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지켜야 한다”...도시 전체 ‘방탄막’ 친 멕시코 갱단

전설적 마약왕 ‘엘 차포’ 아들 오비디오
‘생쥐’ 별명...세계 최강 마약조직 운영
정부 체포 나서자 도시 봉쇄하며 저항
군부대와 격렬한 교전 끝 체포돼 송치

5일(현지시간) 멕시코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의 도로에서 트럭이 불타고 있다. 이날 멕시코 국가방위대와 군은 대규모 군사작전 끝에 악명 높은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오비디오 구스만을 체포해 검찰에 넘겼다. [AP연합뉴스]

멕시코의 전설적인 마약왕 ‘엘 차포’의 아들이자 갱단 실권자가 대규모 군사 작전 끝에 체포됐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루이스 크레센시오 산도발 국방장관은 “이날 새벽 북부 시날로아주 쿨리아칸 외곽 헤수스 마리아에서 국가방위대와 군이 엘 차포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는 그를 멕시코 시티 군사 시설로 압송된 뒤 검찰에 넘겼다. 이번 작전은 마약 유통·밀매 등 혐의를 받는 오비디오 구스만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이뤄졌다.

‘생쥐’라는 별명을 가진 오비디오 구스만은 멕시코에서도 손꼽히는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의 아들이다. 그는 종신형을 받고 미국에서 수감 생활 중인 부친을 대신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약 밀매 조직인 ‘시날로아 카르텔’을 다른 형제들과 함께 지배해 왔다.

그는 2019년 10월에도 국가방위대와 군에 의해 한 차례 체포된 적 있다. 하지만 당시 이에 반발한 카르텔 갱단원들이 멕시코 도심 한복판에서 격렬한 총격전을 벌이면서, 민간인 등 8명이 숨지고 교도소 수감자가 무더기 탈옥했다. 이에 멕시코 당국은 비상 안보 각료회의를 열고 “불필요한 유혈사태를 막는다”며 오비디오 구스만을 풀어주고 후퇴했다.

이번 체포 과정에서도 시날로아 카르텔은 시내에서 군 병력에 총알을 퍼붓는 등 강렬하게 저항했다. 시설물이나 차량에 방화도 이어졌다. 일부 소셜미디어에는 상공을 끊임없이 비행하는 헬리콥터 소리와 함께 집중포화하는 듯한 소리가 담긴 영상이 공유됐다.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소요사태 속에 공항과 주요 도로는 카르텔 단원을 비롯한 무장 괴한들에 의해 폐쇄되거나 차단돼, 사실상 도시가 봉쇄됐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쿨리아칸 공항에 있던 멕시코시티 행 아에로멕시코 항공기도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다 총탄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당국은 체포 작전 중 경찰관 1명이 숨지고, 보안요원 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주 정부는 주민들에게 실내에 머물 것을 촉구했고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외출 자제 경고를 발령했다. 각급 학교도 임시 휴교령에 따라 문을 닫았고, 행정당국도 업무를 중단했다.

AP통신은 이번 체포 작전이 북미 3국 정상회의를 불과 몇 일 앞두고 이뤄졌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도 회의를 앞두고 고려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오는 9일 멕시코시티를 찾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북미 3국 정상회의를 갖고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마약 밀매와 이민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북미 3국 정상회의에 맞춰 멕시코 정부가 미국에서도 뒤를 쫓았던 오비디오 구스만 신병을 확보해 범죄인 인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크 비질 전 DEA 국제작전국장은 AP에 “멕시코가 그를 미국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미국에서 연간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펜타닐의 주요 공급처 중 하나로 알려졌다.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오비디오 구스만을 비롯해 그의 형제들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 장관은 이에 대해 “2019년부터 미국으로부터 (오비디오 구스만에 대한) 인도 요청이 있던 것은 맞다”면서도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도발 장관은 “6개월간 정찰과 감시를 한 뒤 신속한 조취를 취한 결과”라며 “보안군이 총격을 받았지만 총기를 소지한 사람들 중에 구즈만을 식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