만간 대통령이 이를 공포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이미 지난해 6월에 강원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됐고, 향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논의 중이다. 특별한 것은 특별한 것이기에 서울특별시만 수도로서 특별히 두는 줄 알았는데, 어느샌가 제주특별자치도가 생기더니, 세종특별자치시가 생기고 이제는 온통 특별자치도 세상이 오는 듯하다.
이 모든 현상의 발단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제주특별자치도이다. 제주도를 특별한 자치도로 만든 것은 분명한 정책 목표가 있었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무총리실에 전담 조직을 설치한 후 각 부처와 정책 조율하면서 법안을 도출한 실무를 담당했기에 남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
당시 정부는 한계에 이른 기존의 성장 전략을 대신할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던 중 관광·의료·교육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제주도에 국한해 개혁적인 정책을 실험하는 테스트 베드 차원에서 특별자치도를 설치했다. 좌파 단체의 공청회 무산과 당시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의료는 포기하고 관광·교육만을 대상으로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킨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을 위해 노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의 권한과 책임 이양을 지시했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분권을 추진해 성공한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모델을 참고했다. 부처 간 정책 조정 과정에서 포기한 것도 많지만, 그래도 363개의 방대한 법률 조문으로 혁신적인 지방 분권 모델을 구현한 것이다.
요즘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자치경찰제와 주민소환제를 도입했고, 교육 자치와 일반 자치의 통합을 위해 교육위원회는 도의회의 특별상임위원회로 두었다. 외국인용 카지노 허가권 이양,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무원 채용, 고용 유연화 등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교도소 등 일부를 제외한 모든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숱한 저항을 극복하고 특별자치도로 이관했다. 중앙정부의 감사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독자적인 감사위원회가 그 기능을 대행토록 했다. 시·군세와 시·도세를 특별자치도세로 일원화했고, 보통교부세도 중앙정부가 매년 산정하는 대신 총액의 3%를 할당해 교부했다.
반면, 제주특별자치도가 포기한 것은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을 폐지하고 단체장을 선출하지 않았다. 중층제 지방행정 구조를 단층제로 바꾼 것이다. 또한, 국제 자유도시에 걸맞게 각종 공문서 및 도로 표지판 등에 영어를 병기토록 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 때문에 그 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목적은 희미해지고, 단순한 지역 이기 사례로 오용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미 출범한 지 17년이나 지난 제주특별자치도가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는지 냉정하게 평가하고, 본토에 적용할 수 있는 제도는 확대 적용하며, 외국인 투자의 과실 송금 등 미진했던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특별자치도는 지방자치의 이념과 청사진을 바탕으로 원칙 있게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세종특별자치시도 다른 특별·광역시와는 달리 기초자치단체를 두지 않는 단층제 구조를 채택했다. 그러나 강원특별자치도나 전북특별자치도는 조문 20여 개로 어떤 특별한 권한을 주겠다는 건지, 일관된 원칙은 뭔지 불분명하다. 제주도나 세종시처럼 상응하는 의무도 없다.
공정 국가를 기치로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는 어떤 원칙을 가지고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지 궁금하다. 확고한 국정철학 없이 너도나도 특별대우로 소꿉놀이 식 국정 운영은 국가 경쟁력만 해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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